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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허황된 사드 생체실험

중앙일보 2016.07.19 00:23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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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논설위원

영국에서 광우병이 창궐하던 1990년 당시 농업장관 존 거머는 기자들을 불러놓고 햄버거 시식쇼를 벌였다. 네 살짜리 딸과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영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오판이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부산물을 섭취할 경우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린다는 게 뒤늦게 확인됐다. 처음엔 이를 부인하던 영국 정부도 결국 수십 명이 희생된 뒤에야 광우병이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엉터리 정보를 퍼트린 거머는 20년 뒤 절친한 친구의 23세 딸까지 CJD로 숨지면서 더더욱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이 모든 게 철저한 검증 결과 없이 깜짝쇼로 위기를 돌파하려다 빚어진 블랙코미디였던 것이다.

사드의 전자파 유해 논란과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미국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이 “성주 참외를 직접 내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며 거들고 나섰다.

광우병 파동 때 봤듯 누구 하나가 햄버거를 먹고 탈이 없다 해서 모두에게 괜찮다는 건 논리적 비약이다. 한 장관의 충정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잠시 전자파를 맞고 괜찮다 한들 장시간 노출돼도 무사하다고 어찌 단언할 수 있나.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조사하던 중 뜻밖의 자료가 튀어나왔다. 1993년 미 육군 의무감실에서 발행한 ‘직업 보건 : 병사와 산업기지(Occupational Health : The Soldier and the Industrial Base)’ 속에 실린 사드의 안전성 보고서다. 생물환경전문가인 로버트 그로스 예비역 공군 중령 등 2명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 안테나에서 반경 1.4 ㎞ 이내 지역에는 절대 들어가선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보게 된다”고 돼 있다. 또 “반경 1.4~3㎞ 구간도 피해야 하며 이곳에서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물론 보고서는 23년 전 작성돼 그간 사드의 안전성이 크게 개선됐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미 양국은 모두 사드는 안전하다고만 외칠 뿐 이 보고서가 언급한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별다른 해명이 없다. 충분한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난무하는 사드 괴담을 잡으려면 하루빨리 전문가들이 나서 정확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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