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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던 이’ 빠진 대구…신공항 무산 뒤 흔들리던 민심 달래기

중앙일보 2016.07.12 02:26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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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대구공항을 통합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 박 대통령, 김재원 정무 수석.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군기지(K-2)와 대구공항을 통합해 이전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중단됐던 대구 K-2 이전작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K-2와 대구공항은 민·군 겸용 공항이다.

K-2 기지는 유승민의 지역구
고도제한 풀리고 신도시로 개발
주민들 “지역 발전 계기” 기대
7조 들여 건설될 새 공군기지
“대구에서 차로 30분 거리”

대구시는 그동안 ‘영남권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대구공항을 폐쇄한 뒤 신공항에 통합하고 K-2 공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21일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대구공항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K-2 이전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 때문에 대구 민심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통합 이전 발언이 나오자 대구시는 기지 이전작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단 환영한다”며 “대구 군공항 및 민간공항 이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입지 선정 등 세부 이행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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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들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운동 단체인 ‘남부권 신공항 범 시·도민 추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 발언은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정부의 책임 인식과 해법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환영한다”고 말했다. 주민 은희진(62)씨는 “K-2와 대구공항이 동시에 이전하면 동구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사실 K-2 이전은 대구시의 해묵은 최대 현안이다. 공군기지 주변은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대화하거나 TV를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소음피해가 심한 곳이다.

시는 2013년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K-2 이전에 적극 나섰다. K-2 기지가 위치한 대구 동구을이 지역구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 이후 유 의원이 강한 의욕을 보였던 K-2 이전 문제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는 그동안 ‘K-2 신(新)기지 기본구상안’을 만들어 국방부와 협의를 마쳤고 이달 중 최종 적정성 평가만 남겨둔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이전 발언이 나왔다.

앞으로 적정성 평가를 공식 통과하면 공군이 예비 후보지를 선정하고 해당 지역이 주민투표를 거치면 이전지가 확정된다. 이전 후보지로는 그동안 경북 예천·영천 등이 거론돼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유치 신청한 곳을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며 “대구 인근이라는 점에서 차량으로 30분 안팎 정도 거리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기지 건설 비용은 7조2465억원으로 추산된다. 민간사업자가 새 기지를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현 K-2 부지를 넘겨받아 개발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다. 시는 기존 K-2 부지를 주거·상업·업무단지가 들어서는 신도시 ‘휴노믹 시티’로 개발할 계획이다. 건물 높이가 제한되는 비행안전 구역이 해제되면 주변 지역의 개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항으로 인해 현재 고도가 15층 이하로 제한되는 곳은 중·동·북·수성구 등 114.3㎢로 대구시 전체 면적의 13%나 된다. 공인중개사 류천봉(49·동구 방촌동)씨는 “K-2 부지가 개발되면 현재 3.3㎡당 400만원 안팎인 주변 택지 가격이 적어도 두 배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 현지에서는 청와대의 이번 발표 배경에 의구심을 내비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K-2 이전 무산에 따른 반발 기류를 잠재우기 위해 대구 시민들이 요구해온 ‘통합 이전’ 카드를 내놨다는 분석도 있다. 서홍명(65) K-2 이전 대구시민추진단 집행위원장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당초 K-2 이전과 연계돼 있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신공항을 백지화했다”며 “(대구공항 이전 카드는) 들끓는 지역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당초 대구 지역에서 밀양 신공항을 간절히 원했던 것도 밀양 신공항이 건설돼야 시내에 자리한 대구공항 이전이 가능한 게 큰 이유였다”며 “대구 지역에서 대구공항 이전을 환영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신용호·윤석만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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