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브렉시트 투표 후 당내 갈등 커져
예비내각 장관후보 줄줄이 사퇴
코빈 “당원 뽑아준 자리 지킬 것”
35년 전 탈당 사태 재연 가능성
코빈은 “당원들이 뽑아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는 단체 모멘텀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변수는 투표 용지에 코빈이란 이름이 인쇄되느냐 여부다. 당에서 통상적인 경선으로 유권해석 하면 코빈은 의원 35명의 지지를 받아야 출마할 수 있다.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쫓겨난다는 얘기다. 대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면 출마 가능하다. 현재 당원들의 표심으론 코빈이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든 ‘당이 분열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빈의 불출마는 코빈파의 탈당을 불러올 수 있다. 코빈의 재선출은 대다수 의원들에겐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노동당은 반자본주의자와 사회민주주자들이 어정쩡하게 동거하는 형태다. 이로 인한 당내 갈등이 이어졌다. 온건 성향이 지지를 철회하면 당 자체가 좌경화되면서 집권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곤 했다. 요즘도 그 상태다. 더욱이 코빈은 “의회 내에서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보단 자신을 지지하는 활동가들을 위한 일을 했다”(이코노미스트)란 평가를 받는다. ‘놀라울 정도로 총리에 선출되기 어려운 지도자’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 정치 전문가들은 1981년 네 명의 의원(갱 4)이 탈당하던 때와 유사하다고 본다(라임하우스 선언). 이들은 소수 노조가 당 대표를 정하고 당은 수권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가난을 없애고 평등을 지향해야 하지만 기업을 옥죄거나 관료주의를 늘리는 건 답이 아니며, 고립주의도 외국인 혐오도 배격하고 유럽공동체·유엔 등에서 완전하고도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탈당 이후 노동당은 더 좌경화됐고 90년 대 중반 토니 블레어가 등장한 이후에야 집권할 수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시 라임하우스 선언을 떠올릴 때”라고 전했다. 보수당이 우향우하는 지금 중도좌파 정당이 영국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유지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영국 노동당 내분은 유럽의 좌파 부진과 연결된다. 지난해 총선을 치른 국가 중 덴마크에서 좌파 정당이 실권했으며 핀란드·폴란드·스페인에선 참패했다. 프랑스 집권당인 사회당 소속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바닥권이다.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 확대는 좌파의 성장 토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미 좌파의 상징 정책들이 실행에 옮겨졌거나 우파에 의해 차용됐다. 이에 따라 좌파는 세계화에 소외된 계층을 주목하기 보단 문화·그린·인권·동성애 문제 등에 집중했다. 유권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대안 정당들이 치고 나왔다. 영국 노동당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잉글랜드 북동부가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 지지로 돌아선 게 대표적이다. 그 지역의 한 의원은 “코빈의 노동당은 비도시 지역의 이해를 무시해 왔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서는 정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