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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가수…지금은 호른으로 노래합니다”

중앙일보 2016.07.08 00:56 종합 22면 지면보기
‘그는 어느 날 오후, 깊은 숲속에서 호른과 우연히 맞닥뜨렸을지도 모른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따위를 하다가 아주 의기투합해서, 직업적인 호른 연주자가 된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필 수석 김홍박
16일 7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
“기교보다 음색 지켜봐주시길”

무라카미 하루키의 귀여운 단편 ‘호른’ 중의 내용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필 호른 수석 김홍박(34)은 어떻게 호른 연주자가 됐을까. 어린 시절 그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변성기 이후를 걱정한 부모님은 다른 악기를 권했다. 바이올린을 배우던 중학교 1학년 때 누나 친구가 부는 호른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때 호른은 노래하고 있었어요. 저 악기로 노래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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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호른주자는 드물다. 김홍박은 “노래를 잘하면 호른을 잘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호른을 잡았지만 소리가 잘 나진 않았다. 들었던 음색과 연주하는 음색의 괴리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만큼 컸다. 스트레스 받은 채 힘 줘 호른을 분리하다 악기를 망가뜨려버리기도 했다. 원하던 소리를 찾은 건 서울예고 때부터다. 수업이 끝난 뒤 복도에서 밤 10시까지 친구들과 ‘맘대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키는 대로 불었던 그 시절이 자양분이 됐다.

서울대 졸업 이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의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에게 배우러 갔다. 크로아티아의 거장이 들려준 연주는 “몸이 진공상태가 되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잘츠부르크에서 2년 남짓 호흡의 농도를 달리하며 따뜻하고, 차갑고, 밝고 명확한 소리를 연습했다. 2007~2010년 서울시향을 거친 김홍박은 런던 심포니(객원), 스웨덴 왕립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다. 북유럽에서의 삶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오페라만 하다 보니 솔로를 불 수 있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리웠다. 마침 노르웨이 오슬로 필의 오디션에 초청됐다. 오디션은 치열했다. 공동 1위 3명이 6개월 수습기간을 거쳐 작년 8월 호른 수석으로 김홍박이 최종 결정됐다.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은 중요하다. 목관과 금관을 연결시켜준다. 호른 넉 대의 음색이 일치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의 색깔이 달라진다. 그가 16일 8시 IBK챔버홀에서 7년 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샤브리에·쾨클랭·생상스·구노 등 프랑스 작곡가 작품을 연주한다. “사냥용 뿔나팔을 프랑스인이 오케스트라에 도입했어요. ‘프렌치 호른’이란 명칭이 그래서 붙었죠. 공연 때 기교적인 화려함보다 호른의 음색 변화를 지켜보셨으면 합니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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