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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택시서 내린 승객이 오토바이에 치이면 누구책임?

중앙일보 2016.07.14 01:44
택시에서 내리던 승객이 뒤에 오던 오토바이에 치이면 택시기사도 법적 책임을 져야할까?

지난해 5월 18일 월요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A사에 다니던 강모씨는 오랜만에 서울 강남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했다. 밤새 술을 마신 강씨는 다음날 새벽 6시쯤 “이만 마감을 해야한다”는 술집 주인의 손에 이끌려 택시에 탔다.

탑승 후 약 50m정도 지났을까, 강씨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열쇠고리를 보고는 '아차' 했다. 전날 강남까지 차를 몰고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생각났던 것. 차를 가지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택시 기사 박모씨에게 "세워달라"고 말했다. 박씨가 아무런 응답이 없자 강씨는 차 문을 열어젖혔다. 그 순간 ‘퍽’. 뒤에서 다가오던 오토바이가 강씨가 잡고 있던  문에 치였다. 새벽부터 음식 배달을 하던 김모씨의 오토바이었다.

이 사고로 김씨는 2주간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을 입었고, 오토바이도 부서졌지만 택시기사 박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사라졌다. 결국 박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죄, 즉 뺑소니였다.

억울한 마음에 박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현용선)의 국민참여재판에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 승객을 안전하게 하차시킬 기사의 책임은 어디까지
오후 2시부터 증인신문을 시작한 재판의 쟁점은 최후변론과정에서 선명해졌다.

검찰 측은 “택시 승객 강씨가 갑작스럽게 하차했다고 볼 수 없어 후방을 살펴야 할 책임은 승객의 승하차 과정을 살필 의무가 있는 택시 기사에게 있다. 박씨는 사고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다른 차량의 교통에 장애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씨측 변호사는 “승객의 돌발적인 상황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상황까지 주의를 살펴야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 ‘하차시’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강씨가 하차하는 과정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차 밖으로 튀어나갔다는 취지였다

◇ 같은 순간, 다른 기억
앞선 증인 및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1년여 동안 쌓인 당사자들의 감정이 충돌했다. 기억도 제각각이었다.

강씨는 "자신의 집 근처인 남양주로 가달라고 택시기사에게 말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택시기사 박씨는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박씨측 변호인이 강씨에게 “박씨는 목적지를 듣지 못했다”고 얘기하자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던 강씨는 약 30초 뒤에 “그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왜 택시기사와 사고에 대해 상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강씨는 “직접 문을 열면서 사고가 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느껴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나온 오토바이 운전자 김씨는 “사고 당시 택시 운전자와 눈이 마주쳐 내리라고 손짓을 했는데도 도망을 쳐 너무 억울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합의금으로 3000만원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선 “뺑소니를 당해 억울한 마음에 높은 액수를 불렀다. '억’ 단위로 부르려다 참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택시 운전자 박씨는 “사고 발생후 비상등을 켜고 내리려 했는데, 오토바이 운전자 김씨가 욕을 해서 기분이 나빠 자리를 떴다. 오토바이도 크게 부딪힌 것 같지 않아 순간적으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 진술했다. 

◇ 결과는 만장일치 '무죄'
당사자들의 감정과 기억은 엇갈렸지만 배심원들의 생각은 한 데 모였다. 평의 결과는 만장일치 무죄였다.

이 평의 결과를 수용한 재판부는 "택시기사가 승객이 갑자기 내릴 것을 예상하지 못해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증거불층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오토바이가 인도쪽으로 넘어져 자동차가 다니는 차선에는 큰 불편함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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