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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월요일] 구수하고 진하네…‘콜드브루’ 커피 떴다

중앙일보 2016.07.11 03:00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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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일하면서 20대 여성이 멀리서 나를 보고는 ‘잠깐만요~’ 하고 외치면서 뛰어오는 일은 극히 드문데 요즘 종종 겪어요.”

원두 갈아 찬물에 오랜 시간 우려
카페인 많지만 시고 쓴맛 적어
2030 직장인 애호가 폭발적 증가
커피전문점들도 앞다퉈 메뉴 개발
생맥주처럼 거품낸 ‘니트로’도 나와
맥주·소주와 섞은 칵테일도 즐겨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줌마 신영자(59)씨가 웃으며 말했다. 회사원 김희진(31)씨는 “두 달 전부터 아줌마에게서 커피를 산다”며 “근처 커피숍들은 비싸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지만 여기 커피는 맛도 좋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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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간 커피가 요즘 ‘핫’한 ‘콜드브루(cold brew)’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2030세대가 올리는 ‘시식 인증샷’은 물론 아포가토 등 다양한 콜드브루 활용 노하우가 수만 건에 달한다. 콜드브루는 ‘차갑다’는 뜻의 ‘콜드(cold)’와 ‘끓이다, 우려내다’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브루(brew)’의 합성어로 ‘차가운 물로 우려낸 커피’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 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90도 이상의 고온·고압으로 추출한 커피에 물을 타서 만든다. 반면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제조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열 손상을 최소화해 쓴맛이 적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국내엔 콜드브루 이전에 ‘더치커피(Dutch coffee)’가 소개됐다. 실온에서 찬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내린 커피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콜드브루와 더치커피는 거의 같다. 그런데 더치커피는 생소한 방식에다 실온, 찬물 추출 등에 따른 위생 논란까지 생겨 자리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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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열풍을 일으킨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사진 각 업체]

콜드브루가 인기를 끌게 된 건 올해 초 한국야쿠르트가 자사 배달망을 통해 공급하는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와 손잡고 해당 제품을 개발했다. 종류는 아메리카노, 라테, 앰플 등 세 가지로 가격은 1500~2300원이다. 만든 지 10일 이내 제품만 유통시키는 원칙도 내세웠다. 여기에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표되는 대규모 배달망까지 더해지면서 해당 제품은 출시 넉 달 만에 700만 개가 팔렸다.

신상익 야쿠르트 멀티상품팀장은 “직장인들이 하루 한두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데 매번 비싼 돈을 주며 카페로 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매일 ‘여사님’(야쿠르트 아줌마)이 직접 배달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입사 3년차 직장인 이지윤(26)씨는 “콜드브루는 가격이 커피숍 절반인데 맛은 진하고 카페인 함량도 높다. 점심 먹고 나른할 때 꼭 한 잔 한다”고 말했다. 앰플을 활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학생 양유정(22)씨는 “앰플을 이용해 여러 커피를 만드는데 맥주를 넣어 콜드브루 비어를 마시고 소주 등과 섞어 모히토를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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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 ‘콜드브루’. [사진 각 업체]

앞서 콜드브루 메뉴를 맨 먼저 내놓은 곳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다. 지난해 1월 플래그십 매장인 ‘포스코사거리점’에서 콜드브루 메뉴를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공급 규모가 워낙 적었던 탓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콜드브루가 인기를 끌면서 ‘콜드브루 라테’와 연유를 첨가한 ‘콜드브루 스위트라테’ 등의 신메뉴를 개발해 전국 매장에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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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콜드브루’. [사진 각 업체]

스타벅스도 지난 4월 일부 매장에 콜드브루 제품을 내놓으면서 콜드브루 열풍에 가세했다. 이 회사는 6월부터 콜드브루 판매를 국내 8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바리스타들이 하루에 14시간씩 한정된 양을 우려내고 있다”며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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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콜드브루’. [사진 각 업체]

할리스, 셀렉토 커피 등 다른 커피전문점들 역시 이 커피를 취급하고 있다. 특히 셀렉토 커피, 이디야 커피랩 등은 질소 가스를 주입해 마치 생맥주처럼 풍성한 거품이 있는 ‘니트로(질소) 콜드브루’라는 특이한 제품도 내놓았다.

콜드브루 전문기업인 핸디엄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콜드브루를 즐길 수 있도록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시면 되는 음료) 커피인 ‘더치커피워터’와 ‘콜드브루커피 블랙’ ‘라테’를 출시했다. 이 중 ‘더치커피워터’는 스페셜티 등급의 예가체프와 케냐 싱글오리진 원두로 추출한 원액을 물에 희석해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커피 음료란 설명이다. 이 밖에 일동제약의 ‘더치워터데일리’,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와 카페베네 등에서도 콜드브루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콜드브루가 강세를 보이면서 커피전문점 외에도 CU, 롯데마트 같은 유통업체까지 속속 콜드브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편의점 CU가 겟(GET) 더치커피워터를 내놓았다. 콜롬비아 원두와 탄자니아 원두를 7대 3 비율로 블렌딩해 사용했으며 다른 첨가물은 넣지 않았다는 게 CU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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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를 추출하는 모습. [사진 각 업체]

롯데마트는 최근 ‘초이스엘프라임 콜드브루’라는 이름으로 콜드브루용 원두를 출시했다. 자기 전에 간 원두를 찬물에 담아두고 다음날 아침에 필터로 걸러 마시는 방식이다. 다른 커피음료에 비해 다소 번거롭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회사원 정희영(29)씨는 “요즘엔 동료들과 점심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신 사무실 안에서 콜드브루를 이용한 커피를 즐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콜드부르를 이용할 때는 주의할 점도 있다. 콜드브루의 카페인 함량이 일반 아메리카노 커피와 거의 비슷하거나 높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콜드브루와 제조방식이 거의 같은 더치커피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1.7㎎/mL로 일반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커피(0.4㎎/mL)보다 4배 이상 높다. 또 더치커피 원액을 물과 1대 3 비율로 섞어 마실 경우(희석액 350 mL) 카페인 함량도 평균 149㎎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350mL)에 들어 있는 카페인 140㎎보다 많다.

카페인 하루 섭취 권고량은 성인 400㎎, 임신부는 300㎎ 이하라 두 잔 넘게 마시면 권고량을 넘어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임신부나 카페인 민감자는 콜드브루를 섭취할 때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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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온에서 장시간 추출하고 숙성하기 때문에 자칫 원두와 물, 추출 기구 등이 오염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음식상식 커피란 이름은 에티오피아 ‘카파’에서 유래

커피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이 중 ‘칼디의 전설’이 가장 유명하다.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이 염소가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모습을 본 뒤 직접 먹어본 게 커피 열매였다고 한다. 그러자 피곤함도 가시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것이다. 커피라는 명칭도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지인 카파(Kaffa)에서 유래했다는 게 통설이다. 국내에는 1880년대 전후에 도입됐다고 전해진다.

조한대·김준영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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