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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수집 취미 테리사 메이 “메르켈과 비교 말라, 나는 나”

중앙일보 2016.07.12 02:17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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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왼쪽)이 영국 총리로 사실상 확정됐다. 보수당 경선에서 메이의 경쟁 상대였던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오른쪽). 레드섬은 “강한 총리가 지명돼야 한다. 메이가 그 적임자”라며 메이 지지의사를 밝혔다. [런던 AP=뉴시스]

“빌어먹게 어려운 여자다(a bloody difficult woman).”

12세 때 정치인 꿈 ? 97년 첫 배지
2002년 보수당 최초 여성 당의장
“차갑다” 평가, 대중적 인기 못 누려
동료들도 “빌어먹게 어려운 여자”
EU와 브렉시트 협상이 숙제로

영국 보수당의 중진인 켄 클라크가 영국의 새 총리가 될 테리사 메이(60)를 묘사한 말이다. 그러곤 “마거릿 대처도 겪지 않았나”라고 했다.

두 문장에 메이의 정치 요체가 담겼다.

그의 이력서엔 성공한 정치인의 경로가 담겨 있다. 41세 때인 1997년 의원 배지를 달았다.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결제기관에서 일하며 경제감각을 익힌 뒤다. 2년 뒤엔 야당이던 보수당의 예비내각에서 문화·교육을 담당했으며, 2002년 보수당 사상 최초의 여성 당의장으로 지명됐다. 그해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보수당이 고약한 정당(nasty party) 같다”며 개혁을 촉구, 당을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보수당을 온건하게 바꾸는 일을 했다.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부터 요직이나 실각하기 딱 좋아 ‘정치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내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20세기 최장수다.

그렇다고 정치인 하면 떠올리게 되는, 전형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정치인들과 ‘사적 대화’를 즐기지 않는다. 감정을 드러내는 법도 없다. TV 출연을 즐기지 않는다.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란 얘기다. 스스론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장차 영국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고 낙관적이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여주길 원한다. 허튼짓을 안 하는 정치가 또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말한 일이 있다.

일 중심인 그에게 독특한 면이 있다면 구두 수집과 요리를 즐긴다는 것 정도다. 요리책은 100권 정도 소장하고 있다. 종종 표범 무늬 구두를 신고 나타날 때도 있다. 구두를 두곤 주변에서 농반진반으로 “(수천 켤레를 소장한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보단 적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동료 의원은 메이를 존중하나 차갑다고 느끼곤 했다.

닉 클레그 전 부총리가 “너무 사적인 대화가 없다”고 투덜거린 일도 있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함께 늘 차기 주자로 불렸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정치권에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란 비상한 상황이어서 메이에게 기회가 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는 오랫동안 대처에 비유되곤 했다. 권력 의지는 못지않다. 12세부터 정치인을 꿈꿨다고 한다. 대처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정치인이었다면 메이는 그보단 현실주의적 면모를 보여왔다. 사회개혁을 지지하지만 이민 제한은 필요하단 식이다. 이 때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교되곤 한다. 정작 그는 “롤모델은 없다. 나는 나”라며 비교를 사양했다.

그에겐 크게 두 개의 과제가 놓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속 조치다. 메이 개인적으론 노르웨이처럼 유럽단일시장에 접근하나 이민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EU에선 부정적이다. 그의 주변에선 “내무장관으로서 EU와 협상해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란 말로 ‘우회로’를 통해 EU에 잔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참모들은 여지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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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갈라질 대로 갈라진 분열의 봉합이다. 세계화로부터 소외된 계층의 분노를 치유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는 11일 연설에서 “영국을 부자와 빈민, 도시와 시골 사람, 젊은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 흑인과 백인, 병자와 건강한 사람 등 모두를 위해 돌아가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메이는 1956년 영국 남부 이스트본에서 성공회 신부의 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참전 군인이었고 증조부는 집사였다. 평범한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그에게 결코 평범치 않은 ‘어려운 일’이 맡겨졌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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