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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많이 먹으면 불면증 초래, 청소년기 성장 방해…적당히 먹으면 두통 완화, 치매 환자 기억력 개선

중앙일보 2016.07.11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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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업체가 내놓은 고카페인 커피우유를 마신 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 커피우유(500ml)에는 카페인이 237㎎이나 들어 있다. 두 개만 마셔도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400㎎·성인 기준)을 훌쩍 넘는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업체는 제품 겉면에 어린이·임산부·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추가했다. 카페인은 과다 섭취하면 독(毒)이 되지만 적정량만 섭취하면 약(藥)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의 두 얼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이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체중(㎏)당 2.5㎎ 이하다. 성인을 기준으로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약 300ml) 3.3잔, 에너지음료(약 250ml) 4캔을 마시면 카페인의 최대 일일섭취권고량과 비슷하다.

체중 50㎏인 청소년이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한 잔 또는 에너지음료 1.3캔만 마셔도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125㎎)과 맞먹는다. 초콜릿·아이스크림·주류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이들 식품을 커피·에너지음료와 함께 먹으면 카페인 섭취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불면증이 대표적이다. 카페인이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뇌 시상하부에 ‘아데노신’이라는 수면 유도 물질이 가득 쌓이면 ‘가바(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잠이 든다. 그런데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천천히 쌓이게 한다. 잠들지 못하게 뇌를 깨우는 것이다. 졸릴 때 카페인을 섭취하면 졸리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며칠 밤을 새웠을 정도로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카페인을 섭취하면 또 다른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신원철(대한수면학회 정책이사)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카페인을 많이 먹어 잠을 일부러 쫓아내고 하루 6시간 이내로 적게 자면 고혈압·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아진다”고 말했다.

커피 자주 마시다 끊으면 두통 유발

어린이·청소년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성장이 더딜 수 있다. 체구가 어른보다 작아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카페인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이기영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깊은 잠에 빠진 렘(REM)수면 때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며 “카페인 음료를 마셔 잠을 뒤척이면 렘수면에 도달하기 힘들어 성장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카페인을 계속 먹다가 끊으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주 5일 근무하며 커피를 마신 직장인이 주말에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때 머리가 아플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뇌 혈관을 수축한다”며 “5일간 커피를 마셔 혈관이 수축된 상태에서 주말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혈관이 이완돼 혈관을 감싸는 신경이 두개골을 눌러 두통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때는 혈관이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이윤경 차움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중 커피 섭취량은 줄이고 주말에도 커피를 조금 마셔 매일같이 비슷한 양을 마시면 주말 두통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페인은 칼슘·철분 같은 일부 미네랄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카페인을 하루 330㎎ 이상 먹으면 칼슘 흡수율을 떨어뜨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립선 비대증이나 요실금처럼 배뇨장애가 있는 환자는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촉진하고 방광을 자극해 방광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뇨작용 촉진해 몸속 노폐물 배출


특별한 질환이 없을 때 카페인이 독이냐 약이냐를 가늠하는 기준은 ‘양(量)’이다. 최대 일일섭취권고량만 넘지 않게 카페인을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커피전문점 커피(약 300ml)를 기준으로 하루 석 잔까지는 무리가 없다. 이윤경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이 성인 남녀 20만 명을 30년간 추적해 분석했더니 하루에 커피 석 잔을 마신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3~7년가량 더 오래 살았다”고 말했다.

카페인을 적정량 섭취하면 오히려 두통을 완화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뇌로 들어온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해 두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그래서 두통 환자에게 소량의 커피를 마실 것을 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카페인을 넣은 두통약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치매환자의 기억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치매환자의 뇌신경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치매환자에게 카페인을 저용량으로 오래 먹게 했더니 기억력·집중력·학습력이 높아지고 동작이 민첩해졌다는 역학조사도 있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노폐물을 배출한다. 혈류량을 늘려 미세혈관 기능도 활성화한다. 암세포 증식을 막아주는 효과도 보고된다. 운동 후 쌓인 피로를 60%까지 줄여주기도 한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카페인이 아드레날린 분비를 유도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체지방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체내에 들어온 지 30~40분 후부터 효과를 내고 4~5시간가량 머문다. 카페인을 커피로 마실 경우 식후에 한 잔 또는 운동 전 한 잔을 마시는 게 좋다. 잠들기 4시간 전까지는 카페인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만약 카페인을 많이 섭취했다면 빨리 내보내는 게 관건이다.

신원철 교수는 “브로콜리·양배추나 구운 고기는 카페인이 빨리 배출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몸이 마르거나 나이가 젊을수록 카페인이 간에서 빠르게 분해된다. 반대로 뚱뚱하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같은 양의 카페인을 먹어도 대사가 느리다. 포도주스·술을 마셔도 카페인 배출을 더디게 한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다. 하지만 커피만큼 체내에 잘 흡수되지는 않는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녹차의 카테킨·테아닌은 카페인의 활성도를 낮춰 카페인이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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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담배, 에너지음료·술 상극

진통소염제와 카페인을 같이 먹으면 위장관에 부담을 줘 위장관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할 때 카페인을 먹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일부 항생제(퀴놀론계, 에리스로마이신)는 카페인과 같은 경로로 해독된다. 카페인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혈중 니코틴 농도가 급증한다. 이기영 교수는 “커피의 카페인과 담배의 니코틴은 간에서 거의 같은 경로로 분해된다”며 “커피·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카페인을 분해하느라 니코틴을 해독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커피우유·에너지음료 등 제품에 ‘고카페인 함유’라고 써 있으면 어린이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약처는 카페인이 1ml당 0.15㎎ 이상 든 음료의 제품 겉면에 ‘고카페인’ 음료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500ml 제품에 카페인이 75㎎ 넘게 들어 있으면 고카페인 음료에 해당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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