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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피아노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건반 마술사’ 굴드

중앙일보 2016.07.09 00:01 종합 1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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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의 피아노
케이티 해프너 지음
정영목 옮김, 글항아리
352쪽, 1만8000원

1955년 6월, ‘골드베르크변주곡’을 녹음하기 위해 뉴욕의 스튜디오에 나타난 글렌 굴드는 접이식 의자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어릴 적 생일선물로 준 것이었다. 피아노 의자보다 약간 낮은 그 의자는 굴드와 한 몸처럼 적당히 흔들거렸다. 27년이 흐른 1982년, 생애 마지막으로 ‘골드베르크변주곡’을 녹음하는 굴드는 여전히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것은 굴드에게 최적화된 의자였다.

의자가 그 정도니 피아노를 어떻게 골랐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자세히 다룬다. 부제가 ‘글렌 굴드의 완벽한 피아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라고 되어 있다. 굴드에 대한 책이 여럿 나왔지만 악기와 전속 조율사에 대한 것은 처음이다.

굴드가 60년에 찾아낸 보석은 CD318로 알려진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다. 45년 미국 아스토리아에서 생산돼 캐나다로 왔는데 오래 혹사당한 끝에 지쳐있었다. 그러나 굴드는 이 피아노를 연주하자마자 자신의 악기임을 직감했다. 그가 원한 소리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즉각 빛을 쏟아내는, 맑고 투명하면서도 철저하게 통제되는 완벽한 다이아몬드’였다. CD318은 그런 소리를 냈다.

그러나 연주가의 피아노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71년 미국을 다녀온 피아노는 회생이 불가능할 만큼 부서져 있었다. 누군가 부주의로 떨어뜨린 것이다. 굴드는 상처입은 애기(愛器)를 ‘애도해 마지 않는 故 CD318’이라고 부르며 광적으로 애통해 한다.

책을 덮고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파르티타 1번을 듣는다. 59년 9월 녹음이니까 CD318을 만나기 직전이다. 질주하는 알레망드, 쿠랑트는 물론이고 느릿한 사라방드도 가볍게 약동한다. 디누 리파티의 쓸쓸함, 로잘린 투렉의 흔들리는 촛불의 느낌대신 아찔한 쾌감에 머리가 맑아진다. 굴드가 추구한 소리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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