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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괜찮다는 혼잣말 소용없어, 친구와 수다가 불안 줄여줄 거예요

중앙일보 2016.07.20 00:01 강남통신 10면 지면보기
묻지마 범죄 때문에 불안한 2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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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밖에 나가는 것도 이젠 겁나요)

직장에 다니고 있는 20대 후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보다 우리나라의 치안 상태가 좋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을 통해 강남역 사건 등 ‘묻지마 범죄’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낯선 사람이 말만 걸어도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에게도 그런 묻지마 범죄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딱히 예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대중교통·엘리베이터 등 일상적인 장소에서도 불안합니다. 자주 두려움을 느끼고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그런 두려움은 최근 미국에서 연이어 발생한 총기 살인 사건을 보고 더 증폭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데도 말이죠. 점점 집에만 숨어 있으려는 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행동해보세요, 마음이 달라져요)

불안·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편은 하지만 병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생존 측면에서 보면 행복·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 반응보다 더 소중한 녀석들인데요. 우리 뇌 안에는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스트레스 공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라고 하면 나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관리라고 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없애거나 피하는 것으로 보통 생각하죠. 그러나 스트레스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면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 쫓아다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외부에서 위협이 찾아 왔을 때 나의 생존을 위해 꿈틀하며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이 스트레스 공장이 하는 역할입니다. 외부의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생물체는 생명이 상실된 것이겠죠.

적당한 두려움은 위기 관리에 도움

우리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감정 신호가 필요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 신호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 핑계죠. 사랑이란 감정 신호가 식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존을 위해 위기에 대처하는 생각과 행동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공장이 쓰는 감정 신호가 불안입니다. 불안의 대상이 뚜렷하고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공포가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불안과 공포란 감정은 우리 생존을 위해 소중한 감정 반응이지만 지나치면 내 삶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듭니다. 시험 불안이 없는 학생이 시험을 잘 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적정 스트레스 이론이라고 하죠. 적절한 스트레스가 뇌에 미칠 때 최상의 효율을 냅니다. 그러나 그 불안이 적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오히려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평소 공부 잘하는 학생이 시험만 잘 못 보는 경우 과도한 시험 불안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사연을 읽으면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끔찍한 사건이 많다 보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감정 반응입니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불안이 더 증폭된 것은 이성과 달리 우리 감성이 현실과 환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잘 구분한다면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며 감동할 일은 없겠죠. 허구, 즉 거짓말인 영화에 우리가 눈물 흘리는 것은 잠시나마 영화가 제공하는 환상을 현실인 양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이미 놀란 마음은 먼 나라에서 생긴 일도 마치 현재의 위협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이 있어야 더 위기관리 행동을 강화하고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불안한 마음에 행복이 깃들 수 없습니다. 업무 능력을 떨어트리고 사회적 관계 맺는 걸 힘겹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내 불안과 공포가 과도하다면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을 담당하는 마음은 한글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봐도 소용없고, 오히려 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10분 산책, 10일 여행만큼 마음 충전


불안 신호를 과도하게 뿜어내는 스트레스 공장의 볼륨을 줄이려면 말이 아니라 평화롭다는 신호를 마음이 느끼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평화의 느낌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인데요, 대표적인 것이 사람과의 따뜻한 공감 대화입니다. 전투 상황에서 친구와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는 없겠죠. 그래서 우리 마음은 따뜻한 공감 소통을 나누면 전쟁이 끝났다고 판단하여 불안 신호를 줄입니다. 또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도 불안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점심시간에 십 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커피 한 잔 들고 하늘을 보며 주변을 보며 걸어보세요. 전투 상황에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없겠죠. 그래서 여유를 즐기면 마음이 불안 경고 신호를 줄이게 됩니다.

사람·자연·문화를 즐기는 것이 불안 신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사실은 불안해가며 우리가 생존하려는 이유가 이것들을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런데 쉬워 보이는 이 즐기기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일도 할수록 익숙해지죠. 그것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망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자연·문화를 즐기는 일도 꾸준히 해야 내 뇌 안의 이완 충전 장치가 점점 잘 작동하게 됩니다. 잘 훈련된 사람은 점심시간 10분의 산책으로 제주도 9박 10일 여행만큼의 따뜻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컬처 테라피 │ 워런 버핏의 스트레스 관리법

스트레스가 많고 마음이 지쳤을 때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음악엔 실제로 치료적인 힘이 있는 것일까요.

구체적인 증거들을 살펴보면 우울장애, 불안장애, 만성 통증 그리고 조현병 같은 마음의 고통을 가지신 분들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음악 치료를 추가시키면 증상이 완화되고 사회적 기능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음악이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생물학적인 신체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친사회적인 좋은 가사들은 긍정적인 사고, 공감, 이타적 행동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습니다. 마음전문가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계 모든 이를 만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좋은 노래 가사 하나는 순식간에 세계에 전파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음악의 파워는 개인의 경험을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나만 실연으로 힘든 줄 알았는데 실연의 통증이 담긴 노래를 수많은 사람이 함께 들을 때 내가 우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찾아오고 이런 사회적 결속감이 여러 심리적인 불안정감을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느끼는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결속감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 깊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칩니다.

과거의 인기 가수들을 찾아내어 다시 무대에 오르게 하고 그 곡들을 후배 가수들이 편곡해 부르게 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는데요, 저처럼 아재가 된 가수들을 보며 과거의 추억에도 잠길 수 있고 그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새롭게 편곡해서 부르는 것을 들을 때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으며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 워런 버핏의 스트레스 관리법 하나가 우쿨렐레 연주라고 합니다. 공연이든 방송이든 악기연주든 나만의 음악 사랑법을 계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질투, 그 뜨거운 에너지를 자신의 인생에 투자하라
▶결혼 두려움도 나눌 수 있어야 진짜 내 짝

힘들 땐 내 인생의 관객이 돼보세요
▶선배 이기고 싶은 건 후배의 본능, 적정거리 유지하세요
▶억지로 웃기려 말고 잘 웃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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