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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어느새 256GB…PC 뺨치는 휴대폰

중앙일보 2016.07.21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최근 스마트폰을 교체한 정미선(35·여)씨는 32GB와 64GB 모델 중에서 고민하다 5만원 가량을 더 주고 64GB 모델을 골랐다. 갓 돌 지난 아이를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점점 늘어나면서 직전까지 쓰던 32GB 스마트폰도 용량이 다소 모자란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다.

TV·오디오로 즐기던 콘텐트에
360도 카메라 가상현실 동영상 인기
고객들, 용량 큰 제품 선호 늘어
갤노트7 64GB, 아이폰7 256GB
초고용량 외장형 메모리도 잘 팔려

그는 “포털사이트의 클라우드(데이터 외부 저장) 서비스에 자주 사진과 동영상을 옮겨놓는 편인데도, 화질이 좋아서인지 금방금방 용량이 다 찼다는 메시지가 뜨곤 했다”며 “아이 동영상을 많이 찍는 엄마들은 64GB 용량도 빠듯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출시된 삼성전자의 128GB 외장형 메모리 마이크로SD카드는 포장상자 표면에 설원을 활강하는 스키어의 사진을 넣었다. 초소형 캠코더인 ‘액션캠’을 달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며 동영상을 찍는 매니어 층이 주요 타겟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제품 출시 당시 미국 주요 가전매장에서 액션캠을 사면 마이크로SD카드를 할인해 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불과 반년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올 6월 출시한 이 회사의 256GB 마이크로SD카드는 포장상자 표면에 자사의 스마트폰 갤럭시S7 사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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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저장 용량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이 외장형 메모리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드론 중계나 액션캠 사용자 등에 국한되던 마이크로SD카드 시장이 급속히 대중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고용량화에 속도가 붙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발전하며 갈수록 사진·동영상 크기가 커지는데다, 스마트폰으로 초고화질 영화와 고음질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도 점차 늘어서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콘텐트 보급이 본격화하면 스마트폰 용량에 대한 수요는 폭증할 거란 전망이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대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고용량화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8월 나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32GB 모델 없이 64GB 모델 한 종류만 나올 걸로 예상된다. 기본 내장메모리 용량이 64GB인 스마트폰이 나온단 얘긴데, 기본 용량은 16GB 또는 32GB가 일반적인 스마트폰 업계에선 최초의 시도다. 9월 출시되는 아이폰7도 내장메모리 용량에 새 역사를 쓴다. 업계는 아이폰7이 16GB 모델을 없애고 256GB 모델을 추가, 처음으로 256GB 용량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걸로 내다본다. 아이폰7의 용량 옵션은 32GB, 64GB 또는 128GB, 256GB가 될 거란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막 자리를 잡던 2000년대 후반만 해도 4GB나 8GB 제품이 대세였다. 당시엔 동영상과 사진의 화질이 지금처럼 선명하지 않아 개별 영상 파일이 그리 큰 저장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카메라가 발전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2012년엔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1000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2013년엔 스마트폰으로 초고화질 울트라HD(U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으로 찍는 4K UHD 동영상의 경우 256GB 메모리로도 4시간 분량을 다 담아낼 수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360도 카메라 보급이 확대되며 가상현실(VR) 콘텐트가 늘어나면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는 또한번 크게 뛴다. 360도 카메라는 특정 공간을 한 각도가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동시에 촬영해 동영상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 같은 오락용 콘텐트에 쓰일 수도 있지만, 어린이집 등에선 사각지대 없는 촬영이 가능해 점차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VR 콘텐트는 4K UDH 동영상보다 저장 공간이 두 배 이상 많이 필요하다”며 “VR 콘텐트가 대중화되면 스마트폰의 용량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스마트폰 한대에 탑재되는 저장용 메모리반도체(낸드플래시)의 평균 용량이 내년부터 껑충 뛴다고 내다본다. 지난해 20.4GB였던 평균 용량이 내년엔 두 배 이상인 42.1GB로, 2020년엔 94.3GB로 뛸 거란 게 IHS의 예측이다. 2018년엔 내장 용량이 512GB인 스마트폰도 출시될 걸로 이 업체는 전망했다.

스마트폰에 끼워쓰는 마이크로SD카드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외부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이 갤럭시S6에서 선보였던 128GB 모델을 없앤 이유가 바로 이 외장메모리 때문이다. S6에선 없었던 마이크로SD카드 장착장치를 탑재한 뒤 “64GB로 부족한 용량은 외장형 메모리로 보충하라”고 유도하는 셈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TV나 오디오로 즐기던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갈수록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덩치가 큰 동영상·음악 파일을 담아둘 공간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으로 3차원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카메라 기술이 진일보 하면 저장 용량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1GB(기가바이트)=컴퓨터 기억장치의 저장 용량 단위. 1024MB(메가바이트)와 같은 크기다. 보통 고화질(HD)의 2시간짜리 영화 한편이 1GB, 초고화질(UHD) 영화 한편이 5GB 정도다. 32GB 메모리엔 초고화질 영화를 6편, 64GB엔 13편 정도 담을 수 있는 셈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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