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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변형”

중앙일보 2016.07.21 00:55 종합 23면 지면보기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19일 서울 종로의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신교 내부를 향한 자성과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토론회
“대형화가 올바른 목회 척도 돼
영적 기업가 문화에 저항해야”

토론자로 나선 양현혜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교회는 현세의 부와 성공을 신의 축복으로 강조하고, 신자들에게 유능한 자본주의적 생산인이 될 것을 복음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촉구하고 있다”며 “교회 자체가 자본주의적 기업으로 변형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교회의 대형화’도 우려했다. 국내 5만여 개의 교회 가운데 주일 예배에 1만 명 이상 모이는 메가처치는 19개다. 반면 한국 교회의 60%는 신자 수 50명 미만의 영세한 교회들이다. 양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들이 대형화에 성공한 소수의 교회를 선망하고 있다. 실제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대다수의 교회들이 대형 교회의 조직 원리와 신앙 언어를 모방한다. 교회의 대형화를 성공한 목회, 올바른 목회의 척도로 삼고 있다”며 “성공한 목회와 올바른 목회의 기준을 대형화에 두다 보면, 교회와 기업이 혼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학자 데이비드 마틴은 한국 개신교의 문화를 ‘영적 기업문화(A spiritual enterprise culture)’라고 신랄하게 꼬집은 바 있다. 양 교수는 이 말을 인용하며 “예수님의 발 아래 값비싼 향유를 붓는 여인처럼 ‘사랑’이라는 ‘고귀한 낭비’를 가르치는 기독교 정신은 자본주의 정신을 비판하며 대안적 삶을 방식을 모색하는 정신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교회와 기업이 혼돈돼 있어 ‘고귀한 낭비’로 성숙하지는 못하는 기형적 종교가 됐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또 기독교를 ‘성공의 종교’로 오도하려는 모든 ‘영적 기업가 문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김주한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최태육 목사(예수님의 교회)는 ‘학살과 기독교인들의 배타성’을, 성백걸 교수(백석대)는 ‘민주화 이후 한국교회가 걸어온 길을 반성하면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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