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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정은에게 호재가 된 사드

중앙일보 2016.07.11 00:40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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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이번 사드의 한국 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호재가 됐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반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불편해진 러시아의 불만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의 공세’를 공동목표로 설정하고 북·중·러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진영 논리를 중·러와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장기적이며 훨씬 큰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일부를 제외하곤 북한을 한·미·일과 달리 적으로 보거나 반대하지 않고 이웃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불편했던 북·중이 밀착할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이 돼버렸다. 여기에 러시아가 가세하면 1990년대 한·소, 한·중 수교 체결 이전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중국·러시아에 경제 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2270호에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관련한 부분은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미의 이번 결정에 섭섭한 감정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려 할 것이다. 중·러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은 국경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을 적극적으로 단속만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3월 대북제재 2270호 가동 이후 북한의 쌀값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평양의 경우 쌀 1㎏이 지난 3월 북한 돈으로 5150원이었는데 4월에는 5120원이었다. 신의주는 5100원이었다가 5050원으로 내려갔다. 제재의 영향으로 식량 공급이 줄어 쌀값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간 것이다. 밀무역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러의 경제 지원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군사 지원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집중하듯이 핵무기 개발이 거의 완성된 것 같다. 그래서 이동 수단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소련이 붕괴할 때 북한은 소련 과학자들의 영입에 열을 올렸다.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예상보다 빨라진 것도 이들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인도 ANI통신은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 관련 물품을 공급하는 것을 중국이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러가 이처럼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군사 지원을 확대할 경우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도 빨라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고민 끝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사드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면 했다. 우리가 사드를 꺼내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총만 들고 호랑이 굴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 호랑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굴 입구에 놔둬야 더 빨리 잡을 수 있다. 현실성이 없는 북한의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비핵화를 위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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