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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의 코스닥 20년] 산전수전 겪으며 ‘한국판 나스닥’으로 성장 중

온라인 중앙일보 2016.07.23 00:01
이른바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발한 코스닥이 7월 1일로 개설 스무 해를 맞았다. 코스닥은 지난 20년 동안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며 신성장 동력 육성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형 성장도 두드러진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개설 당시보다 27배로 커졌다. 세계 신시장에서 3위에 올랐다. 여전히 한계도 뚜렷하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88%가 넘는다. 작전세력이 개입하기 쉬운 테마주도 기승을 부린다. 상장기업 정보 제공 확대, 기관·외국인투자자 참여 유도 등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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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이버는 코스피의 대표적 대형주다. 시가총액 24조원으로 7월 11일 기준 전체 6위다. 하지만 네이버는 코스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했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은 2002년 10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197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5년 만인 2007년 약 12조원으로 불어났다. NHN은 코스닥에서의 성장을 발판으로 이듬해 코스피로 옮겼다.

중소·벤처기업에 자금 조달 역할 … 과도한 개인투자자 비중, 테마주 기승 약점

#2. 의류기업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 올 2월에야 주식 거래를 재개했지만 4년 연속 적자를 낸 바람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런 회사의 주가가 3월 들어 2만원에서 18만원으로 치솟으며 한때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주가는 열흘 만에 급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뒤늦게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발한 코스닥이 7월 1일로 개설 스무 해를 맞았다. 코스닥은 지난 20년 동안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며 신성장 동력 육성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도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란 한계도 여전하다.
 
| 지난해 나스닥에 이어 상장 실적 2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206조원이다. 개설 첫 해인 1996년(7조6000억원)에 비하면 27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9배로 성장했다. 나스닥과 중국 선전시장 창업판(차이넥스트·Chi-Next)에 이어 세계 신시장에서 3위(시가총액 기준)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3조4000억원으로 출범 당시(20억 원)의 1650배 수준이다.

증시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실적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회사는 총 122곳으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2년은 IT기업 열풍이 분 시기로 153곳이 상장했다. 세계 IPO 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황임에도 코스닥은 해외 주요 신시장 중 나스닥(275곳)에 이어 상장 실적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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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일변도에서 바이오·문화콘텐트 강세로

질적 성장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상장법인의 평균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 자기자본 규모는 2005년에 비해 각각 54%, 428%, 116% 늘어났다. 코스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전성 저해행위도 큰 폭으로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관리종목 공시위반·횡령배임 등의 행위는 96건이다. 2011년 203건과 비교하면 52.7% 줄어든 수치다.

상장종목도 질적으로 변화했다. 출범 초기엔 통신·IT 업종이 주도했다. 1999년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은 한통프리텔·한솔피씨에스·하나로통신·새롬기술·한글과 컴퓨터다. 최근엔 바이오·헬스케어·문화콘텐트 기업이 강세다. 6월 현재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은 셀트리온·카카오·동서·CJ E&M·메디톡스다.

코스닥은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장했다. IT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2000년 3월 10일 지수가 2834.40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자 급전직하했다. 이에 거래소는 2004년 1월부터 기준 지수를 10배로 높이고(100→1000), 이전 지수도 같은 식으로 환산해 제공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영향과 기업 경영진의 비위 사건이 잇따르며 2008년 10월 27일엔 사상 최저치인 261.20로 내려갔다. 2009년부터 거래소가 상장 실질심사 도입, 퇴출 요건 강화 등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며 조금씩 신뢰가 회복됐다. 2014년부터 신규 상장 기업 수와 시가총액이 늘었다. 공모금액도 지난해 2조1190억원으로 2012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다.

거래소는 코스닥의 향후 20년을 준비 중이다. 최경수 한국 거래소 이사장은 7월 1일 서울 사옥에서 열린 ‘코스닥 시장 개장 20주년 기념식’에서 “코스닥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밝힐 미래성장 산업의 등용문이자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술주 중심 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모든 미래성장·기술형 기업을 위한 또 하나의 메인보드로 코스닥 시장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산업구조 재편에 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IT·바이오기술(BT)·콘텐트기술(CT) 분야의 선도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특히 핀테크·정보통신기술(ICT)·빅데이터·가상현실(VR)·바이오 신약 기술 기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코스닥의 문을 유망 기업에 열고자 기술특례상장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장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코스닥에 상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기술특례상장을 거친 15개 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171억원으로 상장 당시 매출액보다 23% 늘었다.

거래소는 6월 30일 스타트업 및 중소·중견기업의 인수·합병(M&A) 지원을 위한 ‘KRX M&A 중개망’도 열었다. 중개망은 산재된 M&A 정보를 한데 모으고 시장 정보를 교류하게 된다. 기업공개(IPO) 이전에도 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해 이자금이 다시 창업 투자에 사용되는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타트업 기르기에도 나선다.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본부 산하에 창업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창업 초기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는 걸 확대하고, 이를 통해 투자 수요를 확충할 목적에서다.

코넥스 시장 개념 재정립을 통해 자금 조달 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이르면 9월에 ‘거래소 스타트업 시장(KSM)’을 열 예정이다. KSM은 자체적으로 크라우드 매칭펀드 등을 조성해 기업을 지원하고,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기업을 성장시켜 코넥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다음 코넥스 기업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한 기업군으로 육성한다. 실제 코넥스 기업이 신속하게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크라우드펀딩→KSM→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현재 코스닥의 체질은 80%가량 개선됐다고 본다”며 “코스닥은 앞으로 성장·기술형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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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기르기도 적극 나서

사람 나이론 성년이 된 코스닥이지만 아직 개선할 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테마주’다. 그룹을 형성해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테마주가 코스닥엔 수시로 등장한다. 실적 등 기업 가치가 주가의 평가 기준이 돼야 할 주식시장에서 테마주는 건전한 투자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것이 코스닥 1세대 테마주인 IT 및 인터넷 관련 종목이다. 미국 IT산업의 중흥과 함께 한국 IT 테마주는 1999년부터 2000년 말까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닷컴’ ‘테크’ 등이 회사 이름에 들어간 종목이 당시 코스닥 시장을 점령했다.

지난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된 새롬기술(현 솔본)은 인터넷전화를 주무기로 코스닥에 안착한 후 주가가 6개월 만에 150배 이상 뛰기도 했다. 하지만 새롬기술 등 IT·인터넷 테마주는 미국 IT산업의 버블이 꺼지면서 함께 쇠락했다.

이는 곧바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코스닥 전체가 3∼4년 간 암흑기를 맞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IT와 인터넷 테마주 열풍은 이른바 ‘묻지마 투자’ 문화의 영향이 컸다”며 “관련 테마주의 부실이 드러나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고, 이로 인해 코스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치 테마주도 코스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코스닥에 본격적으로 정치 테마주가 형성된 건 인터넷이 보급된 16대 대선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청권 수도이전 계획’을 공약으로 계룡건설·대아건설·한라공조·영보화학 등 충청권에 연고를 둔 기업이 주목받았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에 따라 중소 건설사들이 급등했다. 이른바 ‘대운하 관련주’로 삼호개발·이화공영·동신건설이 수중공사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급등했다. 철제 거푸집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삼목정공이,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려면 소백산맥을 뚫어야 한다는 논리로 북악터널 공사를 했던 울트라건설이 테마주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후 선거철만 되면 정치 테마주가 난무하는 현상은 코스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이 함께 치러진 2012년에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대선 후보 중심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도 정치 테마주는 증시를 혼란하게 했다. 내년 대선에도 정치 테마주의 등장이 이어질 걸로 보인다. 정치 테마주는 주가 상승의 근거가 희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 문제다. 회사 사업 실력과 무관하게 회사 고위층이 유력 정치인의 먼 친인척, 고향 선후배,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상승한다.

이렇다 보니 테마주는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대 대선 정치인 테마주 147개 종목을 분석해 봤더니 전체의 3분의 1인 49개가 시세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의 개입으로 발생한 걸로 나타났다.

테마주는 작은 충격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코스닥의 내구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지난해 4월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가짜 백수오’ 의혹으로 급락하자 코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5% 넘게 폭락했다. 이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88.5%였다.

코스피에 진입하기 전에 거치는 ‘마이너 시장’이란 이미지도 벗어나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3월 코데즈컴바인 사태는 코스닥 규모가 선진국 모험자본 시장보다 작아 일어났다”며 “상장기업 정보 제공을 강화하며 신뢰를 구축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마이너 시장’ 이미지 벗어나야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는 코스닥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기관·외국인의 투자 확대가 필요한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국내외에서 코스닥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합동 기업설명회(IR)와 기업탐방을 활성화 하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과 라이징스타 기업에 특화된 IR도 확대할 예정이다. 상장법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공시는 편의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거래소는 ‘원스톱 공시지원시스템’, 모바일 공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해 기업친화적 공시 인프라를 만들기로 했다. ‘찾아가는 공시서비스’도 확대해 기업의 공시 편의를 보장할 계획이다. 코스닥 투자 수요에 최적화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 상품을 늘리고 코스닥150 지수 등 시장 특화형 파생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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