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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질투, 그 뜨거운 에너지를 자신의 인생에 투자하라

중앙일보 2016.07.13 00:01 강남통신 10면 지면보기
잘사는 손위 동서가 싫은 30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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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편이 형님 회사 다니는데 속상해요)

30대 중반의 주부입니다. 남편은 현재 자신의 형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월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월급보다 더 고민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손위 동서인 형님과의 관계입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형님이 너무 싫다는 것입니다. 백수로 놀다가 시집와서 부족함 없이 사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다른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그렇게 사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형님만 이렇게 싫을까요. 사실 이 문제만 아니면 우리 가정 별문제 없고 행복한 편인데 제 마음이 이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미운 형님에게 억지로 공손하게 웃는 것도 힘들고 그런 저 자신도 한심해 보여 자존감마저 떨어져 버립니다.

A. (나만의 가치 찾을 때 자존감 회복돼요)

20세기 이후 인문학의 영역이었던 ‘행복’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행복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이미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행복에 대한 이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하버드대에서 시행한 행복에 대한 연구입니다. 724명을 대상으로 75년을 추적하며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론은 행복을 만들고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좋은 관계라는 것입니다.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이 더 행복하고 더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진행하다 보니 책임 연구자가 4번이나 바뀌며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연구인데 너무 당연한 결과가 나와 허무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기고하는 한 칼럼에서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한 적이 있었는데 칼럼을 읽은 분이 올린 댓글이 악플 성격이긴 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연구를 안 하면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을 모르나, 하버드 병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공과 행복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을 하는 인간관계, 거꾸로 이야기하면 인간관계를 잘하면 성공과 행복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인데 막상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해 보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 사연 내용을 보아도 손위 동서와 잘 지내기만 하면 만사 편할 수 있는데, 노력을 안 해 보았을 리 없었을 텐데,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자존감마저 떨어져 버린다고 하셨는데요, 자존감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나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 평가가 긍정적일 때 자존감은 올라가게 되고 부정적이면 떨어지게 됩니다.

한 살부터 생존을 위한 비교 본능

지나친 비교와 질투는 자존감을 떨어트립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란 속담이 있죠. 내가 손해를 봐서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남이 잘된 것을 보고 나와 비교를 하니 상대적인 빈곤감이 느껴지고 질투심에 배가 아픈 것입니다. 내가 갑자기 초라해 보이며 자존감도 떨어지게 됩니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 ‘질투하는 사람이 진 것이다’ 등 비교와 질투를 하지 말라는 여러 훈계가 있지만 훈계가 있다는 것 자체가 비교와 질투가 쉽게 다룰 수 없는 녀석들이라는 증거입니다.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행복한 마음도 움츠러들게 하는 비교와 질투,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비교와 질투가 나에게 찾아 왔을 때 우선 그런 모습을 보이는 나 자신을 너무 탓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교와 질투가 불편하긴 하지만 생존 측면에선 필요한 친구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 프로그램된 것입니다. 동생이 형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것이 한 살 때부터 시작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만큼 비교와 질투는 뿌리 깊은 본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생존과 관련된 본능은 매우 소중한 것들입니다. 지나치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존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식욕이 그렇죠,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지나치면 비만을 만들기는 하지만요. 성욕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가 사랑하지 않으면 인류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은 성욕은 내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비교와 질투는 힘에 대한 욕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힘이 있어야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힘에 대한 집착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남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과도한 비교와 질투가 문제이지 그 존재 차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나쁘다고 생각하여 그냥 찍어 누르면 용수철처럼 더 튀어나오게 됩니다. 질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오늘 사연을 보아도 충분히 손위 동서에게 질투가 생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나보다 더 나은 것도 없는데 더 나은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있고 거기에 남편이 형의 회사에 다니니 손위 동서인 동시에 남편이 다니는 회사 사장님의 사모님인 셈입니다. 속상한 마음이 충분히 찾아올 수 있습니다.

‘내가 휼륭하다’ 느낌을 주는 취미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비교와 질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질투를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취미나 봉사 활동이 한 예입니다. 경제적인 성취에선 내가 밀리지만 다른 가치에서 내가 더 훌륭하다란 느낌이 찾아오면 자존감이 다시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취미나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됩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마음 행복도 가져다주고 내 자존감도 튼튼하게 지켜줍니다. 그러다 보면 질투의 대상이던 사람에게도 여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기 때문입니다.

질투란 감정이 만드는 뜨거운 본능 에너지를 질투의 대상에게 쏟지 마시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내 인생을 투자해 보면 어떨까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 외치며.
 

컬처 테라피-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
관심 받고 싶으면 솔직해져라


『무의미의 축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소설입니다.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친절한 소설은 전혀 아닌데요, 끝까지 읽은 독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현한 것인지, 소설 마지막에 무의미의 축제에 대한 의미를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고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서도 참혹한 전투 속에서도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이 소설엔 여러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중 한 명이 심한 ‘관심병’에 걸려 있습니다. 자기가 특별하게 보여 타인에게 관심을 받는 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자신을 속물 취급하는 친구에게 결국은 하지 말아야 할 거짓말까지 합니다. 삶이 얼마 안 남은 시한부 인생이라고요. 거짓 관심이라도 받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거짓 관심은 잠시 만족을 줄 뿐 결국은 자신을 더 무의미한 존재로 느끼게 합니다.

타인의 따뜻한 진짜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그 시작으로 심리학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의 콤플렉스, 단점을 보여주는 용기가 말이죠. 거짓으로 만든 나에게 찾아오는 타인의 관심은 결국 더 허무감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나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 날 좋아해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우리는 있는 ‘척’하는 사람보다 소탈하고 진솔한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을 경험합니다.

무의미를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을 때 역설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무의미가 축제의 내용이 될 수 있겠네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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