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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 반전 드라마, 호날두 두 번 울다

중앙일보 2016.07.12 01:05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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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두 번 울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포르투갈의 진정한 리더가 됐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해 흘린 눈물은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했고, 우승 직후엔 감격의 눈물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호날두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생드니 AP=뉴시스]

11일 프랑스 파리. 지역 명물인 에펠탑이 포르투갈 국기를 상징하는 초록과 빨강의 이중 조명으로 물들었다. 포르투갈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우승을 축하하는 개최국 프랑스의 통 큰 선물이었다.

프랑스 파예 태클에 무릎 부상
전반 25분 들것에 실려나가
주장 완장 넘겨주며 눈물 펑펑
페페 “호날두 위해 우승하자”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0 승리
조국에 첫 우승 안기며 또 눈물

포르투갈은 이날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맞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후반 4분, 안토니우 에데르(29·릴)가 아크 서클 외곽에서 시도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프랑스 골대 왼쪽 구석을 꿰뚫어 결승골이 됐다. 포르투갈이 메이저급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르투갈은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대륙대항전인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유럽 대표로 나선다.

포르투갈이 정상을 밟기까지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는 두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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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것에 실려가며 눈물 흘리는 호날두. 경기 종료 후엔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생드니 AP=뉴시스]

호날두는 전반 8분 만에 프랑스 미드필더 디미트리 파예(29·웨스트햄)의 거친 태클에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부상 부위를 압박 붕대로 동여매고 그라운드에 돌아왔지만 전반 25분경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팀 동료 루이스 나니(30·발렌시아)에게 주장 완장을 넘기려던 그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교체 아웃돼 들것에 실려나오는 동안에도 호날두는 눈물을 흘렸다. 아들의 눈물을 지켜본 모친 돌로레스는 스페인 스포츠지 마르카와의 인터뷰에서 “이 스포츠(축구)는 공을 차는 것이지 상대 선수를 차는 게 아니다”며 파예를 비난했다.

에이스가 눈물을 흘리며 벤치로 물러나자 동료들을 ‘냉철한 전사’로 변신했다. 해결사를 잃은 포르투갈은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고 짜임새 있는 수비 축구로 버텼다. 홈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에게 전·후반 90분간 17개의 슈팅을 허용하고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연장 후반에 찾아온 반격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

호날두는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동료들과 얼싸안고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이번엔 환호하는 동료들과 관중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앙리 들로네(유럽축구선수권 우승 트로피의 명칭)가 함께 했다.

시상식에서 주장 자격으로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호날두는 “언제나 대표팀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꿨다. 클럽 팀에서 모든 걸 이루고도 늘 뭔가 부족했는데 바로 오늘 100%를 채웠다. 포르투갈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냈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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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연장전 내내 대표팀 동료들을 독려하며 ‘벤치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생드니 AP=뉴시스]

동료들은 이날 하루 ‘벤치의 리더’로 변신한 호날두에게 공을 돌렸다. 결승전 MVP로 선정된 수비수 페페(33·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는 언제나 우리의 에이스다. 그가 뛸 수 없게 됐을 때 ‘호날두를 위해서 반드시 우승하자’는 말로 동료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결승골 주인공 에데르는 “호날두가 다가와 ‘네가 결승골을 넣을 것’이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그 한 마디가 나에게 정말 중요했고, 힘과 에너지가 됐다”고 털어놨다. 눈물과 격려를 적절히 섞어 팀을 하나로 만든 호날두의 리더십에 팬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호날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결승전 직후 한꺼번에 300만명이나 늘어나 6700만명이 됐다.

‘맞수’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와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호날두가 유로 2016에서 우승하며 메이저급 국가대항전에서 우승 경력이 없다는 꼬리표를 떼어낸 게 메시에게 자극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메시는 지난달 27일 남미축구선수권(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칠레에 져 준우승에 그친 직후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포르투갈은 유럽 챔피언의 영예와 우승 트로피 이외에 300억원대의 짭짤한 부수입도 올렸다. AP통신은 “우승팀 포르투갈에 돌아갈 배당금이 2550만 유로(323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조별리그를 거쳐 준결승에 오르며 1750만유로(222억원)를 벌어들였고, 우승 상금 800만 유로(101억원)를 추가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코파 아메리카의 우승팀 칠레가 벌어들인 금액(650만 달러·74억원)의 4.4배나 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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