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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성병 걸린 남자들 공개합니다' 신상 터는 SNS 'OO패치'

중앙일보 2016.07.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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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OOO이고, 20대입니다. 트리코모나스랑 임질 걸린 친구입니다. 더러움. 지금 여자친구도 있어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성병패치'라는 계정이 생겼다. '성병패치'는 요도염·매독·클라미디아·트리코모나스·임질 등 각종 성병에 걸린 남성을 제보받아 폭로한다. 성병에 걸린 사람의 사진과 이름, 나이는 물론 그가 걸린 병명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지난달 말 '성병패치'는 A씨의 비뇨기과 진단서 사진을 공개했다. 운영진은 "반박하고 싶은 사람은 병원에서 성병 검사를 받은 후 진단서를 제출해 달라"고 공지했고, 신상이 공개된 A씨가 글 삭제를 위해 증거물을 제출했다. 개인정보 공개 논란으로 계정은 현재 폐쇄됐지만, 일반인 40명의 신상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됐다.

# "OOO는 금수저가 아니라 룸수저"…'~패치'의 시작은 '강남패치'

지난 6월 ‘강남패치’를 시작으로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를 연상케 하는 '~패치'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창놈패치’, ‘한남패치’, ‘오메가패치’, ‘일베충패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강남패치’는 강남 화류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과 업소 여성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계정이다. 강남 어느 술집의 종업원인데 연예인 누구와 사귀었고, 현재는 일반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살 때 일 시작한 친구인데, 하쩜에서 시작해 텐으로 상승. 들어앉은지 오래. 스폰한테 옥수동 푸르지오 받음’, ‘OOO는 지방흡입 받고 수직상승. 스폰한테 BMW 받음. 살판남’이라는 글도 눈에 띈다.

‘강남패치’는 ‘박유천 고소녀’ 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의 사진을 공개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금은 계정이 삭제 됐지만 한 때 이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강남패치’ 운영진은 “화끈하게 복귀 하겠다”며 7~8개의 계정을 추가로 만들었다.

‘강남패치’ 운영자는 ‘훼손할 명예가 있다면 나를 고소해라’라는 입장이다. 그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사람들에게 얘기할 공간을 만들어준 것뿐이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계정은 아니다"라며 "내가 올린 게시물 중 억울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피해를 입었다면 증명을 해달라. 말로만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현재 강남경찰서는 ‘강남패치’ 때문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중이다.

# '강남패치' 폐지 이후…"성매수남 공개합니다" '창놈패치', '한남패치' 생겨

‘강남패치’가 폐쇄된 이후 이와 유사한 ‘창놈패치’, ‘한남패치’, ‘성병패치’, ‘일베충패치’, ‘오메가패치’ 등이 줄줄 생겼다.

‘한남패치’는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남성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다. ‘한남’은 ‘한국 남자’의 줄임말로 ‘전국팔도 문란한 한남들이 모여있는 곳. 여성들이 피해야할 남성들’ 이라고 소개한다. 이곳 역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운영자가 글을 올린다.

이곳에는 남자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공개된다. ‘OOO 제보합니다. 어장관리 잘해요. 연예인들이랑 친해서 같이 다녀요. 여자들 꼬셔서 청담동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거부하면 억지로 하려고 해요’, ‘OOO는 반반한 자기 사진을 이용해서 여자에게 작업 걸어요. 오늘부터 사귀자고 하고 술을 계속 먹입니다. 술 마시면 기절하는데, 약 탄 것 같아요. 다른 피해자 생기기 전에 신고합니다’ 등이다. 현재 ‘한남패치’는 폐쇄된 상태며, 서울 수서경찰서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창놈패치’는 성매수 남성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다. ‘창놈패치’ 운영자는 ‘OO 실장이 직접 관리하던 성매수남들 번호만 20만개. 천천히 공개 할게요’라고 소개했다. 화류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논현패치’도 있다. ‘일베충패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이용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계정이다.
 
# 임산부석 앉은 남자들 얼굴 찍어 공개하는 '오메가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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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패치’는 지하철, 버스의 임산부좌석에 앉은 남자들을 몰래 촬영해 공개하는 계정이다. 모자이크 없이 특정 인물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도 있다. 제보사진과 함께 남성을 비하는 표현인 #한남충(한국남자벌레) #오메가남 #재기해(자살해라) 등의 해시태그를 걸어 조롱하기도 한다. ‘오메가’는 남녀 성별에 상관없이 임신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가상 용어로, 웹상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폭로에 한 네티즌은 "운영자님 배려는 말 그대로 배려일 뿐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남자들도 겉으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식으로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현재 ‘오메가패치’는 비공개로 전환됐으며, 지난 6일 서울 광진 경찰서가 오메가패치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신고 4~5건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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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서버 해외에 있어 수사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은 비방 목적으로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을 올릴 경우 사실이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허위 사실이면 7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간단한 개인 정보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한 SNS의 특성상 운영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해외에 있는 인스타그램 등의 서버를 수사하려면 국제공조가 필요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병패치’ 운영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백날 수사해봐라. 애초에 인스타그램에 ‘official crime’ 아니면 개인정보 절대 공개 안한다고 써있다. 고소장이야 한국에서는 다 받아주고 수사해주지. 도널프트럼프 까는 계정들 못 잡는다. 헐리웃 스타들 까는 계정도 못 잡는다”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패치에서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가능성이 크다”며 “심각한 인격권 침해 행위가 확산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수민 기자·이병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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