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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매매 관여 안 했다던 우 수석 “계약 때 장모 위로하러 가”

중앙일보 2016.07.21 02:07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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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민정수석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해 1월 민정수석이 된 후 우 수석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건 처음이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개 해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청와대 기자실 찾아 50분 해명
손으로 책상 치며 의혹 부인
“아들 문제까지 거론해 고통”

우 수석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어 가며 50여 분 동안 각종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민과 대통령을 위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론 모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를 보면 가정사라든지 아들 문제까지 거론해 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긴 시간 말을 했지만, 우 수석이 자청한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김정주 NXC 대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브로커 이민희씨 등 3명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강남 땅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 “1300억원이 넘는 거래에서 금액을 줄이는 게 가능한 얘기냐. 우리가 성실히 세금을 내기 위해 땅을 판 건데 세금을 줄이려고 다운계약했다는 건 연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땅을 산 쪽에서 처리한 일을 자꾸 땅을 판 쪽에다 의혹을 제기하는 게 답답하다”고도 말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당시 우 수석이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선 “장인이 돌아가신 뒤 살림만 하시던 장모님이 큰 거래를 하는 게 불안해 (사위인 내게) 와 달라고 해서 갔다.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장모님이 많이 우셨는데 위로해 드린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우 수석은 18일 해명 때는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었다.

정운호 전 대표를 몰래 변론했고, 브로커 이민희씨와 어울려 다녔다는 보도도 강하게 부인했다. 경향신문은 20일 이민희씨의 운전기사가 한 발언을 인용해 “우 수석과 이씨가 2~3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우 수석은 “그 사람이 누구를 봤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 사람들(정운호·이민희)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니 저도 설명드리기 답답하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우 수석은 “어떤 신문에선 ‘우리가 기사를 다 써놨다. 기사를 빼고 싶으면 우리 신문에 선임계를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내왔다”며 “모멸감을 느껴 끝까지 답을 안 했다. 그랬는데 오늘 보니까 선임계를 낸 건 맞다고 기사에 써놨더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하는 우 수석의 눈은 충혈됐지만 어조는 담담했다. 하지만 특정 보도를 거론하는 대목에선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억울하다는 듯이 책상을 손으로 치는 장면도 있었다. 긴 설명 이후에도 기자들과 문답이 이어졌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의경 아들 꽃보직 의혹’은 사실인가.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다. 유학 가 있는 아들에게 군대 가라고 해서 간 거다. 병역기피가 아니다. 아들 상사라는 사람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 부탁이고 뭐고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
강남 땅은 당시 부동산 침체기여서 매수자가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그 땅은 강남역 바로 옆의 요지다. 400명 넘은 사람이 매수 문의를 했다고 한다.”
공직자는 의혹의 진위를 떠나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르는 사람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대해 그러는 것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홍만표 변호사와는 같이 일을 많이 했나.
“(화난 목소리로) 오늘 신문에 나온 거 그거 딱 한 건 했다. 다른 8건(경향신문 보도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있으면 제시하라고 해라.”
검찰 수사엔 응할 것인가.
“부르면 가겠지만 저는 어차피 (검찰에서도) 모른다,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우병우 “검찰에서 부르면 나가겠다”
 
우 수석은 “이제 일일이 해명하지는 않겠다. 전체적으로 보고 문제가 있으면 모아서 대응하겠다. 이런 상황에선 업무를 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달라”고 말한 뒤 간담회를 마쳤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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