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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너무 잘 아는 클린턴, 너무 모르는 트럼프?

중앙일보 2016.07.12 00:45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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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지한파 미국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한국의 관계를 전화 통화에 비유했다. “외교는 사람 간의 케미(chemistry)에 달려 있다. (얼굴을 맞대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해도 상대가 눈썹을 올렸는지 웃는지 다 안다. 클린턴은 (한국 지도자들을) 알고 있으니 목소리만 들어도 읽을 수 있다.” 맞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도 사견을 전제로 “서로 익숙한 측면으로만 본다면 클린턴 쪽이 관계를 맺기에 더 용이하다. 진입 비용이 더 적게 들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클린턴 캠프엔 숨어 있는 한국통도 많다.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팀 케인 상원의원의 보좌관이 “클린턴이 집권하면 한국과 동아시아를 챙길 사람”이라고 귀띔했던 로라 로젠버거 외교 자문역은 우리 당국자들과 2008년 평양에서도 만났던 사이다. 당시 영변 냉각탑 해체 때 국무부 소속으로 방북했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전체가 아닌 순익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니 논란을 부른다. 세계 최강의 미군 정보·기갑·공군 전력이 한국에 주둔하는 만큼 한국을 지켜주는 효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군사력을 동아시아에 투사하는 전초기지로서 한국이 미국에 제공하는 이득도 분명하다. 쉽게 말해 주한미군이 빠지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한국에 배치할 명분도 사라진다. 또 미국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여부는 극도로 예민한 이슈인 만큼 북한을 잘 알수록 쉽게 꺼내기 어려운 전략적 카드인데 트럼프는 너무 쉽게 말하니 그 진정성이 반감된다.

그렇다고 클린턴은 한국을 너무 잘 알고 트럼프는 너무 모르니 우리에게 누가 더 좋다는 식의 기대는 단견이다. 트럼프가 통상 문제를 대선전 전면에 등장시켰지만 되돌아보면 한국은 미국 민주당 정부 때 통상 압력으로 시련을 겪었다. 빌 클린턴 정부는 김영삼 정부에 농산물 시장 개방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 협력을 강력 요구하며 쌀 파동이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이미 도장을 찍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정을 요구했고 결국 이명박 정부는 추가 협상을 해야 했다. 한·일 관계에서도 클린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성노예’로 부르며 한국민의 정서와 맞아떨어졌지만 동시에 클린턴 주변엔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을 강조하는 참모가 즐비하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인 왈리드 파레스는 “모든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였지만 다들 말을 안 했고 트럼프는 말을 했다는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누가 당선되건 미국의 국익을 챙기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트럼프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클린턴이건 트럼프건 우리가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되새기자는 얘기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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