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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눈 뜨고 코 베이는’ 중고차 시장…이젠 옛말

중앙일보 2016.07.15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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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차 매장에 판매를 기다리는 차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선 매주 금요일마다 600~700대의 차량이 경매에 나온다. [사진 전민규 기자]

‘눈 뜨고 코 베이는 곳’. 과거 중고차 시장이 딱 그런 곳이었다. 차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간 정보 불균형이 심해 ‘레몬 마켓(lemon market·시고 맛없는 레몬 밖에 없는 시장으로, 속아서 물건을 살 가능성이 큰 곳이란 의미)’으로도 불렸다.

인터넷으로 시세·옵션 꼼꼼히 파악
동호회 통해 다양한 거래 정보 얻어
딜러들 “소비자들이 더 많이 알아”
자동차 자주 바꾸는 젊은층 늘고
대기업 가세로 시장 신뢰도 높아져

그랬던 중고차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얻는 정보가 늘고, 투명한 거래를 지향하는 판매업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덕분에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의 중고차 거래 대수는 366만 대에 달한다. 신차 판매(169만대)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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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이끈 주역은 똑똑해진 소비자들이다. 차종·옵션·연식 등 정보를 입력하면 시세를 알 수 있는 사이트와 동호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KB캐피탈이 최근 시작한 시세 분석 플랫폼 ‘KB차차차’같은 사이트가 한 예다. 이 플랫폼은 중고차 거래 빅데이터를 활용해 운영 중이다. 보배드림·SK엔카 등의 사이트에서 추가로 정보를 얻는다. 신차 매장에서 차량의 특장점과 옵션별 가격까지 꼼꼼하게 살핀 뒤 실제 중고차 거래에 나서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중고차 매매업체 ‘카통령’의 서재필 대표는 “과거엔 정보가 적다 보니 딜러에게 의존하게 되고 사기나 불공정 거래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며 “지금은 소비자가 딜러보다 더 많이 알고 차를 사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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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법·편법적으로 영업한 매매 업체나 딜러의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것도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킨다. 중고차를 사는 ‘2030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중고차 시장 확대의 원동력 중 하나다. 젊은 세대일수록 경제력에 비해 자주 바꾸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SK엔카 임민경 팀장은 “과거에는 자동차가 부의 척도라는 생각 때문에 새 차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선진국처럼 중고차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 시장의 수입차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수입 신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중고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이 늘어난 덕이다. 특히 수입차는 감가율이 높아 중고로 구입을 할 경우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국산차의 감가율은 평균 25% 선이지만, 수입차는 감가율이 30~40%에 달한다.

서재필 대표는 “비슷한 등급의 차를 놓고 보면 신차일 때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차가 크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며 “국산차를 염두에 두고 거래에 나섰다가 가격을 보고 수입차를 사는 손님도 제법 된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중고차 컨설턴트인 신현도 유카 대표는 “여전히 정보가 많지 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직도 중고차를 파는 업체의 99%가 영세업체”라며 “작은 업체들이 난립해 불법적인 영업을 하다 보니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중고차 소비자 피해 사례를 유형 별로 정리해 내놓기도 했다.

중고차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좋은 중고차 고르는 요령을 잘 살펴야 한다. 중고차 전문가들은 “3년간 탄 무사고 차량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차량 평균 교체 주기(3년) 직후가 공급 물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다. 연 평균 2만~2만5000㎞를 뛰었다면 엔진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운행한 차로 볼 수 있다. 보험개발원 홈페이지에서 ‘사고이력’을 조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1회 보험처리 금액이 200만원을 넘어섰다면 큰 사고를 겪은 차로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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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를 제 값에 파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모델도 관리 상태나 판매 시기에 따라 500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최대한 순정 부품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글로비스 오토옥션)이나 SK그룹(SK엔카)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헤이딜러·첫차·바이카·꿀카 등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 거래 벤처도 생겨나고 있다. KB캐피탈·아주캐피탈 등 금융사들의 중고차 금융 시장 진출도 한창이다. 신차할부·리스 시장이 포화에 이르자 중고차 시장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다.

글=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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