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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처럼…고종이 130년 전 이름 지어준 이화학당

중앙일보 2016.07.08 00:41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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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숙 이화박물관장이 박물관 정문 앞 ‘유관순 정원’에 세운 유관순 동상 옆에서 “이분은 이화의 빛”이라고 했다. 동문 조각가 강은엽씨가 만든 이 청동상의 제작비는 1966년 졸업생 일동이 기증했다.

‘우리는 다만 한국인을 보다 나은 한국인이 되게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화여고 창립 130돌 기획전 연
66년 졸업 한현숙 이화박물관장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힘 보탠 동문 그분들이 바로 배꽃”

메리 F. 스크랜튼 선교사가 1886년 5월 31일 서울 정동 언덕에 이화학당을 열고 한 말이다. 스크랜튼은 학생을 모으러 다니며 “여성도 배워야 하고 이름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야 조선에 힘이 생기고 강해집니다”라고 부모를 설득했다. 고종은 ‘배꽃 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라’는 뜻으로 ‘이화학당(梨花學堂)’이란 교명을 하사하며 국내 최초 여학교의 탄생을 축복했다.

그로부터 130년. 이화학당을 이어받은 이화여고(교장 강순자)는 우리나라 여성교육을 이끌어온 산실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이 뜻깊은 연대기를 어떻게 기념할까 지난해부터 고심했어요. 66학번 동기인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을 비롯해 여러 졸업생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예산 한푼 없이 헌신한 그분들이 바로 배꽃입니다.”

한현숙(68·디아이티 대표이사) 이화박물관장은 이화여고 창립 130주년 특별기획전 ‘대한민국 여성교육사 1886~ 여성, 규방에서 세상으로’와 ‘인연(因緣)’을 준비하면서 새삼 이화인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재학생이 참여한 ‘10년 뒤 내 모습’의 동영상 속 얼굴은 빛바랜 사진 속에 형형한 이화 선배들의 눈빛을 닮았다. 한 관장은 “여성 교육이라 선 긋지 않고 한국 근·현대 고등교육의 현장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자는 뜻으로 사료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서울 정동길을 걷다 보면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나타나는 붉은 벽돌집이 이화박물관이다. 이화여고 교정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로 1915년 건립된 심슨홀은 그 자체로 이화의 자존심이다. 박물관 정문 앞에 조성된 ‘유관순 정원’에는 동문 조각가 강은엽씨가 빚은 유관순의 청동조각상이 서 있다. 한 관장은 “의외로 외국 관광객이 이화박물관을 많이 찾아오는데 이 ‘유관순 실’에는 유독 일본인 관람객이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별기획 Ⅱ ‘인연’은 이화여고에서 미술교사로 봉직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초대전으로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온 주요 인물이 여럿이다. 61년 재직한 김병기(100) 선생을 비롯해 서세옥·김창렬·윤명로·정창섭·정탁영·김차섭·김정헌씨 등이 회고와 더불어 근작을 냈다. 한 관장은 “이화인의 자부심이 된 스승을 모신 것만도 영광이었는데 작품 기증까지 해주셔서 감동스러웠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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