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New York Times] 재앙이 될까 걱정되는 리우 올림픽

중앙일보 2016.07.12 00:49 종합 29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바네사 바바라
브라질 칼럼니스트

다음달 6~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여름 올림픽은 재앙이 될 게 확실하다. 개회식을 불과 50일 남긴 지난달 17일 리우 주지사는 ‘공공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금융위기로 올림픽 자금줄이 막혔다는 것이다. 위기가 너무 심각해 치안·보건·교통·환경이 총체적으로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주지사는 호소했다. 이로 인해 리우 주정부는 연방정부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았다.

개최일 코앞에 다가왔는데
완공된 경기장 찾기 어렵고
재정 위기, 치안 불안 심각
지카바이러스 우려도 여전


얼마 전 리우를 찾았다. 시 전체가 공사판이었다. 벽돌과 파이프가 곳곳에 쌓여 있고 인부들이 손수레를 밀고 다녔다. 누가 보면 올림픽이 2017년 열리는 줄 알겠다. 완공된 경기장은 거의 없다. 올림픽 홍보사무실을 찾아가 안내 투어를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올림픽 시설의 핵심인 ‘바라 올림픽 파크’의 내부를 간신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조직위의 주장처럼 ‘97% 완공된 상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공사가 끝난 소수의 시설을 봐도 신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난 4월 리우 해변가를 따라 완공된 자전거길이 무너져 2명이 숨졌다.

리우의 치안 상태도 걱정스럽다. 마약 범죄단 간 영역 싸움에 휘말린 동네가 20곳이 넘는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서만 경찰관 43명이 숨지고 민간인 238명이 경찰에게 사살됐다. 유엔은 “리우의 폭력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올림픽 기간 중 군인·경찰 8만5000명이 리우에 배치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배치된 군경 숫자의 두 배다. 경기장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잦은 것도 걱정이다. 올해 들어 행인 76명이 유탄을 맞았고 이 중 21명이 숨졌다. 지난달 19일엔 자동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괴한 20여 명이 경찰에 구금된 마약단 두목을 빼내려 공립병원을 습격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기사 이미지
올림픽 동안 리우를 찾을 관광객 50만 명이 자신도 모르게 위험지역에 들어갈 확률도 높다. 도로 표지판이나 안내 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토박이인 나도 중앙역에서 올림픽 파크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는 데 30분을 헤맸다. 표지판이 없어 노점상이나 행인들에게 물어 물어 가야 했다. 그나마 내가 포르투갈어를 할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리우가 어쩌다 이렇게 엉망진창이 됐을까. 우선은 돈 때문이다. 프란시스쿠 도넬레스 주지사 대행은 인터뷰에서 “리우시는 파산했다”고 공언했다. 리우시가 연방정부에 진 빚은 이미 210억 달러가 넘는다. 공립은행과 국제 대출기관에 진 빚 100억 달러를 빼고도 말이다. 이런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올림픽을 핑계로 이뤄진 방만한 지출과 과도한 공무원 월급이다. 그 결과 리우시는 공무원 월급과 연금 지불을 중단해야 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리우시가 어려워진 또 다른 원인은 정치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예산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5월 12일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자연히 올림픽 준비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레오나르두 피치아니 체육장관은 “올림픽이 환상적으로 개최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우려하는 지카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모든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골프 세계 챔피언 제이슨 데이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이 지카바이러스를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전 세계의 유명한 의사들과 과학자·생명윤리학자 150명도 지카바이러스를 걱정해 “올림픽 개최지를 바꾸거나 시기를 미루자”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브라질은 이런 우려에 코웃음을 치는 분위기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은 브라질에선 한겨울이다. 모기 숫자가 가장 적은 때다. 게다가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다. 여성이 리우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보다는 강간당할 확률이 10배나 많다. 남성도 총 맞아 숨질 확률이 훨씬 높다.

물론 브라질이 성공적으로 치러낸 국제행사도 많다. 매년 100만 명이 몰리는 리우 카니발이나 2014년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행사엔 공통점이 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이 철저히 소외된 점이다. 주 정부는 올림픽을 명분으로 리우 시내 지역 개발을 밀어붙였다. 리우 시장이 2012년 TV 인터뷰에서 “(시가) 처리할 일이 생기면 올림픽 때문이라고 말하면 다 된다”고 했을 정도다. 그중엔 주민들의 우선순위와 무관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리우 시내 빈민가인 파벨라다. 파벨라 주민들은 상수도와 위생시설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주 정부가 2200만 달러를 들여 설치해준 건 관광객용 곤돌라였다.

리우 올림픽의 최대 승자는 건설업체와 토지 소유주들이다. 올림픽 파크와 선수촌 및 그 인근의 부동산을 보유한 땅부자 카를로스 카르발루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올림픽 파크가 있는 바라 지구에서 빈민가를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은 고급 주택가로 바뀔 것이다. 리우 주지사의 말이 맞았다. 리우 올림픽은 재앙이다.

바네사 바바라 브라질 칼럼니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