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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실버주택선 댄스파티…지방선 입주민 못 구해 방치

중앙일보 2016.07.14 02:01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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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한테 신세 질 필요 없고 좋지. 간병인이 돌봐주고 댄스 동호회에서 춤도 배우는데 나쁠 게 뭐 있겠어.” 13일 서울 강서구 시니어스타워 인근에서 만난 이모(83)씨는 실버주택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일 오전 6시쯤 일어나 노래·운동 등 시간별로 스케줄이 빡빡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그는 4년 전 살던 집을 팔고 전용면적 60㎡형에 입주해 부인과 함께 산다. 보증금은 3억5000만원, 매달 생활비는 180만원 정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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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은평구의 A실버주택. 흐린 날씨에도 1층 현관 로비는 불을 켜놓지 않아 컴컴했다. 입주민이 사는 각 층 복도도 적막감이 흘렀다. 건물 지하 2~3층엔 사우나와 찜질방, 수치료실 같은 부대시설이 있지만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피트니스센터도 운동기구만 놓여 있을 뿐 불이 꺼져 있었다.

우후죽순 들어섰던 전원형 주택
의료·편의시설과 멀어 미분양 속출
최근 생긴 도심형, 교통 등 편하지만
300만원대 한달 평균 생활비 부담
노인 떠나 빈곳엔 젊은층 입주도

한때 ‘골드주택’이라 불리던 실버주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반된 두 모습이다. 도심에 들어선 고급 실버주택 일부는 제 역할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만 그 외 대다수는 노인조차 외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실버주택이 대부분 노인의 외면을 받았고, 일부 되는 곳만 잘 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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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원인은 입지와 가격에 있다. 실버주택은 입지에 따라 도심형과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뉘는데 사업 초기엔 지방에 들어선 전원형이 주를 이뤘다. 당시 땅값이 싼 자연녹지에 지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분양가나 임대료가 비교적 싸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게 장점이지만 고립감이 크고 의료·편의시설 접근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했다. 미분양이 발생해 입주율이 떨어졌고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다 보니 다시 이탈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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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로 전남 구례군의 B실버주택은 2005년 완공됐지만 주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분양에 실패한 뒤 수년째 방치돼 있다. 도시근교형은 입지면에서 전원형보다 만족도가 높지만 높은 입주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C실버주택의 일부 주택형은 2009년 분양 때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대로 당시 분당 아파트 시세(1800만원대)를 크게 웃돌았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개발업자가 ‘복지’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다 보니 고가로 분양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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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고 있는 도심형의 경우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주자로는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과 수도권 전역에 있는 ‘시니어스타워’ 등이 꼽힌다. 도심에 들어서는 만큼 교통과 생활 편의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가족과 교류하기 쉽고 각종 서비스와 의료·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다만 분양가나 임대료가 비싸고 관리비 부담이 커 경제력을 지닌 노인이 아니면 입주하기 어렵다. 더클래식500 전용면적 125㎡형이 보증금 9억2000만원, 가구당 평균 생활비는 300만~400만원이다. 그런데도 “공실이 없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는 게 업체 측 얘기다.

노인이 떠난 자리를 젊은 층이 메우기도 한다. 서울 중계동 중앙하이츠아쿠아와 상암동 카이저팰리스 등은 실버주택이지만 나이 든 입주민이 많지 않다. 상암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0~40대가 많고 60세 이상은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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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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