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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민간단체가 인성교육 프로그램 주도

중앙일보 2016.07.21 01:29 종합 18면 지면보기
미국의 학교 개선법은 배려·존중 등의 가치를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명문화한 법이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엔 1980년대 미국에서 급증하던 학교 내 폭력과 총기 사고, 약물 중독 등이 있다. 미국 정부는 갈수록 심해지는 청소년 문제의 대책으로 인성교육을 선택했고 94년 이 법을 제정했다.

독일, 인류애를 교육 최우선 목표로
테러 잦은 프랑스 인성교육 강화

현재 미국 18개 주에서 학교 인성교육이 법적 의무로 규정돼 있고 17개 주는 인성교육을 권장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캘리포니아는 2000년 주 교육법을 개정해 인성교육을 의무화했다. 모든 교사가 도덕성, 정의감, 권리와 의무, 평등 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 정부는 모든 교사에게 인성교육 지침을 제공하며 매년 10월을 인성교육의 달로 지정했다.

미국 인성교육의 특징은 학교와 지역사회 등 민간 영역 간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학교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민간 비영리단체가 주도하고 학교나 교육청이 관리·감독한다. 인성교육협회(CEP) 등에서 우수한 민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선정해 학교에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최대 인성교육기관인 조셉슨연구소의 마이클 조셉슨 박사는 “인성교육이 성공하려면 학교와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애와 공존 등의 가치를 중시하게 됐다. 서민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독일에서 인성교육은 한두 가지 정책이나 프로그램으로 국한되지 않고 학교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활동이다”고 말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육법은 인류애와 평화 애호, 타인 존중과 도덕적·정치적 책임감을 교육의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이런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이유로 시험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과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회·문화적 조건이 다른 나라지만 교사의 권위가 서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프랑스는 ‘함께 살기’에 초점을 맞춘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최대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엄한 규칙을 정해 스스로 자유를 제한하도록 한다. 아울러 별도 교과목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윤리’ 교과를 2013년 부활시켰다.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겪은 뒤 프랑스 교육부는 더불어 사는 삶의 능력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더욱 강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15년 시행된 교육 과정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년에서 자유·평등·존엄성·관용·차별 금지 등을 다루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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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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