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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영화화되는 웹툰 '신과함께' 주호민 작가

중앙일보 2016.07.23 00:01
제작비 150억원, 국내 최초 2부작 동시 제작, 하정우·차태현·주지훈·이정재 등 초호화 캐스팅, 국내 최대 규모의 CG(컴퓨터 그래픽). 현재 제작 중인 영화 ‘신과 함께’(2017년 개봉 예정, 김용화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치솟게 하는 사실들이다. 단행본 17만 부가 팔린 동명 웹툰을 어떻게 각색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고 덤덤하게 위로한 주호민(35) 작가. 최근 그는 ‘무한도전’(2006~, MBC)에 출연해 박명수와 릴레이 만화를 그리며 유순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대중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원작자인 그는 ‘신과 함께’ 영화화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의 창작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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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희찬]


주호민 작가가 그린 만화를 보며 신기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 주인공이 ‘너무’ 착하고 순응적이라는 것. ‘신과 함께’의 주인공 김자홍은 존재감 없이 살다 직장에서의 잦은 음주로 죽은 남자다.

탐구는 나의 무한 동력, 휴머니즘을 그리는 이야기꾼


웹툰 ‘무한동력’의 취업 준비생 선재도 취업과 안정적 삶을 이루는 것 외엔 별다른 욕심 없는 20대다. 이렇게 착하고 평범한 이들이, 자신과 정반대되는 인물을 만나 새로운 사건에 맞닥뜨리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좌절을 겪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주 작가는 스스로를 “큰 욕심 없이 물 흐르듯 살아온 사람”이라 말한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건국대학교 부근에 위치한 카페. 실제 거주지 근처인 그곳에, 동네 산책 나온 듯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들어선 그는 ‘무한도전’에서 보여 준 모습과 똑같았다. 안온한 표정, 튀지 않는 나직한 말투. ‘버럭’ 하는 박명수와 상반된 성격이라 더욱 시너지 효과가 컸던 걸까.

- ‘무한도전’을 보니 박명수와 궁합이 잘 맞더라. ‘칭찬봇’이란 별명도 얻었는데.

“평소대로 했는데, 박명수씨가 의외로 칭찬에 약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잘 구슬려야 하는 사람이라고(웃음). 만화를 처음 그리는 사람인 만큼 칭찬하며 북돋아 줘야 할 것 같았다. 딱히 내가 누굴 가르치겠다 생각하진 않았다.

‘무한도전’의 가요제처럼, 함께 팀을 이뤄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무한도전’은 촬영 하루 전날 섭외 전화를 받았다. 워낙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었고, 이말년·기안84·윤태호 등 친한 작가가 함께 출연하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저승편·이승편·신화편으로 구성된 웹툰 ‘신과 함께’는 저승 세계에 간 주인공이 49일 동안 겪는 재판 과정을 그린다. 한국 전통 설화에 대한 작가의 성실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주도 신화, 민간 설화에 재개발 문제와 군대 의문사 사건 등 사회 이슈를 녹여냈다. 그의 말처럼 “전통 신화의 서브컬처 버전”인 셈. 저승편이 큰 인기를 얻자, 2011년부터 영화사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영화화를 추진했다. 지금까지 감독이 두 번, 투자·배급사가 한 번 바뀌었다.

- ‘신과 함께’ 영화화 과정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나.
“시나리오가 탈고되면 한 번 보는 정도다. 기대와 걱정 모두 있다. 제작에 참여하는 VFX(Visual FX·시각 특수 효과) 전문 회사 덱스터 측에서 최근 저승 CG 시안을 보여 줬는데 엄청나더라. 내 그림이 워낙 헐렁하니, 더 멋진 저승을 만들어 내려는 창작욕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웃음).

캐스팅 역시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이정재씨가 연기하는 염라대왕이 무척 기대된다. 시나리오는 원작보다 다소 신파적인 것 같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의 저승길을 돕는 변호사 진기한이 빠지고, 저승차사인 강림(하정우)이 그 역할까지 하더라.”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TV 드라마가 증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 3월 종영한 TV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tvN)처럼 결말에 대해 원작자와 연출가 사이에 갈등이 번진 사례도 있었다. 웹툰의 성공적 번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예전엔 원작자의 무개입이 원칙이었다. 과연 그게 최선인지 의문이다. 매체에 맞춰 내용을 바꿀 수는 있지만, 원작의 핵심 정서를 바꾸는 건 위험한 것 같다. 2010년 그린 ‘무한동력’을 원작으로 한 동명 웹 드라마는 묘하게 주제 의식에서 어긋났다.

원작은 취업 준비생 선재가 무한동력 기계를 만드는 하숙집 주인 아저씨를 보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웹 드라마 제작에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꿈이 있다면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슬로건이 붙었다. 그런 말을 볼 때마다 늘 ‘거짓말!’이라 생각했는데(웃음)…. 반대로 TV 드라마 ‘미생’(2014, tvN)은 원작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고 증폭시켜 성공한 사례다.”

-작품마다 눈에 확 띄는 강렬한 캐릭터가 없다. 이에 대해 “독자의 감정 이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라 밝힌 바 있지만, 인물이 주체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는데.
“충분히 동의한다. 실제 내가 그런 사람이다. 최근 성격 유형 검사 ‘에고그램 테스트’를 했는데 소름 끼치게 정확한 결과가 나왔다. 자아가 없는 타입이라 상황에 휩쓸린다고(웃음). 개성이 뚜렷한 인물을 만들겠다고 다짐해도, 막상 그리는 건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대신 균형적인 인물 조합을 만들려 한다. 이를테면 ‘신과 함께’의 김자홍은 쉽게 당황하는 사람이고, 그의 저승길을 함께하는 진기한 변호사는 딱 정반대다. 이런 조합을 만들면 인물 간 ‘케미’를 보는 재미와 주인공의 극적 변화를 함께 끌어낼 수 있다.”

‘신과 함께’는 2009년 용산 참사와 전통 신화의 주축인 가택 신앙을 엮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최근작 ‘만화전쟁’은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남북 관련 사건과 만화 작업을 버무렸다. 그는 “평소 관심사가 색다른 소재와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가 발화된다”고 말했다.

-신화와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만화 한 편에 상당히 많은 요소들을 녹여낸다.
“넓고 얕은 지식을 지향한다. 매일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을 보다 잠든다. 끝없는 링크로 연결되는 지식의 세계를 얕게 헤엄치다 자는 거지(웃음). 다양한 분야에 관한 관심이 창작의 주요 동력이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내가 할 수 없는 선하고 긍정적인 만화를 그린다”고 평했는데.
“늘 휴머니즘에 기초해 작업한다. ‘신과 함께’는 지옥을 다루기 때문에 착하게 살라는 교훈적 메시지는 피할 수 없었다. 그보다는 평소 많이 손해 보고 산 이들이 저승에서 보상 받는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아쉬운 건 선악(善惡) 구도를 너무나 분명히 그린 점이다. 작품상에서 ‘불쌍함=착함’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후 마트 해고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보며, 내가 놓친 부분을 깨달았다.”

-『고우영 삼국지』(2007, 애니북스) 등을 그린 고우영(1938~2005)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그분의 작품을 통해 ‘만화는 술술 읽혀야 한다’는 것, 그림과 내레이션을 균형감 있게 배치하는 감각을 배웠다. 난 페이지마다 같은 크기의 칸을 쓴다. 그래야 술술 읽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밀도에도 많이 신경 쓴다. 대사를 매만지고, 말풍선의 위치와 한 칸에 담을 정보의 밀도를 고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쉽게 읽히되 적정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는 자주 보나.

“요즘은 둘째가 태어나 자주 못 보지만, 영화를 참 좋아한다. 영화는 지금 이 시대의 가장 호사스런 예술 같다. 음악, 영상, 기술, 막대한 자본에 배우까지 들어가니까. 그에 비해 만화는 소소하고 사적이라, 작가 개인 성향을 잘 드러낼 수 있다. 윤태호 작가의 말처럼 만화는 망해도 혼자 망한다. 수많은 작가가 웹툰으로 여러 빛깔의 세상을 담아내려는 시도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 라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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