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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땐 ‘개’자도 안 꺼낸 아베…압승하자 “개헌 논의 심화”

중앙일보 2016.07.11 02:09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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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10일 밤 자민당 본부에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오른쪽),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와 함께 자민당 소속 후보 명단에 당선표를 붙이고 있다. 자민·공명 연립정권은 2개 야당의 지원을 받아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AP=뉴시스]

일본 국민이 다시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자민당을 선택했다. 자민당은 1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11일 0시30분 현재 54석을 얻어 단독 과반수에 바짝 다가섰다.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개헌에 적극적인 야 2당 및 무소속 개헌 세력은 개헌안 의결·국민투표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자민·공명당은 중의원의 3분의 2를 확보하고 있다. 민진당 등 야 4당은 1인 선출 32개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를 냈지만 자민당의 탄탄한 조직표에 역부족이었다. 사민당은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당수가 의석을 잃었다.

“9월 국회서 헌법심사회 가동”
공명당은 헌법 9조 개정 반대
개헌진영내 헌법안 합의가 숙제
투표 18세로 낮춰 고교생 표심 관심

이번 선거로 아베 총리는 숙원인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아베는 지난달 22일부터의 선거전 유세에서 ‘개헌’의 ‘개’자도 꺼내지 않았다.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은 개헌의 쟁점화를 피하면서 필요 의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아베는 2014년 자민당이 압승한 중의원 선거 당시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한 안보법제를 공약하지 않고 지난해 실현시켰다. 앞으로 개헌 문제는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의를 축으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베가 개헌의 속도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후폭풍 등에 따른 경제의 불안정 요인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방송에 나와 "9월 국회에서 헌법심사회를 가동해 개헌 논의를 심화하겠다”며 "개헌은 여야가 합의를 이룰지가 관건이며 아베노믹스를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개헌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개헌 추진 4당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교전권과 전력(戰力)보유를 금지한 9조(평화조항) 개정을 핵심으로 본다. 반면 ‘평화의 당’을 표방하는 공명당은 9조 개정에 신중하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선거 하루 전인 9일 “9조를 제대로 유지해나가는 것이 기본”이라며 “당장은 반대”라고 말했다.

야쿠시지 가쓰유키(藥師寺克行)도요대 교수는 “개헌 세력이 바꾸려는 헌법 개정안이 제각각이어서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며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개헌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지통신 출구조사 결과, 개헌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6%로 찬성(29.6%)을 웃돌았다.

이번 선거로 일본 정치의 아베 1강(强) 체제는 이어지게 됐다. 아베 재집권 3년 반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인 만큼 아베가 자민당 안에서 당권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은 없다. 현 추세대로라면 임기 3년의 당 총재 연임까지만 허용하는 당규를 고쳐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집권할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아베 지지율은 50% 안팎이고 일본 사회는 보수화돼 있다.

반면 제 1야당인 민진당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잃었다. 2009~2012년 3년간 민주당 집권 당시의 실정(失政)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집단기억을 지우지 못했다. 나카키타 고지(中北浩爾)히토츠바시대 대학원 교수는 “야당의 분열은 이번에 1인 선거구에서의 협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민진당이 무당파를 흡수하는데 실패했다“며 ”아베 지지보다 민진당 실패가 큰 선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현직 각료 2명이 낙선했다. 오키나와(沖繩) 선거구에서 시마지리 아이코(島尻あい子)오키나와겸 북방영토 담담상이 미군기지의 현내 이전 반대파인 이하 요이치(伊波洋一)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이로써 오키나와에선 2013년 이래 국정·지방 선거에서 자민당 지원 후보가 모두 패하게 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에서도 이와키 미쓰히데(岩城光英)법무상이 민진당 후보 마스코 데루히코(增子輝彦)에게 고배를 마셨다. 정부의 부흥·복구 정책에 대한 후쿠시마 현민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기 아이돌 그룹 SPEED 멤버였던 이마이 에리코(今井繪理子)는 자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와 첫 당선을 이뤘다. 혐한 시위 등 헤이트스피치 억제법 제정을 주도한 민진당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의원도 재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선거 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낮춰져 고교생이 대거 투표에 참가했다. 18~19세는 240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에 불과하지만 젊은층 정치 참여 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지지통신 출구 조사결과, 이들의 40.1%는 비례대표에서 자민당에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진당 득표율은 18.5%였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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