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채인택의 직격 인터뷰] “메르스·사스 등 글로벌 전염병, 반드시 또 찾아온다”

중앙일보 2016.07.08 00:31 종합 27면 지면보기
바야흐로 글로벌 전염병 시대다. 지난해 5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확인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한국 사회를 공포와 혼란 속에 몰아넣었다. 전국적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38명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올해는 여름 올림픽 국가대표단이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브라질로 떠나야 한다. 한국에서도 지카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다수 발견됐다. 최근 방한한 줄리 거버딩(6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전 소장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탄저균 테러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제대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감염예방 학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2016(GBC 2016)’에 참석해 ‘사스·메르스·에볼라 사태 등 유사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제품 개발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거버딩 박사를 만나 글로벌 전염병 대처 방안을 물었다.
기사 이미지

사스와 싸웠던 줄리 거버딩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글로벌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항시 대비 태세를 조언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CDC 소장으로 일하던 2002~2009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많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를 겪었다. 당시 어떻게 대처해 위기를 넘겼으며, 그때 경험에서 얻은 공중보건 위기 대처 노하우가 있다면?
“당시 경험을 통해 배운 공중보건 위기 대처법은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면 과거보다 더 효과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대처해 나가기 위한 전 세계적인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 둘째, 항상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입수한 정보만 가지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대중에게 사태에 대해 정부가 정확하게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점들을 대국민 발언 등을 통해 솔직하게 공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에게는 현재 상황을 항상 정직하게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권고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도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소통을 함께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최대한 투명한 의사소통을 통해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대국민 소통과 홍보를 유난히 강조한다. 그 중요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공중보건 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헤쳐나가는 핵심은 정부가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와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이 정부를 믿고 그 결정을 따를 수 있다. 정부 신뢰도를 높이려면 다른 이해 당사자들이나 비정부 기관을 통한 발표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의 정직한 정보를 앞장서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전문가들이 전문 정보들을 통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홍보와 소통의 핵심이다. 이렇게 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공중보건 위기를 겪는 국민에게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국민이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지를 공감하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지를 공유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해야 한다.”
한국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맞았다. 사스에서 경험한 교훈을 메르스 사태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원칙은 메르스는 물론 지카바이러스 등 예상하지 못한 모든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항상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은 더욱 어렵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에는 이 질환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큰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전염병 질환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다시 등장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동물과 사람 간의 영역 구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동물과 사람 간의 접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나라나 지역 간 이동 및 이주 역시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약 9만3000건의 민항기가 운항하면서 세계를 잇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지역의 공중보건·전염병 문제는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격리나 고립은 현대에는 존재할 수도 없다.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동시에 감염성 질환의 발생과 위험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이 늘고 있다. 병원미생물이나 환경 등의 원인에 의한 질환이 앞으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가장 문제가 될 공중보건 과제는 무엇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전염병 등 감염성 질환과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나라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고, 한국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한 보건의료비 지원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퇴행성 질환, 거동 및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질환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만성질환들은 단지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대처가 필요하다.”
암도 오랫동안 큰 건강 문제였다. 최근의 암 정복 상황은 어떤가.
“현재 항암제 분야는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것이 ‘면역항암제’의 개발이다. 암 환자의 수명을 늘리면서 암 치료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얼마 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흑색종이라는 암에 걸려 뇌로 전이까지 됐다. 그런데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뒤 ‘암 완치(cancer free)’를 선언했다. 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로 치료받았다. 이 면역항암제는 최근 한국에서도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 밀 흑색종의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면역 부문이 심층적으로 연구되면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뿐 아니라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성으로선 처음 CDC 소장에 임명돼 미국에서 전문직 여성의 ‘유리천장’을 또 하나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CDC의 경우 뛰어나고 열정적인 인재가 많은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에서 일하고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오늘날에는 이전보다 여성들에게 더욱 많은 사회적 기회가 열려 있다. 리더를 맡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이처럼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데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의 포문을 여는 데 내가 작은 힘이나마 보탰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는 여성이 주요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고 뉴스가 되지도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첫째,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추구해 나갈 구체적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신이 갈 길을 위한 교육 기회를 최대한 얻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본인만의 ‘도구 상자’에 최대한 많은 도구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 경우에는 과학연구실 근무 경험과 보건학 석사 학위 등 다양한 ‘도구’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나의 목표를 추구했다. 많은 경험은 나중에 새로운 기회의 문을 두드릴 때나 새로운 경력을 시도하려 할 때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자신이 나아갈 길의 폭을 서둘러 좁히지 말아야 한다. 최대한 많은 것을 탐험하고 모색해 볼 수 있도록 항상 폭넓은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설정을 강조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했나.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인생 목표의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로 ‘30년 목표’ 같은 거창한 것 대신 5년 정도씩 인생 목표를 세웠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 목표에 따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결정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5년 목표가 바뀔 여지는 항상 있다. 목표가 바뀌더라도 내가 도달코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목표 의식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어떤 목표에도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전염병은 물론 광범위한 분야의 공중보건 업무를 책임지는 미국 연방정부기관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염병과 생물테러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1만5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며 예산은 100억 달러가 넘는다. 질병 예방 및 통제 수준을 높이고 환경보건·산업안전보건·건강증진·상해예방·건강교육을 통해 공중보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 임무다. 보건 관련 여러 기관 및 주 정부와 연계해 양질의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부가 있다. 바이러스를 비롯한 고도의 병원체 실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직원 중 여성 인력 61%, 장애인 7%, 소수민족이 37%에 이른다. 소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1942년에 국방말라리아통제활동사무국으로 설립돼 역할이 확대돼 왔다.
 
줄리 거버딩 박사는…

‘글로벌 전염병’과 싸운 줄리 거버딩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

항공편 일 9만3000건 글로벌 시대
국민 건강 지킬 상시 준비태세 필수
적극 소통으로 정부 신뢰 확보해야
전염병 유행 시 국민이 정부 따라

2002~2009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을 맡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비롯한 글로벌 전염병 확산 방지 업무를 지휘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CWRU) 출신의 감염예방 전문가로 에머리대 의대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에서 예방의학 교수로 일하다 1998년 CDC에 합류했다. CDC에선 감염질환과 항생제 내성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발생한 탄저균 테러 당시 주무를 맡아 활약했으며 2002년 소장에 올랐다. 여성으로 CDC 소장에 오른 인물은 그가 처음이며 아직까지 유일하다. 타임의 ‘전 세계 100대 여성’, 포브스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여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퇴임 뒤 글로벌 제약사인 MSD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글=채인택 논설위원
사진=오종택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