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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 덕에…31년 철강맨 김광선씨 크레인 몬다

중앙일보 2016.07.20 02:13 종합 4면 지면보기
#우경주(56·남)씨의 인생은 2013년 전과 후로 나뉜다. 1987년 공채로 롯데그룹에 입사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인사철마다 동기 중 가장 빨리 승진했고, 20년 만에 임원이 됐다. 젊었고, 자신감은 넘쳤다. 그러다 2013년 초 갑자기 퇴직 통보를 받았다. 회사에서 ‘워커홀릭’으로 손꼽히던 그에게 휴식은 고통이었다. 새로운 일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임원 시절 그를 우러러보던 이들은 전화조차 안 받았다.

재취업 원하면 일자리센터 두드려라
친구·지인 통해 일거리 찾다 실패
고용센터 가보니 “건설이 더 적합”
반년 만에 자격증 따 재취업 성공
공공 직업 알선기관 이용은 5%뿐
“정부·지자체 전문가 도움 활용을”

겨우 지방대 겸임교수 자리를 얻었지만 수업은 일주일에 고작 한 번. 삶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때 신청서를 넣었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호텔·관광 관련 재단에서 연구소장직을 공모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했던 롯데월드 대표 캐릭터인 로이·로티 무늬의 초콜릿과 쿠키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지원서를 냈다.

당시 우씨의 취업을 도운 황영희 소장은 “상당수 임원 출신 퇴직자가 실무를 떠난 지 오래돼 어려움을 겪는데 수없이 프레젠테이션(PPT) 내용을 고치는 걸 보고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 2년 만에 새 일자리를 얻었다. 당시 그가 낸 아이디어는 개발로 이어져 최근 롯데월드 안에 매장도 냈다. 우씨는 “컨설턴트의 조언과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회사에 31년 동안 다니다 퇴직한 김광선(59·남)씨가 퇴직 후 체감한 신분은 ‘은퇴자’가 아닌 ‘실업자’였다. 재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재취업 전문기관에서 우연히 받은 직업심리검사 결과가 그의 인생 후반기를 바꿨다. 철강보다는 건설 분야가 더 적합하다고 나왔다. 이를 믿고 천장크레인 운전기능사에 도전했다. 정부의 재취업 지원제도인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수강료 부담도 덜었다. 6개월 만에 자격증을 딴 그는 올 초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씨는 “만약 혼자 고민하거나 아는 지인에게 의지했다면 이 분야로 진출할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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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55~59세 구직자가 1년 동안 이용한 구직경로 1위는 ‘친구나 지인을 통해’(47.8%)였다. 고용센터와 같은 공공기관의 직업 알선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중장년층이 사회적 관계나 활동을 하는 단체 역시 종교단체(35.3%)나 친목단체(30.1%)가 대부분이다. 사회단체와 지역단체는 각각 8.5%, 2.7%에 그친다. 인생 후반전을 여는 중요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새로운 관계 형성도 꺼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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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틀에 갇히면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이 ‘재취업을 꿈꾼다면 지인과 친구 대신 일자리센터부터 찾으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정한나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능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취업이 쉽지 않은데 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며 “직업 알선, 재정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와 자치단체의 일자리 정보를 꾸준히 접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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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중장년층이 활용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다.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선 퇴직(예정)자를 위한 전직지원서비스와 여러 재도약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컨설턴트가 상담하면서 개인별로 맞춤형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용노동부 취업포털 워크넷이나 지역별 고용센터에서는 준고령자 직업선호도 검사, 적성검사를 할 수 있다. 재취업 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근로자 직업능력개발훈련(재직자)’ 프로그램이나 ‘내일배움카드(실업자)’도 활용할 만하다. 학원 수강료 등 훈련비를 최대 70%(연 200만원 한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혜진 수원고용센터 상담사는 “재취업을 위해선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꼭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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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이현택·김성희·장원석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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