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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② 당신의 행복을 측정해 드립니다

중앙일보 2016.07.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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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직장 하면 어떤 곳이 떠오르시나요? 알록달록한 소파에 누워 집에서 데려온 애완견에게 먹이를 주면서 일할 수 있는 회사? 하루종일 과일과 스낵을 제공하는 무료 구내식당이 있는 회사? 아무 때나 출퇴근할 수 있는 회사?

흔히 이런 회사들은 태평양 건너 실리콘밸리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출산ㆍ고령화로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사원 복지에 적극적인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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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50번씩 행복감을 측정

전자기기 제조업체 히타치(HITACHI)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원의 행복감을 측정하고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내 실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명함처럼 생긴 웨어러블 단말기에 탑재된 센서가 신체 움직임을 1초에 50번씩 측정해 심리상태를 유추하는 방식입니다. 측정한 수치는 AI로 분석해 e메일 등으로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 쉬는 게 좋겠다’‘상사와 상의하려면 내일 오전 중이 좋겠다’고 알려줍니다. 현재 영업사원 600명을 대상으로 실험 중이고, 올해 안에 상용화할 예정입니다.
 
히타치 AI의 작동 원리는 굉장히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신체의 세밀한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으면 ‘다양하고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보고 행복감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반면 움직임에 일정한 패턴이 있으면 부자연스럽고, 따라서 행복감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야노 가즈오(矢野和男) 히타치제작소 중앙연구그룹장은 AI나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없었던 시절부터 ‘행복 측정’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권위자입니다. 원래는 반도체 엔지니어였습니다. 1993년 실온에서 작동하는 단일 전자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죠. 그 전에는 전자 1개의 기억소자를 작동시키려면 영하 273도까지 냉각시켜야 했는데 야노 씨 덕분에 구동전력이 크게 줄고 메모리 용량은 1000배 이상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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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단말기와 리스트 밴드를 착용한 야노 가즈오 씨

 
반도체 사업 망한 게 오히려 기회

하지만 2003년 히타치가 삼성전자에 밀려 반도체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졸지에 ‘사내 실업자’ 신세가 됐습니다. 야노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반도체 개발 당시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작은 곳에 모으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현재 야노 씨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을 겁니다. 그는 이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세밀한 움직임과 행복감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습니다.
 
행복 측정 실험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히타치의 AI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 컨설턴트가 경험적으로 “LED 라이트를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하라”고 조언한 반면, AI는 영업점의 판매 데이터와 점원의 위치정보를 분석해 “입구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점원이 서 있는 시간을 늘리면 매출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야노 씨에 따르면 컨설턴트의 조언은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AI의 제안대로 하자 해당 영업점의 고객단가가 15% 높아졌고 이익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야노 씨가 행복 측정 연구를 하는 이유는 사원의 행복감이 생산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지표로 행복감을 이용하면 경영자는 사원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투자를 하게 되고, 이는 조직의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상사가 부지런히 참견을 해야 잘 돌아가는 조직이 있고, 상사가 입을 닫고 빨리 퇴근해야 좋은 조직도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보다 AI를 활용하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고 야노 씨는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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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측정 단말기의 구동 화면


이밖에 일본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군요.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경우 본사 기획파트의 4000명이 대상이고, 일본 국내에서 근무하는 3만 명의 정사원은 모두 육아나 병간호를 전후해 출근할 수 있는 ‘시차출근’ 제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또 쓸데없는 야근을 없애기 위해 계약직ㆍ파견사원을 포함한 5만 명 전원에게 ‘퇴근 예상시간’을 적어내고 지키게 하는 제도도 실시합니다.
 
 출근하는 게 즐거운 사원들로 가득 찬 회사는
경쟁사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일까요 "

야노 씨는 말합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감을 높여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행복감이란 주관적인 것이어서 갑자기 확 변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더욱 효과적인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 오는 것이 즐거운 사원들로 가득찬 회사는 경쟁사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일까요. 경영자로 하여금 직원의 행복을 높이는 투자를 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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