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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소통’으로 진화한 삼성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 아재개그부터 경영현안까지 소통 출발점

온라인 중앙일보 2016.07.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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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소통’으로 발전한 삼성그룹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들.

‘태어나면서 난 내 이름을 받았고,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라 불렸고, 네가 태어나면서 아빠가 되었다.’ 삼성그룹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에 떠있던 글귀다. 올해 5월 삼성 사내 ‘가족사랑 공모전’에 응모한 우수작을 그룹이 로그인 화면에 배치한 것이다. 출근한 후 컴퓨터를 켜는 삼성의 임직원 대부분이 이 화면을 보고 가족사랑을 다시 느꼈다.

매일 아침 새로운 화면 선보여... 유연한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

로그인 화면엔 감동만 있는 건 아니다. 유머도 있다.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깨가 죽으면?’ 답은 ‘주근깨’일 텐데,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다. 이런 ‘유머 카드 늬우스’도 로그인 화면에 뜬다.

대한을 맞아 추웠던 지난 겨울엔 파 이미지를 띄우곤 떡하니 ‘한 파’라고 썼다. 흔히 말하는 ‘썰렁개그’인데, 가볍게 웃고 하루를 시작해보란 의미다. 영화 패러디도 눈길을 끈다. 인기 영화 [곡성]을 패러디해 ‘지나간 주말에 절대 현혹되지 마라. 각성. 업무를 물었다. 로그인 신작’이라고 적는다. 이른바 ‘월요병’ 방지용 화면이다.
 
| 미소 머금고 일과 시작

삼성은 사내 인트라넷 로그인 화면을 임직원 소통 수단으로 8년째 활용하고 있다. 2009년 4월부터 임직원이 사용하는 인트라넷의 로그인 화면 방식을 확 바꾸고 지금까지 매일 아침 새로운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20여만 명에 달하는 삼성 관계자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콘텐트를 보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252개 로그인 화면을 만들었다. 삼성 관계자는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내 미디어”라고 로그인 화면 업데이트를 설명한다.

최근 삼성의 로그인 화면은 또 한 번 진화했다. ‘동기 부여’에 나아가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다 다채롭게 콘텐트를 꾸미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통찰이 담긴 명언이나 시, 고사성어 등으로 경영방향을 암시하는 내용은 물론, 관계사 소식이나 ‘썰렁유머’ 등으로 정보와 재미를 준다.

로그인 화면 배경 모델로 삼성 임직원이 직접 등장하거나 인기 영화·게임 화면을 쓰기도 한다. 최신 트렌드를 보여줘 세대 간 장벽도 허물고 있는 것이다.

로그인 화면 담당자는 “소통의 방식을 보다 소프트하게 바꿨더니 임직원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며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재미있는 문구나 사진, 아이디어를 보내줘 1주일에 한 건 이상 로그인 화면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던 로그인 화면의 내용이 보다 소프트해지면서 임직원이 소통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로그인 화면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재미있는 로그인 화면이나 감동적인 장면에 대해 원본을 저장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로그인 화면을 스크랩하는 임직원도 많다.

삼성 관계자는 “하루 일을 시작하기 직전 만나는 화면이다 보니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사내 소통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의 한 선임연구원은 “로그인 화면이 좋아서 입사 이후부터 꾸준히 다운로드 받았는데, 오늘까지 벌써 1000개가 넘었다”며 “늘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말한다.
 
| 로그인 초기 화면의 집중 효과 높아

로그인 화면은 매일 바뀐다. 2009년 제작 기조가 바뀌기 전까진 관계사 광고를 내보냈다. 그 해 4월 6일 임권택 감독과 대학생을 모델로 확 달라진 내용을 실기 시작했다. 매일 화면이 바뀌자 ‘일주일이나 한 달 분량의 화면을 미리 제작한다더라’는 ‘카더라 통신’까지 돌았다.

그러나 담당자 취재 결과, 편성회의는 1주일 단위로 하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제작, 등록까지 전날 하루 동안 모두 이뤄진다. 매일 최소 20여만 명에게 보이는 메시지를 제작하는 일은 부담되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마르지 않은 아이디어의 샘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그룹 담당 직원뿐 아니라 제일기획 직원 등과 함께 마련한다.

동료와의 대화나 상사가 던진 말 한마디에서 소재를 찾는다고 한다. 그룹 경영자의 중요한 메시지도 좋은 소재다. 각종 뉴스에서부터 SNS 등에 회자되는 이야기는 물론, 여러 책에 나온 명언을 소개하기도 한다. 로그인 화면에는 삼성 임직원이 자주 등장한다. 제작 담당자는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거나 회사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모델을 찾은 후 사진과 이야기를 취재한다.

하영목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는 “로그인 초기 화면은 ‘집중 효과’가 상당히 높아 회사와 임직원 간 공통 의제를 설정하고 일상적인 소통을 시작하는 데 최적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조직문화 차원의 효과에 대해 하 교수는 “젊은 직원은 2~3일에 한 번은 SNS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데, 보통 회사 로그인 화면은 수년 간 바꾸지 않는다”며 “(매일 바뀌는 로그인 화면이) 수직구조가 엄격하다고 알려진 삼성의 조직문화를 단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상하 구분 없이 유머 등 공통적인 대화 소재를 제공해 수평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시작하기 쉬운 회사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아이스브레이커’라고 할 수 있다. 회의 내용도 더욱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진행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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