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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우조선, 고재호 사장 때 분식회계로 4900억 성과급 잔치

중앙일보 2016.07.08 02:30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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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호(61·사진)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기간(2012~2014년) 사업 실적을 부풀린 뒤 성과급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한 돈이 모두 4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회계 조작으로 부풀려진 이익(4500억원)보다도 400억원이 많은 것이다. 이 성과급을 대우조선 임직원(1만3000명) 1인 평균으로 환산하면 3800만원에 이른다.

임직원 1인당 평균 3800만원꼴
5조4000억 회계 조작해 45조 대출
검찰 “고 전 사장 배임행위 해당”
내부 고발 막기 위해 줬는지 조사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고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이런 내용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특수단은 고 전 사장을 5조4000억원대 회계 조작에 대한 최종 결정자(외부감사법 위반 등)로 보고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회사가 손실을 입었는데도 이익이 난 것처럼 꾸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를 구속영장에 함께 적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감사원은 대우조선이 2013~2014년에만 2900억원의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 대우조선은 2012~2014년에 걸쳐 450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허위 공시했다. 현재 이 당기순이익 금액은 2013년 -6830억원, 2014년 -8630억원으로 정정돼 있다. 2012년 1750억원의 흑자를 냈다는 기록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회사의 사장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돈을 펑펑 쓴, 죄질 나쁜 사건”이라며 “회사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을 사전에 막기 위해 고 전 사장이 성과급을 무리하게 지급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이라 해도 이를 환수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장을 지낸 박희승 변호사는 “성과급을 받으려고 회계 조작에 가담한 임원에게서 지급된 돈을 환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일반 임금 성격으로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회계사 출신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분식회계를 (산업은행 등이) 발견하지 못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사건이 정리된 뒤 회사를 살리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직원들이 받았던 성과급을 일부씩 자발적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특수단은 또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대우조선이 회계 조작을 통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받아낸 사기대출 금액은 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남상태 전 사장에 이어 후임인 고 전 사장까지 구속하면 이후엔 사기대출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수사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단이 언급한 2라운드에선 ▶대우조선의 지배회사인 산은이 회계 조작 사실을 알았는지 ▶회계 감사 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의 책임은 없는지 ▶산은의 회계 감시 무마 등을 위해 대우조선이 부적절한 조치를 취한 건 없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주식의 49.7% 지분을 갖고 있는 산은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제대로 했는지 규명한다는 뜻이다. 한 수사 관계자는 “산은이 자회사가 돈을 버는지 못 버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해줄 국민이 있겠느냐”며 “고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결정된 이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이석·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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