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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아줌마 부대 때문에 국경 해제까지­ … 콜롬비아 가서 식량 사재기

중앙일보 2016.07.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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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구하기 위해 밀려드는 베네수엘라 아줌마 부대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간 국경 봉쇄마저 해제시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경도시 타키라와 콜롬비아 쿠쿠타 간 국경을 잇는 도보용 다리를 12시간 동안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개방된 12시간 동안 약 3만5000여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콜롬비아 쿠쿠타 내 슈퍼마켓을 싹쓸이했다고 BBC는 전했다.

쌀, 밀가루, 설탕, 식용유, 화장지 등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국 정부 고시가보다 10배 쯤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같은 생필품을 모조리 사들였다고 BBC는 보도했다. 자국에선 이들 생필품은 10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필품을 언제 배급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장기간 지속된 저유가로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판 ‘오일머니’로 생필품의 70%를 수입에 의존했다. 오일머니가 줄면서 생필품 수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베네수엘라에선 생필품 품귀현상이 몇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베네수엘라-콜롬비아 간 국경 봉쇄 해제는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지난해부터 양국 정상 간 설전이 오간 뒤로 관계가 험악해졌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콜롬비아인들이 국경에서 무장세력과의 작전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저렴한 생필품을 대량 밀수해간다며 주요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자국에 불법 체류중인 콜롬비아인들을 대거 추방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혁명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지 콜롬비아 사람들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며 맞받아쳤다. 이후로 양국 국경은 11개월 간 봉쇄돼왔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도 굶주린 자국 국민들 앞에서 자존심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일 베네수엘라 국경도시 타키라 여성 500명이 콜롬비아 쿠쿠타로 쳐들어간 게 발단이 됐다. 베네수엘라 국경 경비대원들이 막아섰지만 아줌마 부대들은 “아이들이 굶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이들을 뿌리쳤다. 이런 일이 있고 닷새 뒤인 마두로 대통령이 12시간 국경 개방을 발표한 것이다.

이날 콜롬비아 국경을 넘어 생필품을 잔뜩 사온 글로리아 아칠라는 “오랜만에 상점 선반에 식료품이 가득찬 걸 보니 너무 행복했다”며 “오늘은 아이들에게 밥을 해먹일 수 있다”고 기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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