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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 위해 헌신한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중앙일보 2016.07.12 01:16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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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한센병 환자가 모여 있는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 스물아홉 살 청년이 공중보건의로 부임했다. 서울대 의대를 갓 마친 의사 김인권(65·사진)은 남들이 꺼리는 이곳 근무를 자원했다. 인턴 과정때 6개월간 소록도를 다녀간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한센병 환자들의 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중외학술복지재단, 성천상 선정
“음지에서 의료봉사활동으로 귀감”

3년간의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친 뒤 의사로서 본격적인 진로를 결정할 때가 되자 그는 이번엔 전남 여수에 있는 여수애양병원을 선택했다. 여수애양병원은 외국인 선교사가 1909년 지금의 광주광역시에 처음 지은 뒤 국내 최초의 한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20년대 중반부터 여수 시골마을로 순차적으로 이주를 시작했고 1967년 현대식 병원으로 재탄생했다.

의사 김인권에게는 부나 명예보다 한센병 환자의 치료가 시급한 일이었다. 그는 83년 5월 여수애양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으로 부임한 뒤 한센병과 소아마비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예방 백신 개발로 소아마비 환자의 수가 감소했을 땐 진료 방향도 함께 바꿨다. 허리와 고관절,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늘자 인공관절수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건강을 되찾아 줬다. 현재 여수애양병원은 인공관절 수술의 메카로 불릴 만큼 전국 최고 의료 수준을 자랑한다. 인공관절을 포함한 정형외과 수술 건수가 연간 약 4000건에 달한다. 이 병원은 김인권 명예원장의 지시에 따라 “오는 환자는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한센병 환자와 지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이 제4회 성천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성천상은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이 그룹 창업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사장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의료인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상금은 1억원. 시상식은 다음달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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