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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철없이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중앙일보 2016.07.09 00:10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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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남자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꿈을 해석했던 프로이트와 달리
심층심리학으로 동화 세계 분석
용과 계모에 맞서는 남자 주인공
자유·독립 갈망하는 의지의 상징

김태희 옮김, 교양인
712쪽, 2만2800원

문리(文理)가 트이면 책 제목이나 신문 기사 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다. 이 책은 제목이 『그림 동화-남자 심리 읽기』다. 고수(高手) 독자는 이 책이 동화에 나타난 인간, 특히 남자의 심리를 다룬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 오이겐 드레버만이 지은 『그림 동화』는 어떤 특정 개인이 아니라 동화를 정신분석한다.

독일에서 유명한 평화운동가·신학자인 저자 드레버만은 그림 동화를 분석한 책 20권을 썼다. 이 책은 그 중 네 권, 즉 『헨젤과 그레텔』, 『두 형제』, 『수정 구슬』, 『북치는 소년』을 합쳤다. 이 책은 네 동화에 이어 저자의 분석·해석이 나오는 구조로 돼 있다. 드레버만의 최대 관심은 사실 그림 동화 곳곳에 침투한 신(神)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동화, 남자의 심리에 더해 신이 포함된 삼각관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야 한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번도 답이 제시된 적이 없으며, 여성의 영혼에 대해 30년 동안 연구한 나 또한 지금까지 대답하지 못한 거대한 질문은 ‘여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남자는 여자를 모른다. 반대로 여자도 남자를 모른다. 하지만 남자·여자를 따지기 전에 사람은 사람에 대해 모른다. 이 책 표지에는 ‘심층심리학으로 들여다본 남성 심리의 비밀’이라는 도서 안내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남편·남친 심리에 대한 ‘실용적인’ 차원의 남성 심리 해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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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아서 래컴(1867∼1939)이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그려넣은 삽화. [사진 교양인]

드레버만이 해석해낸 남자란 무엇인가. 홀로 서려고 하는 존재다. 하지만 미성숙한 존재다. 분열된 내면이라는 고통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사랑을 흉내 내는 데 그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동화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화는 심리적인 성숙의 길을 제시한다.

드레버만에 따르면 그림 동화의 ‘사악한 용’ ‘마법사’는 아버지, ‘못된 계모’ ‘늙은 마녀’는 어머니를 상징한다. 성숙의 길은 부모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남자는 부모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 자유와 독립을 향해 나아간다(헨젤과 그레텔). 남자는 자신의 독립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타인을 구원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하려고 한다(두 형제). 하지만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제 짝과 제 사랑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큰 장애물은 어머니다. 아직 성숙에 이르지 못한 남자는 어머니와 연인 사이에서 방황한다(북치는 소년). 남자는 여성을 사랑함으로써 비로서 자신을 긍정하고 이해한다(수정 구슬).

그림 동화는 그림(Grimm) 형제가 수집한 동화다. 독문학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외국어로 번역되는 명작 중 하나다. 독일 동화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림 형제는 지나치게 성적인 내용은 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많아 어린이용 그림 동화는 다시 한번 ‘검열’ 과정을 거친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림 형제는 19세기 독일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프로이트가 꿈을 해석했다면 저자는 동화를 해석했다. 꿈은 편집이 덜 된, 동화는 편집이 어느 정도 끝난 스토리다. 이 차이는 인간 심리의 이해와 관련해 무엇을 의미할까. 고급 독자에게 던져보고 싶은 숙제다.
 
[S BOX] “교회는 정신분석 치료 받아야” 도발적인 신부 드레버만

드레버만(76)은 전직 신부다. 그는 카를 융이 창시한 심층심리학을 도구로 삼아 그림 동화뿐만 아니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성경의 『마가복음』 『마태복음』 등 종교 텍스트도 해석했다. 텍스트 해석은 하느님을 체험하게 만들 때 비로소 올바르다고 주장한다. 비폭력적인 종교를 주창하며 드레버만은 가톨릭 교회의 구조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교회가 성직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며 교회가 제시하는 신앙은 신경증적일 뿐 아니라 공허하다고, 교회 전체가 정신분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기적이나 부활, 예수의 동정녀 탄생 등은 중세적인 미신이라고 해석했다. 교회는 1992년 드레버만의 사제직 권한을 정지시켰다. 2005년 스스로 가톨릭 교회를 완전히 떠났다. 그가 쓴 책들은 10여 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독일·프랑스 등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어로는 번역된 책이 많지 않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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