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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납치했다' 홀몸 노인 상대로 보이스피싱 7000만원 가로채

중앙일보 2016.07.21 10:14
 
지난 4일 낮 12시쯤 인천 계양구에 사는 A씨(65·여)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아들 이름이 XXX아니냐? 당신의 아들을 납치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놀란 A씨는 아들에게 연락하기 위해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이 남성은 "전화를 끊으면 당장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범인이 전화를 끊자 이번엔 아들로 추정되는 남성이 "엄마 나 납치됐다.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당황한 A씨는 이날 은행에서 전 재산인 3000만원을 찾아 범인이 '돈을 가져다 두라고 한 곳'에 전달했다. 전화를 끊은 뒤 즉각 아들에게 연락한 뒤에야 A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됐다.

아들을 납치했다고 속여 홀몸 노인들에게 7000여 만원을 가로챈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국내 전달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1일 사기 혐의로 중국 동포 B씨(33)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 4∼5일 A씨 등 2명에게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속여 현금 7000여 만원을 건네받은 뒤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혐의다.

그는 조직에서 넘겨준 개인 정보로 A씨 등의 아들 이름을 미리 알아낸 뒤 정말 감금된 것처럼 아들 목소리를 흉내 내 직접 전화를 했다. 이를 믿은 A씨 등은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다.

그는 A씨 등에게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아파트 화단 등지에 두도록 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채 조직에 건네줬다. 그리고 수수료로 10%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홀몸 노인으로 빌딩 청소와 식당 일을 하며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B씨 등에게 빼앗겼다"며 "B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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