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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위험물 운송차 도심·터널 통행제한 급하다

중앙일보 2016.07.11 00:04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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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금 우리나라에는 하루 평균 400만 대 이상의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그 중에는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독극물과 유해화학물·폭발물·다이너마이트 등을 실은 차량도 포함돼 있다.

2005년 대구 달성터널 안에서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화물트럭에서 불이 난 뒤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터널 안에는 화물트럭과 승용차 50여 대가 갇혔지만 운전자와 승객 모두가 신속히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1999년 프랑스 몽블랑터널 화재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이때는 이틀 넘게 이어진 불길로 39명이나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위험천만한 사고가 있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해 고속도로 주변까지 큰 피해를 입혔다. 지난 5월에도 경부고속도로에서 기름을 가득 실은 차량에서 화재가 발행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같은 위험물 운송 사고는 시내 도로나 철도는 물론 고속도로에서 특히 자주 발생한다. 고속도로에서는 모든 차량이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더욱이 터널과 교량이 크게 늘고 있어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터널과 교량에서 위험물 운송 차량 사고가 나면 화재와 폭발 등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물론 대기·토양·수질 피해 등 간접 피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위험물 운송 차량 사고 중 큰 피해를 가져온 사고만 21건이나 된다.

선진국들은 위험물 운송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은 위험물 운송법을 제정해 위험물 규정, 운송 요건, 운행 경로 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물밑 터널이나 5000m 이상 터널에서는 위험물 운송 차량의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큰 일을 당할 때마다 무엇이 문제라느니, 누구의 잘못이었다느니 떠들썩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불편하다”거나 “손해가 날 수 있다”며 요리조리 피하기만 했던 이기주의로 인해 허송세월한 잘못이 더욱 크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이렇게 느슨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야 한다. 물론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마다 개별적으로 다뤄지고 있어 실제로는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루속히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개발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또한 위험물 사고는 잠재적인 재난 사고로 인식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특히 통행량이 많은 도심지나 긴 터널에서 위험물 운송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는 너무나 중요하고 또 시급하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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