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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차 유리창에 터치스크린…영화 보고 주변 검색도

중앙일보 2016.07.19 01:18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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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가족과 함께 강원도 해수욕장으로 향한 직장인 A씨. 그러나 출발 직후의 들뜬 마음은 도로 정체 탓에 짜증으로 변해 버린다. 내내 에어컨을 켜고 있지만 창을 통해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 탓에 아이들은 덥다고 칭얼댄다. “햇볕 좀 차단하는 차 유리 없나?” 조수석의 아내 역시 투덜거린다. A씨 역시 햇볕 가리개를 이리저리 옮기느라 전방 집중력이 떨어진다.

주행정보 표시부터 조명 제어까지
햇살 강도따라 자동으로 선팅도
항공기 계기판처럼 화질도 선명
IoT 접목, 운전습관·건강상태 체크
얇고 가벼워 차량무게도 크게 줄여
현대차, 증강현실 시스템 개발 중

A씨 가족과 같은 불만은 몇 년 안에 사라질 전망이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한 번의 버튼 터치로 모든 윈도를 어둡게 할 수 있는 데모 차량을 선보였다. 지능형 유리창에 삽입된 특수필름이 전기제어 신호를 받아 유리의 투명도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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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CES에서 코닝은 커넥티드카용 유리를 선보였다. 기존 소다라임 유리보다 강도는 세지고 무게는 3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사진 각 업체]

이 윈도가 차량에 적용되면 따로 선팅이 필요 없다. 효과적으로 태양 복사열을 줄일 수 있어 여름에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연에 나선 콘티넨탈의 보디전장사업부 안드레아스 볼프 본부장은 “안에선 밖이 보이고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아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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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3월 공개한 ‘스마트 윈드실드’. 모터사이클에 장착한 디스플레이에서 내비게이션은 물론 e메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자동차 유리(Windshield·윈드실드)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를 보여 주고 비바람을 막아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첨단 전자기술을 입은 ‘스마트 윈도’로 거듭나고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HUD)의 대중화에 이어 자동조명제어·초경량화·터치스크린 같은 기능을 더하며 발전 중이다.

대표적인 스마트 윈도 기술은 HUD다. HUD는 차량 정보나 길 안내 등 기존의 계기판이 나타내던 정보들을 운전자의 유리창 앞 눈높이에 투영시켜 보여 주는 기술이다. 원래는 전투기 등에서 조종사 전방 시야 확대를 위해 개발됐다. 운전자는 운전 중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운전 집중력이 높아진다. 자동차 업계에서 HUD 기술을 최초로 선보인 것은 2003년 BMW다. 이후 HUD의 가능성을 확인한 아우디·도요타·푸조 등이 뒤를 따랐다. 국내 완성차에선 2012년 출시된 기아차 K9에 처음 장착했다.

HUD 관련 기술 발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전방 카메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및 각종 센서와 연동해 주행 정보를 직접 표시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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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시리즈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투사 범위가 75%나 늘어났으며, 모든 그래픽은 풀컬러 화질로 제공된다. [사진 각 업체]

지난해 말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의 HUD는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영상 선명도를 높였다. 운전자의 앉은키에 따라 영상이 연동돼 위아래가 조절된다. BMW 7시리즈에 적용된 신형 HUD는 기존 모델 대비 투사 범위가 75% 늘어났고 투영되는 정보나 이미지의 화질이 한층 향상됐다. 모든 그래픽이 풀 컬러 화질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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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모델3’ 양산형 버전에는 계기판 대신 디스플레이(오른쪽)와 HUD가 장착돼 있다. [사진 각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에 장착된 HUD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 작동 여부 등을, 도요타 4세대 신형 프리우스에 장착된 HUD는 엔진·모터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모터스가 지난 4월 공개한 ‘모델3’ 양산형 버전의 대시보드(운전석과 조수석 정면에 운전에 필요한 각종 계기판이 붙은 부분)에는 15인치 디스플레이만이 달랑 달려 있다. 나머지 계기판의 역할은 HUD가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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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러에코가 지난 4월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러시(LeSEE)’의 뒷좌석 유리창에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동영상이나 차량 정보가 나타난다(콘셉트카에 영상을 합성한 모습). [사진 각 업체]

앞 유리뿐 아니라 뒷좌석 유리창에도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러에코가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러시(LeSEE)’는 뒷좌석 유리창에 스크린이 설치돼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차량 운행 정보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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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넨탈은 버튼 터치로 모든 윈도를 어둡게 할 수 있는 데모 차량을 선보였다.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추고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향상된다. [사진 각 업체]

도요타는 자동차 뒷좌석 유리창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들어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비친 바깥의 건물을 선택하면 건물에 관한 정보를 보여 주는 개념의 비디오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옆·뒤 유리창이 자동차 동승자의 인포테인먼트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스마트 윈도는 차량에 IT가 결합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기능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돼 운전자의 운전 습관과 정비 이력, 주행 루트는 물론이고 음주 여부나 건강상태까지 파악해 이를 스마트 윈도에 제공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는 2015년 세계 HUD 시장 규모가 3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급 차뿐만 아니라 대중 차에도 탑재가 더욱 확대돼 2018년에는 2015년의 두 배인 600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10년(2006~2015년)간 자동차 HUD 관련 특허가 총 504건 출원됐다.

스마트 윈도는 자동차 경량화에도 큰 몫을 한다. 가볍고 튼튼해 스마트폰 강화유리로 사용되던 코닝 고릴라 글라스가 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코닝은 차량용 고릴라 글라스를 수퍼카 모델인 포드 GT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기존 차량 유리 대비 높은 내구성은 물론 약 5.4㎏ 가볍다. 커넥티드카가 대세가 되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유리 무게를 겨냥해 시장에 어필한 것이다.

포드의 차체 외관 기술감독 폴 린덴은 “얇고 가벼운 자동차 유리 솔루션은 모든 종류의 차량 접합 유리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차량 무게를 크게 줄여 연비 향상, 환경영향 저감, 차량 핸들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윈도가 보편화되면 산업계 입장에서도 큰 시장이 열린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포테인먼트에 대한 수요가 커짐에 따라 자동차 업계가 대형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적용은 앞 유리뿐 아니라 옆 창문, 천장 등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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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모토라드는 헬멧에 HUD 기술을 연동했다. 헬멧 내부 디스플레이 글라스에 속도·기어 위치는 물론 타이어의 공기압, 연료 상태와 주행 거리 등을 보여 준다. [사진 BMW 모토라드]

최근엔 모터사이클에도 스마트 윈도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모터사이클에 장착한 투명 디스플레이로 된 운전보조 시스템 ‘스마트 윈드실드’를 선보였다. 오토바이 전면에 설치한 투명 디스플레이에서 속도·연료량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e메일·문자메시지·전화 등을 확인할 수 있다. HUD를 내장한 헬멧 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모터사이클 업계 사이에 화제가 됐다. IT 전문매체 기즈맥은 “스마트 윈드실드는 지도 앱 등 다양한 기능을 적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며 “실용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 윈도는 멀지 않은 미래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앞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실제 존재 도로 정보 위에 주변 위험 및 장애물 감지, 차선 이탈, 끼어들기 감지, 내비게이션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3차원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성능이 갖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강현실이 구현되면 사각지대 등 교통장애 요소가 없어져 자율주행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BMW 미니(MINI), 랜드로버가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4년부터 차세대 증강현실 HUD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전방 도로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시하고 전방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의 정보까지 제공한다. 랜드로버는 오프로드 주행 시 보닛 후드에 가려 아래 지형이 보이지 않는 단점을 가상현실로 보완해 마치 엔진룸이 투명해진 듯 아래를 보며 운전이 가능한 HUD를 개발 중이다. BMW 미니는 지난해 차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전송되는 이미지를 보여 주는 증강현실 안경을 선보였다. 이 안경을 쓰면 문짝이나 프레임 등 구조물에 가려진 곳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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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윈도 기술이 더 발전하려면 표준과 안전성 확보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경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시험 절차와 인증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마련될 국제표준과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준수하면서 개발해 안전성 확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의 기술 호환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HUD)=유리창에 운행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 기술로, 비행기에 먼저 적용됐다. 기존 HUD는 반사필름을 앞 유리에 설치하고 하단에서 영상을 반사해 주행 속도, 경고 등 간단한 주행 정보만을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앞 유리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전방 카메라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각종 센서를 연동해 다양한 주행 정보를 직접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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