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IIB 부총재 ‘홍기택 빈 자리’ 헛물켠 한국

중앙일보 2016.07.11 02:10 종합 8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선임 절차가 공식화하면 한국인이 후임이 될 수 있게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국장급 강등, 공모 사실도 모른 채
유일호 “한국인이 후임 되게 부탁 중”
중국, 처음부터 홍 부총재에 회의적

8일 오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한 얘기다. 홍기택(사진) AIIB 부총재가 돌연 휴직을 하면서 비게 된 자리를 한국인이 맡을 수 있도록 요로에 부탁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헛물’을 켰다는 사실은 바로 당일 드러났다. 이날 오후 AIIB는 부총재 공모 일정과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다. 홍 부총재가 맡았던 최고위험관리자(CRO)는 국장급으로 강등해 공모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대신 기존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CFO 자리에는 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서별관회의 관련 논란이란 국내 문제로 홍 부총재가 선임 4개월만에 갑작스럽게 휴직하면서 한국은 국제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그 후속처리 과정에서도 정부는 AIIB와 중국으로부터 소외 당했다. 한국이 AIIB의 37억 달러(지분 3.81%)를 출자한 다섯 번째 주주이자 이사회의 영구 멤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망신’을 당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AIIB가 CRO 공모 일정을 발표한 날은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를 결정한 날이기도 했다. 정부는 AIIB의 결정과 ‘택일’이 사드와는 관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어렵사리 확보한 부총재직을 잃은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 출자금 4조원이 날아갔다고 평가하는 건 과도하다”며 “여전히 한국은 이사국이고 지분만큼 이사회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한국 정부가 홍 회장을 부총재 후보로 밀 때부터 중국은 그리 탐탁치 않아했다는 게 국제 금융계 주변에서 나오는 얘기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진리췬(金立群) 총재는 한국에 부총재직을 제의하면서 자신을 실무적으로 도와줄 사람을 원했다”며 “교수 출신인 홍 부총재가 적임이 아니라고 보고 막판에는 관료 출신의 다른 사람을 거명하며 후보를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로 선임될 부총재(CFO)와 국장 세 자리의 주인공은 국제 공모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후보로는 국제금융 분야를 거친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부총재직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에서 국장 자리를 보고 경쟁력 있는 국내 인사가 나설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공고가 난 만큼 적임자를 찾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조현숙 기자 jm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