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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3500명 반대 집회…“정부, 왜 배치하는지 설득을”

중앙일보 2016.07.11 02:19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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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칠곡군 범군민 궐기대회가 지난 9일 3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들은 “13만 군민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기에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군 왜관읍 일대에는 주한미군기지가 있어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칠곡=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9일 오후 4시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중심인 왜관역 광장. 주민 3500여 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었다. 행사장은 ‘사드 배치 칠곡 안 돼’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등의 피켓과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위험성도 안 알리고 부지 정하나”
음성 오늘 군민결의대회·삭발식
평택·원주·군산 등서도 움직임
“해당 지역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주민들도 국익 관점서 판단해야”

김윤오 ‘사드 칠곡 배치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960년 칠곡 중심지에 미군 부대가 주둔한 이후 개발이 제대로 안 됐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개발 길이 완전히 막힌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를 잡은 백선기 칠곡군수는 “공정한 입지기준을 가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먼저 협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면 한 줌 흙과 단 한 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궐기대회 말미에 백 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 군 의원 등이 삭발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지난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하기로 공식 발표한 이후 전국이 들끓고 있다. ‘사드 님비’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는 ‘우리 집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으로 유해시설이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기도 평택 등지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반발이 거센 곳은 칠곡이다. 지난 5일 칠곡이 유력 후보지로 보도되면서 칠곡군과 군 의회는 반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7일에는 군청 강당에서 사드 칠곡 배치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발대식을 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군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경북도와 연대해 반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음성군도 반대 집회에 나선다. 사드 배치 반대 음성군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 음성읍 설성공원에서 주민 5000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반대 범군민결의대회를 연다. 반대 결의문 채택에 이어 대표단이 삭발하고 사드를 상징하는 얼음탑을 해머로 부수는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 여용주 대책위 상임대표는 “사드가 배치되면 집과 땅값 하락은 물론 재산권 행사도 어려워진다”며 “사드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오삼선(64) 음성군 생극면 이장협의회장은 “생극면 관성리 인근에는 축사와 비닐하우스 등 농경지가 많은 데다 중소기업이 몰려 있어 주민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

평택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반대 평택대책준비위원회는 지난 8일 긴급성명을 내고 “강대국의 군사 대결 정책인 사드는 평택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도 배치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준비위는 20일 평택역 광장에서 시민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사드가 평택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며 “평택은 이미 미군 주둔기지 재배치 전략에 따라 ‘대추리 사태’를 겪은 만큼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원도 원주, 전북 군산 등 배치설이 나도는 곳에서도 항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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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지역 논의 과정과 배치 기준, 안전성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불신과 반발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신공항 부지 선정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대 최병두(지리교육) 교수는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때처럼 정부가 왜 사드를 특정 지역에 배치해야 하고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공개하고 주민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배병일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드를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에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광대 이주천(사학) 교수는 “한·미 동맹은 중요한데 지역 이익이 우선인지 국가 이익이 우선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칠곡·평택·음성·군산=홍권삼·김윤호·전익진·최종권·김준희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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