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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g 지카 모기 무서워…1만6700t 배 띄우는 미국

중앙일보 2016.07.22 00:34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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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은 가까이, 모기는 멀리.’

NBA 스타들 총출동 농구 드림팀
선수촌 대신 호화 크루즈서 생활
“모기, 7.6m 이하에서 주로 서식”
영국은 3층 이상으로 숙소 잡아
한국, 유칼립투스 성분 든 옷
양궁·골프 특수 경기복 만들어

다음달 5일 리우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각국 선수단의 목표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럴 것이다. 각국 선수단은 선의의 경쟁 못지않게 ‘모기와의 전쟁’ 준비에도 한창이다. 브라질을 강타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집트 숲 모기와 흰줄 숲 모기가 매개체인 지카 바이러스에 걸리면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 0.002g에 불과한 리우 모기는 말라리아·뎅기열·신종 플루 등 다양한 질병을 전염시킨다.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모기 퇴치를 위한 각국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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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몸값의 NBA 선수들로 ‘드림팀’을 구성한 미국 농구대표팀은 ‘선상(船上) 선수촌’을 띄우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리우 인근 프라카 마우아항(港)에 300명을 태울 수 있는 1만6700톤급 초호화 크루즈 선을 띄워 숙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배 주위를 철저히 통제해 범죄도 예방하고 질병 감염 가능성도 낮추겠다는 게 미국 농구대표팀의 구상이다. 미국 방송사 NBC는 “미국 농구대표팀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기간에도 호화 유람선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농구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 선수단은 ‘하얀 담요 군단’으로 변신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모기 피해를 막기 위해 선수와 스태프·임원진을 합쳐 1100여 명에 달하는 선수단 전원에게 방충 및 살충 효과가 있는 하얀색 특수 담요를 지급키로 했다. 각 종목별 경기장마다 흰 담요를 두른 미국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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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표팀은 ‘고층 거주’를 선택했다. 사람의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대부분 높이 25피트(7.62m) 이하에 서식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선수촌 내 숙소를 3층 이상에 집중 배치한다. 1~2층은 선수들의 옷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 또는 사무실·의무실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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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선수단 전원에게 체온계를 지급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체온을 재도록 했다. 모기 관련 질환 감염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서다. 싱가포르 패럴림픽 선수단은 야전용 방충제 성분으로 표면을 특수처리한 선수복을 입는다.

대한민국 선수단도 모기의 공격에 대비해 다양한 ‘방패’를 준비했다. 우선 모기 기피용품을 충분히 확보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모기기피제 2700개,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1000개, 액체 전자모기향 100개, 원터치 싱글 모기장 400개, 전기모기채 150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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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기피제는 스프레이 형태 뿐만 아니라 목걸이 형태도 있다. 선수들이 목에 걸고 다니면 반경 2m 내에선 모기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원터치 싱글 모기장은 버튼을 누르면 침대 크기로 펼쳐진다. 150개를 총 550만원에 구입했다.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전기 모기채 150개도 총 112만5000원에 샀다. 살충제는 현지에서 추가 구입한다. 특수 경기복도 활용한다. 야외에서 경기를 펼치는 골프와 양궁 대표팀은 특별한 원단으로 제작한 옷을 입는다. ‘천연 모기퇴치제’라 불리는 유칼립투스의 성분이 들어간 옷이다.

대한체육회는 질병관리본부와 손잡고 선수단을 대상으로 질병예방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지카 바이러스 전염 매개체인 흰줄 숲 모기는 몸 전체가 검은 색이고, 가슴 등판과 다리에 흰색 줄무늬가 있다. 주로 숲 주변에 서식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에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2일에서 최대 14일로 다양하다. 감염자의 80%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 반점구진성 발진(피부에 반점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나 발열·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한체육회 선수촌 배문정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선수들에게 모기가 싫어하는 밝은색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선크림을 바른 뒤 모기퇴치제를 2~3시간 단위로 뿌리라고 강조했다”며 “가임기 여자 선수는 귀국 후 최소 2개월 동안 임신을 피해야 하고, 남자 선수 역시 2개월 동안 성관계를 피하거나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모기 정도는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다. 여자 사격 25m 권총에 나서는 김장미(24·우리은행)는 “지난 4월 리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에 다녀왔다. 모기 퇴치제를 발랐더니 한방도 안물렸다”고 말했다. 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겸 레프트 김연경(28·페네르바체)은 “아직 임신할 생각이 없다”며 웃어 넘겼다. 최민호(35) 유도대표팀 코치 는 “금메달을 향해 달리는데 모기 따윈 문제 없다”고 말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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