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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구나 멸종위기 초록거북, 눈부셔라 형형색색 열대어

중앙일보 2016.07.22 00:06 Week& 4면 지면보기
| 시크릿 아시아 ⑤  말레이시아 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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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 ‘르당’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초로 지정한 해양공원이다. 물고기 3000종과 산호 500종이 산다.



아는 이 없는 남국의 파라다이스. 이런 진부한 수식어가 붙는 섬은 동남아시아에 허다하다. 조금 더 범위를 좁혀보자.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사장이 있고, 비취색 바다에 온갖 생명이 사는 곳. 이것도 흔하다. 그렇다면 다른 바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녀석들, 이를테면 바다거북과 상어(식인상어는 아니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봤음직한 희귀 물고기도 있는 바다는 어디 없을까. 남중국해에 떠있는 말레이시아의 섬 르당(Redang)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다. 르당은 말레이시아 최초의 해양공원으로, 국가에서도 각별히 관리하는 천혜의 자연이다. 가는 길이 조금 번거롭지만 르당이 품은 비경을 만나려면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할 만하다.
 

이슬람의 도시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 중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등 각별 유의.”

지난달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에 뜬 문자 메시지다. 외교부가 친절히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다. 헌법은 ‘종교는 자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교는 이슬람교다. 국민의 약 60%가 무슬림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 지도자 술탄(Sultan)은 정치 지도자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의 13개 주(州) 모두 술탄이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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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를 향해 걸어가는 현지인의 모습.


외교부의 메시지와는 달리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히잡 쓴 여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대추야자 열매를 나눠줬고, 면세점에서는 떠들썩하게 라마단 특별 세일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탔다. 르당에 가기 위해선 우선 말레이 반도 북동쪽에 있는 쿠알라트렝가누(Kuala Terengganu)를 가야 했다. 쿠알라트렝가누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500㎞ 떨어진 도시이자 트렝가누 주(州)의 주도(州都)다. 공항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술탄 마흐무드 공항. 트렝가누의 16대 술탄 ‘마흐무드’를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 쿠알라트렝가누 시내에서 묵은 호텔은 이슬람 사원을 그대로 본뜬 모양을 하고 있었다. 호텔 바로 뒤편의 모스크에서는 코란 외는 소리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트렝가누 주 인구의 약 95%가 무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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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당으로 가는 관문 도시 ‘쿠알라 트렝가누’의 야시장 풍경.


늦은 밤 야시장을 구경하러 나갔다. 약 1㎞ 거리에 저렴한 옷가지와 잡화,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불야성을 이뤘다. 모스크에서 기도 소리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이어서인지 허기를 달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 사이에 섞여 볶음국수와 튀긴 어묵, 과일 주스를 사먹었다. 여느 동남아시아의 길거리 음식처럼 맵고 달고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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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트렝가누 차이나타운의 골목.


이튿날 아침에는 지척에 있는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19세기 말 트렝가누에 중국 상인이 대거 이주하면서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다. 당시 지은 중국풍 건물 수백 개가 온전히 남아 있다. 유네스코(UNESCO)가 이 일대를 역사지구로 지정해 보존하는 이유다. 예쁜 카페에서 말레이시아 전통 카야 토스트와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장거리 이동과 무더위로 슬슬 풀렸던 동공이 또렷해졌다.


초록거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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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차이나타운 인근 선착장에서 르당으로 가는 여객선에 올라탔다. 300명 정원의 여객선에 승객은 여남은 명이 전부였다. 선원이 “라마단 기간이라 휴가를 가는 말레이시아 사람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4열 좌석에 모로 누워서 1시간 30분 동안 쪽잠을 자고 나니 섬에 다다랐다. 선착장에서 리조트 차량을 타고 섬 북쪽으로 향했다. 섬에서 가장 조용한 해변에 들어선 리조트를 예약했다. 야자수 우거진 숲을 지나니 우윳빛에 가까운 백사장이 펼쳐졌다. 비로소 기분이 느즈러졌다.
 
사실 르당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들었다.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행 전문가 사이에서는 바다만큼은 말레이시아, 아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르당은 면적 10.32㎢에 불과한 아담한 섬이다. 서울시 중구 면적과 비슷하다. 하나 말레이시아 42개 해양공원(Marine Park) 중 가장 많은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물고기만 3000종이 되고 산호는 500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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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짐을 집어던지고 레크리에이션 센터로 달려갔다. 마침 배를 타고 나가 바다거북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본·호주 등에서 왔다는 관광객과 함께 작은 보트에 올라탔다. 리조트 앞의 텔룩 달람(Teluk Dalam) 해변에서 동쪽으로 약 5분을 이동했다. 선장이 배를 세우고 엔진을 껐다. 거북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에메랄드빛 바다 깊은 곳에서 검은 물체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초록거북이었다. 선장은 바다로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풍덩. 바다에 뛰어드니 한 마리가 아니었다. 등 껍질이 1m는 족히 넘는 어른 거북 두 마리와 앙증맞은 새끼 거북 한 마리가 다가왔다. 강아지를 쓰다듬듯이 거북을 조심스럽게 만져봤다. 선장이 오징어 조각을 계속 던져주어서인지 거북들은 한참 동안 배 주변을 어슬렁댔다. 약 30분을 거북이와 물놀이를 즐겼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배에 올라탄 관광객이 횡재를 했다며 연신 “럭키(Lucky)! 럭키!”라고 소리쳤다. 일본인 아이바 히데키(54)는 “오직 거북을 보기 위해 르당을 찾아왔다”며 “하와이를 비롯해 태평양의 수많은 바다를 가봤지만 거북을 만지면서 함께 유영한 건 난생 처음”이라며 감격해 했다.



‘도리를 찾아서’의 바다

 
초록거북은 멸종위기종이다. 어미가 알 1000개를 낳으면 이 중 1마리만 살아남아 부화를 한다고 한다. 쿠알라트렝가누에 있는 ‘바다거북 보호센터’에 따르면 거북 알 요리, 지구 온난화, 해양 개발 등으로 인해 초록거북을 비롯한 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바다거북 7종 가운데 르당에만 4종이 산단다. 이 중에서 초록거북이 95%로 가장 많다. 카누를 타면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만난 녀석도 모두 초록거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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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당은 세계적인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명소다.


거북을 봤으니 이제 물고기와 산호를 만날 차례다. 마침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있어 참가했다. 3시간 동안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산호와 물고기가 많은 포인트를 들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주요 포인트는 르당이 거느린 동남부의 작은 섬 주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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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배가 멈춘 곳은 피낭(Pinang) 섬 부근이었다. 수심 약 5m의 바다는 그야말로 산호와 열대어의 낙원이었다. 동남아시아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포리고기부터 나비고기·청비늘돔 등이 수려한 외모를 뽐냈다.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에서는 꼬리와 지느러미에 검은 점이 있는 흑기흉상어도 출몰했다. 호주인 리아나 유(42)가 “호주의 대보초(大堡礁)에는 큰 물고기가 많지만 르당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가 많다”며 “바닷물이 따뜻해 오랜 시간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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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캐릭터 ‘니모’로 알려진 흰동가리.


스노클링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바로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다. 먼저 40분 동안 리조트 수영장에서 적응 훈련을 했다. 르당에는 30개가 넘는 다이빙 추천 포인트가 있는데, 자격증이 있는 다이버만 갈 수 있단다. 아쉬움을 머금고 리조트 앞바다에서만 놀았다. 그래도 수심 10m의 바다여서 르당 바다의 화려한 속살을 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세상의 모든 색깔이 바다에 꼭꼭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멀찍이서 내려다봤던 산호와 물고기, 해삼과 조개가 눈앞에서 춤을 췄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니모’로 알려진 흰동가리가 말미잘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르당을 다녀온 뒤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를 봤다. 첨단 기술로 묘사한 바닷속 세계는 르당의 바다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비록 도리를 만나진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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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르당은 4~10월 사이가 여행하기에 제일 좋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우기다. 우기에는 리조트도 대부분 문을 닫는다. 7~8월 최고 기온 31도, 최저 기온 23도. 한국에서 르당으로 가는 직항이 없다.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쿠알라트렝가누로 간 뒤,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에어아시아엑스(airasia.com)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매일 2회, 부산~쿠알라룸푸르 주 4회 운항한다. 쿠알라룸푸르~쿠알라트렝가누 국내선은 하루 4회 운항. 에어아시아의 간편 환승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승지에서 수화물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기내식·위탁 수화물은 웹사이트(airasia.com)나 모바일 앱에서 예약하면 저렴하다. 추가 요금을 내면, 만 1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 저소음 구역(Quiet Zone), 좌석 간격이 넓은 핫시트(Hot seat), 비즈니스 클래스 개념의 플랫베드(Flat Bed)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
 르당에 들어가는 여객선은 쿠알라트렝가누 샤반다르 제티(Shahbandar Jetty) 선착장에서 하루 두 번 운항한다. 요금 편도 55링깃(약 1만5800원). 숙소는 프라이빗 비치를 끼고 있는 섬 북쪽의 타라스 리조트(thetaaras.com)를 추천한다. 1박 약 20만원부터. 저렴한 숙소는 섬 동쪽 롱비치에 많다. 해양 레포츠는 리조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거북이 구경 70링깃, 섬 일주 스노클링 155링깃, 다이빙 체험 340링깃.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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