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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성장 거듭하는 중고차시장] 대기업도 눈독 들이는 30조원 블루오션

온라인 중앙일보 2016.07.17 00:01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366만 대다. 신차(169만대) 거래의 2배 수준으로, 전체 시장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인터넷·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레몬마켓)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 수입차 물량이 늘고 다양한 금융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최근 중고차시장의 변화상과 트렌드를 살펴봤다. 중고차 거래 정보와 최근 인기 있는 중고차도 짚어봤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곳"

투명성 높아져 ‘레몬마켓’은 옛말... 인증제 도입 수입 중고차 인기 쑥쑥

예전에는 중고차시장이 딱 그런 곳이었다. 웬만큼 차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도 속고 사기를 당하기 일쑤였다. 차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보 불균형이 심해서 전형적인 ‘레몬마켓’으로 분류됐다. 그런 중고차시장이 달라졌다. 인터넷·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의 덕에 정보가 늘고, 투명한 거래를 지향하는 판매업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시장을 찾고 있다.

| IT에 능숙한 2030의 시장 유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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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중고차 거래 대수는 366만 대에 달한다. 지난해 신차 판매(169만대)의 두 배 수준이다. 중고차 한 대당 평균 거래가를 800만원 정도로 가정할 때 30조원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중고차 거래대수 366만대를 온전한 판매량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고차의 경우 매물을 가진 사람이 거래 업자에게 파는 행위도 1건의 거래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할 때 중고차의 연간 판매 대수는 200만~220만 대 정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렇다 해도 신차 판매량보다 많다. 중고차 거래를 꺼리고 신차 구매를 선호하던 과거의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차량 구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선 알뜰 소비자가 늘었다고 설명하는 전문가가 많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차량의 교체 시기가 2~3년 주기로 짧아져 중고차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은 좀 다르다. 이들은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중고차시장 활황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중고차 시세는 기본이고, 차량을 고를 때 따져봐야 할 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다음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어서다.

중고차 매매업체 ‘카통령’의 서재필 대표는 “과거에는 차에 대한 정보가 적다 보니 딜러에게 의존하게 되고 사기나 불공정 거래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며 “지금은 소비자들이 딜러보다 더 많이 알고 차를 사러 오기 때문에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비자가 속아서 차를 구매하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또 불법·편법적으로 영업한 매매 업체나 딜러의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기 때문에 쉽게 사기를 치기도 어렵다는 게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고차시장이 짧은 기간 폭풍성장하면서 이제는 대기업도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 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SK·아주·현대차 등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했고, 다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대신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세 업체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재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진출이 시장 전체에는 득이 많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영세 중고차 거래 업체의 한 딜러는 “대기업과 경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투명하게 시세를 책정하고 물건을 보증해주는 문화가 만들어졌고, 이게 시장 전체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엔카직영 임민경 팀장은 “오프라인에서는 영세 업체와 경쟁하지만 온라인 거래에서는 기존 딜러의 매물을 활용한다”며 “SK엔카가 시장에 진입한 지 15년이 넘은 만큼 많은 딜러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디젤차 게이트 여파는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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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글로비스, 국토교통부]

중고차 경매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고차 경매 시장을 운영하는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4만8000대의 중고차가 경매로 거래됐다. 2013년과 비교해 24% 늘어난 수치다. 딜러를 거치지 않고 차량 소유자가 자신의 매물을 직접 시장에 내놓고 구매자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차량을 처분하려는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줄고, 전문가들이 경매에서 책정한 금액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고차의 안정적인 시세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AJ셀카옥션·SK엔카옥션·롯데렌탈오토옥션 등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시장 트렌드로 ‘2030 소비자’와 ‘수입차 거래’의 증가를 꼽는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만큼 IT기기 활용도가 높은 젊은 세대의 시장 진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또 젊은 세대일수록 경제적인 여력이 크지 않은데다 차를 자주 바꾸려는 욕구가 강해 중고차 거래를 선호한다.

임민경 팀장은 “과거에는 자동차가 부의 척도라는 개념이 있어서 새 차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처럼 중고차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불법 거래 막으려 ‘조폭 전담팀’ 투입도

중고로 거래되는 수입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고차 거래가 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신차의 판매가 많아야 하는데, 최근 수년 동안 수입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고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크게 늘었다. 많은 수입차가 3년 단위의 리스 계약을 하는데, 기간이 만료된 차를 인수해 중고로 되파는 경우도 많다.

특히 수입차는 감가율이 높아 중고로 구입을 할 경우 더욱 저렴하게 차를 살 수 있다. 서재필 대표는 “비슷한 등급의 차를 놓고 보면 신차일 때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가 크지만 중고시장에서는 가격차가 크지 않다”며 “국산차를 염두하고 거래에 나섰다가 가격을 보고 수입차를 사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가 직영으로 자사의 수입차를 매입해 검증된 물품만 소비자들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말한다. 최초 도입은 ‘수입차는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거래 매물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거래량이 갈수록 늘어나 점점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도입한 BMW(BMW 프리미엄 셀렉션)는 13개의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고, 올해 16개로 늘릴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아우디폴크스바겐 역시 인증 중고차 매장을 운영 중이다. 렉서스·포르쉐·페라리·볼보 등 브랜드도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도입했거나,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올해 닛산에서 불거진 디젤차 사태는 중고 수입차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당 차의 가격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대신 거래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SK엔카에 따르면 지난해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 디젤차의 가격 하락폭은 1~2%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중고차 매매 딜러는 “경제적인 이유로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디젤차에 대한 잡음에도 여전히 연비가 좋고 유류비가 적게 드는 디젤차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며 “오히려 지금을 수입 디젤차를 싸게 살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중고차시장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비교해 훨씬 좋아졌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 중고차 컨설팅 전문가 신현도 유카 대표는 “여전히 인터넷 활용이 미숙하고 정보가 많지 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배까지 동원한 조직적인 불법 판매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중고차를 파는 업체의 99%가 영세 업체”라며 “작은 업체가 난립해 불법·편법을 동원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찰은 조직적인 중고차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서 전국 주요 매매단지에 ‘조폭 전담 강력팀’을 투입했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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