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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곳곳 KFC 불매운동…한·일 상품으로 번질 조짐도

중앙일보 2016.07.20 01:41 종합 16면 지면보기
중국에서 미국계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지방 도시의 KFC 체인점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한국·미국·일본 상품 전반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에 관한 상설중재재판소(PAC)의 판결에 패소한 뒤 중국인들 사이에 애국주의가 고조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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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 후난성 창사의 KFC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KFC와 맥도날드는 중국을 떠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웨이보]

KFC 체인점을 겨냥한 불매 운동은 이날 오전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 러팅(樂亭)현에서 시작됐다. 수십 명의 시민이 KFC 매장 입구를 봉쇄한 채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중국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미국·일본·한국·필리핀을 배척하자. 우리 중화민족을 사랑하자”라고 적혀 있었다.

허베이서 시작, 11개 도시로 확산
KFC 점포 입구 막고 “중국서 나가라”
현수막엔 “미·일·한·필리핀 배척”
기업체 사장 “아이폰 사는 직원 징계”

인터넷을 통해 이 소식이 확산되면서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SNS에 따르면 18일에는 후난성 창사(長沙), 저장성 항저우(杭州), 장쑤성 양저우(楊州), 산둥성 린이(臨沂) 등 최소 11개 도시의 KFC 가게 앞에서 불매 운동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시간을 정해 특정 KFC 매장 입구에 모이는 방식을 택했다. 시위 군중은 ‘당신이 먹고 있는 것은 미국의 켄터키다. 우리 조상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말자’거나 ‘KFC와 맥도날드는 중국을 떠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19일에는 산둥성 덩저우(騰州)에서 초등 생들이 교사 인솔 하에 KFC 매장으로 찾아와 “중국 만세, 미국 상품 배척, 중국 영토는 한 치도 줄지 않을 것”이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불매운동은 한국·미국·일본 상품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의 현수막에는 ‘결단코 미국·일본·한국 상품을 배척한다’는 구호가 등장했다. 또 ‘한국 상품, 일본 상품, 켄터키, 도요다, 혼다, 아이폰/국난을 맞았는데 이를 사면 적들의 남중국해 공격을 돕게 된다”로 시작하는 애국시(愛國詩)도 퍼지고 있다. 한국 상품 배척 주장은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 중국인의 반한 감정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저우 소재 기업인 비나(比納)의 사장은 직원들에게 “지금 쓰는 아이폰을 다른 전화로 바꾸면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앞으로 아이폰7(9월 출시 예정)을 구매하는 직원은 징계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경찰은 집회에 대응해 군중을 매장 입구에서 일정한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 격리시키고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광둥·헤이룽장·산둥·장쑤성에서는 경찰의 권고로 영업을 일시 중단하는 KFC 매장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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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언론은 외국 제품 불매운동을 경계했다. 신화통신은 19일 논평 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미국을 겨냥해 KFC에서 음식을 사먹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애국을 표현하는 바른 방식이 아니다. 보다 이성적이고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수년 전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일부 시민들이 애국이란 이름으로 일제 자동차를 파괴했지만 결국 가해자가 배상하고 형사 처벌을 받았음을 상기시켰다. 일부 네티즌들도 “이는 애국이 아니고 소동일 뿐”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고 불매 운동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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