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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타임커머스가 뭔가요?

중앙일보 2016.07.12 00:09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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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얼마 전에 친구가 뮤지컬 공연 당일날 표를 구매해서 30% 싸게 샀다는 거에요. 그런데 ‘선예매 10% 할인’, ‘호텔 조기 예약 20% 할인’같은 사례에서 봐도 원래 미리 사면 더 싼 거 아닌가요? 친구는 타임커머스앱으로 표를 구매했다는데 타임커머스가 뭔가요?
 

마트‘마감세일’처럼 기한 임박한 상품 싸게 파는 거죠

생선·갈비·채소 등 신선제품서
항공권·호텔·공연티켓까지 등장
가격 대비 품질 따지는 소비자 늘고
IT기술 발달로 연결도 쉬워져
“일찍 산 사람만 손해” 인식 퍼지고
업체간 경쟁으로 가격질서 혼란도
실속 없는‘미끼 상품’에 속거나
상품 못찾아 낭패 겪는 경우도 많아

A. 틴틴경제 여러분,‘타임커머스(Time commerce)’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시간이 임박할수록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과거처럼 미리 구매하면 저렴한 경우도 여전히 있어요. 하지만 최근엔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타임커머스가 인기를 끌고 있죠.

며칠 전 밤 10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들렀어요. 마감시간인 밤 12시까지 2시간 남았지만 수산물, 채소, 과일 코너에선 한창 ‘마감세일’을 하고 있었어요. 수산물 코너에선 전복 5마리 2만원짜리 상품을 1만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육류 코너에선 양념돼지갈비 1kg 1만3000원짜리 제품을 7000원에 팔더군요. 채소류나 과일 역시 품목 별로 최소20%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하고 있었어요. 채소코너 정명숙(가명·47) 판매원은 “수산물, 육류, 채소 등은 판매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면서 “상품의 신선도와 재고 상황에 따라 할인 폭이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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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가야 살 수 있는 ‘떨이 상품’ 말고도 요즘엔 항공권(플레이윙즈), 호텔(데일리호텔, 호텔나우), 공연(타임티켓) 등 시간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지는 대표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타임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이 속속 나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유통기한이 임박한 스낵, 음료, 올리브유와 같은 식료품을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쇼핑몰 (떠리몰)도 있어요. 최근엔 KTX도 땡처리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죠.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경우 지난 6월 한달 땡처리 항공권 판매는 직전 해와 비교해 5배 급증했습니다. 타임커머스 호텔 앱은 2013년 1개로 시작해 최근엔 15개 정도로 늘어났죠. 타임커머스 호텔앱 거래액은 지난해 업계 추정 10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최근의 타임커머스 열풍은 소비자, 기술 그리고 시장 상황이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 침체에 품질과 가격 모두를 따지는 즉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애용되기 시작했죠.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수요와 공급을 손쉽게 이어주는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생겨난 덕분이기도 해요. 게다가 시장의 공급 과잉이 타임커머스 업계엔 좋은 수요처가 됐습니다.

타임커머스는 과거에도 존재했어요. 뮤지컬 공연으로 유명한 미국 브로드웨이에는 TKTS라는 곳이 있어요. 1980년 대부터 만들어진 곳으로 브로드웨이 공연의 당일 아침에 정가로 200~300달러 정도하는 티켓을 50% 정도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TKTS앞에 줄지어 선 광경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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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의 발달로 O2O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공연 타임커머스 앱도 생겨났습니다. 마감이 임박한 공연 티켓을 TKTS처럼 현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살 수 있게 된 거죠. 일부 앱에선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상품도 구매할 수 있죠. 공연 타임커머스 앱 ‘타임티켓’에선 서울 대학로 연극 공연뿐 아니라 전국의 뮤지컬, 오페라 공연을 60~90% 할인된 가격에 볼 수 있답니다. 앱에서 확인해 보니 당일 공연의 경우 ‘김종욱 찾기’‘옥탑방 고양이’와 같은 인기 공연도 70% 가까이 할인된 1만48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항공권도 타임커머스의 좋은 예입니다. 비행기는 뜨는 순간 그 항공권 가치가 0이 되기 때문에 출발 날짜가 임박해도 팔지 못한 항공권은 항공사나 여행사가 초특가에 내놓습니다. ‘땡처리 항공권’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최근 온라인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은 대부분이 ‘땡처리’ 상품이에요. 국내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시즌과 노선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타임커머스 전략은 최근 항공사에 필수”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인천-코타키나발루 항공권 가격은 보통 58만원~62만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검색 다음날인 12일 출발하는 항공권 가격은 21만5000원이었습니다.

공급 과잉에 빠진 호텔업계도 객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타임커머스 앱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80.7%이던 서울 지역 객실 이용률은 2015년 53%로 하락했죠. 하루 숙박비가 30만~40만 원정도 하는 특급호텔은 이보다 객실 이용률이 더 낮다고 합니다. 이유는 객실이 증가한 때문인데요. 2012년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최근 4년 동안 국내엔 새로운 호텔 150개가 지어졌습니다. 지금도 서울 중구엔 30여 개의 비즈니스 호텔이 지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남는 객실이 많아지면서 2013년 데일리호텔을 시작으로 지금은 호텔나우, 호텔타임 등 10여 개 정도의 타임커머스앱이 경쟁하고 있어요. 서울신라호텔·W서울워커힐·JW메리어트 동대문과 같은 서울시내 특급호텔도 상품에 포함돼 있죠. 호텔 타임커머스앱을 실행해 봤어요. 기존 49만6100원(1박 기준, 조식·세금 포함)짜리 롯데호텔서울 상품은 26만6200원, 52만원(1박기준)짜리 더 플라자호텔 상품은 24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호텔타임커머스앱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일 예약과 하루 전 예약의 판매 비중은 전체 앱 매출의 70% 정도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호텔타임커머스앱의 한달 이용자 수는 119만 명으로 1년 전 62만 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호텔타임커머스앱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죠. 데일리호텔 관계자는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상품도 있다”면서 "최근 상품 할인 외 사우나·조식 이용권이나 바우처 지급과 같은 서비스를 추가해 주는 등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타임커머스 확대가 꼭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업체간 경쟁으로 가격질서가 무너진다는 지적도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 일요일 JW메리어트에 전화해 알아본 당일 디럭스룸 가격은 37만7520원(1박 기준, 세금포함)이었지만 타임커머스 앱에선 같은 조건으로 29만9900원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호텔 업계 관계자는 "아직 타임커머스가 우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다. 하지만 타임커머스 앱을 이용한 소비자가 느는 만큼 정상가 개념이 무너질까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포시즌스호텔 서울 윤소윤 홍보팀장 역시 "타임커머스가 객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호텔 업계의 필수 전략이 되긴 했지만 브랜드 전략, 가격 정책에 있어 혼선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소비자의 경우엔 여름 휴가철인 요즘처럼 성수기땐 타임커머스만 믿다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항공권의 경우 사이트에 안내된 가격과 실제 가격 조건이 다른 경우도 있어요. 항공권 타임커머스 앱에 들어가 인천-코타키나발루 11만9000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려 했지만 실제론 가격도 최저 39만2000원이었고 환승까지 더해 비행시간은 22시간이었어요. 이른바 미끼상품인 셈이죠.

이 밖에 기업 입장에선 초기에 타임커머스보다 비싸게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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