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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계속되는 상인 계급의 권력 독주…불평등·양극화는 필연적인 걸까

중앙일보 2016.07.09 00:11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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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원더박스
500쪽, 1만9800원

사회는 어떤 그룹이 통제하는가. 사회변화를 이끄는 권력은 역사적으로 어떤 계층이 보유해왔는가. 권력과 권력의 사회적 배분에 관한 이 오랜 논의에 영국 옥스퍼드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새로운 관점 하나를 보탠다.

재미있는 건 이 ‘권력 네트워크’를 분석하기 위해 인도의 신분제도 ‘카스트’ 개념을 빌린다는 것이다. 신분 별로 같은 생활방식과 가치체계를 공유하는 카스트가 흔히 일컫는 ‘계급’보다 다양한 형태의 집단을 담기 좋은 틀인 까닭이다.

저자의 구분은 ‘군인’과 ‘현인-테크노크라트’, ‘상인’ 그리고 ‘노동자’의 4개 카스트다. 이 가운데 노동자 그룹은 역사적으로 권력을 향유한 기간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까지 세상은 전사와 현인, 상인 카스트들이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벌여온 권력투쟁의 현장이었다.

오랫동안 전사, 현인 집단의 지배를 받아온 상인 그룹은 19세기 중엽 중공업 기반 경제체제가 이룩되면서 크게 성장한 뒤 1차대전의 대량 학살·파괴로 전사 집단이 신뢰를 상실하면서 상인집단 지배체제의 토양을 마련했다. 1929년 대공황으로 짧은 치세를 마감하나 했으나, 44년 브레튼우즈 체제와 북구 중심의 사회민주주의로 대변되는 현인 집단이 후기산업사회로의 연착륙에 실패한 70년대 이후 다시 상인 단일패권 시대가 펼쳐졌다.

족쇄 풀린 상인 그룹의 독주는 불평등,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불안을 초래했다. 미국 발 금융위기는 상인 독점지배의 치명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카스트 간 권력 투쟁사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 비하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저자는 상처투성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단일 카스트의 독주를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이 속한 카스트를 스스로 깨버리는 것이 유토피아적 망상은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결론 내린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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