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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트랙터, 파닥파닥~산천어 … 얼쑤절쑤~농촌 체험

중앙일보 2016.07.15 00:04 Week& 6면 지면보기
| 행복마을 ② 강원도 화천 토고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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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체험객을 가득 실은 트랙터 열차가 토고미마을 논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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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체험객을 가득 실은 트랙터 열차가 토고미마을 논길을 달리고 있다.

강원도 화천에는 1세대 농촌체험마을로 꼽히는 토고미마을이 있다. 별볼일없는 농촌이었는데, 폐교를 체험 공간으로 가꾸고 쌀·콩 등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꾸려 2002년 농촌체험마을로 거듭났다. 관광객이 거의 들지 않던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지금은 매년 약 1만5000명이 다녀간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선정행복마을 체험·소득 분야 동상에 오른 토고미마을을 다녀왔다.

 

쌀 부자 토고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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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미마을의 논은 농촌 체험장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다.


휴전선으로부터 약 15㎞ 아래.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신대리 너른 들녘에 토고미마을이 있다. 자그마한 시내가 흐르는, 작고 평온한 시골 마을이다.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토고미마을의 첫인상은 한가해 보였다. 커다란 산이나 강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논과 집만 펼쳐져 있었다. 슈퍼마켓 하나 없는 ‘깡촌’이었다.

신대리는 예부터 쌀이 풍부해 토고미(土雇米)마을로 불렸다. 쌀 농사가 잘 돼 농사일에 품을 팔면 잡곡이 아니라 귀한 쌀로 품삯을 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상열(59) 토고미마을 위원장이 마을을 소개했다.

“토고미마을에는 빼어난 자연 경관이 없어요. 대신 넓은 땅과 마르지 않는 하천이 있죠. 주변에 해를 가리는 높은 산도 없어 벼 농사를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에요. 우리 마을은 자연 대신에 쌀 문화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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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미마을은 제초제를 쓰지 않고 우렁이를 논에 풀어 벼를 키운다. 논에 우렁이 알이 흔하다.

1990년대 후반 토고미마을에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농가가 타격을 입은 시기였다. 쌀값이 하락하자 토고미마을에서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가격 경쟁을 포기하고 고급 쌀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마을은 쌀을 홍보하기 위해 2002년 농촌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소달구지에 도시 아이들을 태우고, 초가집에서 디딜방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 후에는 토고미마을에서 생산한 쌀로 시골 밥상을 냈다. 현재 토고미마을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거두는 소득은 연간 약 2억 원 수준이다. 주민 수 196명(88가구)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금액이다. 하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홍보 효과를 올렸다. 농촌 체험마을로 변모한 후 쌀농가당 수익이 연간 1000만원 가량 늘었단다.

토고미마을 대표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 들녘 둘러보기이다. 트랙터 열차를 타고 동네를 돌아보고, 친환경 농법으로 자라는 벼를 구경한다. 마침 마을을 찾은 화천초등학교 학생 8명과 함께 트랙터 열차에 올랐다. 덜컹덜컹 좁은 시골길을 달렸다. 트랙터가 논 앞에 서자, 아이들이 논으로 파고들었다. 논두렁을 걷던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은 건 벼에 다닥다닥 붙은 붉은 생물체였다. 한상열 위원장이 이해를 도왔다.

“우렁이 알이란다. 저놈들이 알에서 깨면 벼농사를 방해하는 풀을 모조리 먹어치우지. 덕분에 우리 마을은 농약을 치지 않는단다. 우렁이가 친환경 농사꾼이야.”


폐교에서 뛰놀고,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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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미자연학교에는 당나귀가 산다. 어린이에게 인기 만점이다.

토고미마을 어귀에 2층짜리 학교가 있다. 이름하여 ‘토고미자연학교’다. 폐교된 옛 신풍초등학교를 고쳐 지은 이 건물이 체험객의 놀이터다. 규모는 약 9900㎡(3000평) 정도로 크지 않지만, 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고즈넉한 정자를 품은 운치 있는 장소다. 당나귀 세 마리가 운동장에서 뛰논다.

떡메 치기, 두부 만들기, 나무 목걸이 만들기, 굴렁쇠 굴리기, 새끼 꼬기 등 토고미자연학교에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운동장에서는 당나귀와 놀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학교에서 잠도 잘 수 있다. 옛 교실과 교무실이 숙소로 탈바꿈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수학여행과 워크숍을 다녀가는 학교와 기업체도 많단다.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이 직접 순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전날 물에 불린 흰콩을 맷돌에 간 다음, 분리한 콩물과 비지를 끓여 간수를 넣자 순두부가 완성됐다. 맛도 모양도 그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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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메 치기 체험. 다진 떡은 콩고물을 묻혀 인절미로 만들어 먹는다.


운동장 쪽에서 ‘쿵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사열대에서 아이들이 떡메 치기를 하고 있었다. 찐 찹쌀을 떡판 위에 올려놓고 교대로 떡메질을 했다. 쫄깃쫄깃 다져진 떡을 잘라 콩고물을 묻히자, 금세 먹음직스러운 인절미로 변신했다. 아이들이 떡메와 씨름하는 동안 마을 어른이 시원한 식혜를 내왔다.

“무겁고 힘들 줄 알았는데, 떡메로 떡을 만들어보니까 너무 재밌고, 떡도 맛있어요.” 박다빈(13) 양을 비롯한 학생들과 인절미를 실컷 만들어 먹었다. 누런 콩고물을 뒤집어쓴 아이들이 서로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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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토고미마을 안 파포천에서 산천어를 잡고 있다.


토고미자연학교 옆에는 파포천이 졸졸 흐른다. 마을을 끼고 돈 파포천은 남쪽의 화천천과 합쳐진다. 겨울이면 산천어축제로 대소동을 이루는 화천천이 파포천에서 불과 5㎞ 거리다. 아이 몇몇이 파포천에 몸을 담갔다. 아이들이 다슬기를 잡겠다고 바위를 이리저리 들추고 다녔다. 화천에서는 여름에도 산천어가 필수였다.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사이, 마을 어른이 미리 준비해둔 산천어를 개울에 부려 놓았다. 몸이 날랜 아이들이 팔뚝만한 산천어를 속속 건져 올렸다. 파닥파닥 여름이 물결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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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토고미마을(togomi.invil.org)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다. 토고미마을 체험은 반나절 일정이 기본이다. 세 가지 프로그램 체험과 점심식사를 곁들여 2만~3만원을 받는다. 쌀쿠키 만들기(7000원), 두부 만들기(6000원), 인절미 만들기(6000원) 등 마을 특산물을 활용한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트랙터 마차 타기(5000원), 산천어 맨손 잡기(1마리, 1만원), 옥수수 수확 체험(10개, 6000원)도 할 수 있다. 당나귀 타기, 자전거 타기는 무료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7채 있다. 1박 6만원부터. 토고미자연학교 숙박시설은 70명 이상 단체만 받는다. 토고미마을 033-441-7254.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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