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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선 나오려면 낡은 관행 혁신부터 앞장서라

중앙일보 2016.07.08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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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훈
중앙대 교수·정치학

기대와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 익숙하기에 요즘의 국회 개혁 논의를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은 착잡하다. 국회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크지만 뭔가 실질적인 변화가 이번에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극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1)노련하고 실천력 있는 리더십 (2)구체적이면서 실질적인 개혁 프레임 (3)개혁 수혜자들의 지지가 결집돼야 하지만 지금 눈에 띄는 것은 그저 시민들의 관심뿐이다.

먼저 국회와 정당들이 안고 있는 개혁 리더십 부재의 증상부터 살펴보자. 흔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라 불리는 국회의 자기 개혁은 모든 개혁 과정과 마찬가지로 노련한 리더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제도 개혁을 연구해 온 사회과학자들이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하는 까닭은 개혁이란 본질적으로 소수의 단결된 이익과 다수의 분산된 관심 사이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적용해 보자면 의원들의 단합된 이해관계가 국회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하지만 흩어져 있는 관심을 압도하기 때문에 개혁은 지난한 것이다. 개혁적 리더란 바로 이러한 개혁정치의 딜레마를 넘어설 용기와 설득력,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다.

국회·정당에서 개혁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려운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정치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원내정당과 국회의 권력구조를 꾸준히 분권화해 왔다. 당권과 대통령 후보가 분리됐고,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다. 또한 국회선진화법은 소수세력의 비토 권한을 강화해 왔다. 이 같은 분권화는 한편으로 권력 분산이란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진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응집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정당 응집력의 약화는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지는 조직적 무감각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처절한 계파 싸움은 바로 정당 분권화가 불러온 정치적 대가이고, 일부 의원의 심각한 윤리적 일탈은 이 같은 조직적 무감각이 빚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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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정치의 일정 속에서 요즘 정당 내부의 권력 분산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나마 정당 규율을 장악할 수 있는 예비 대선후보들은 대부분 정치 현장에서 한 걸음 비켜나 숨 고르기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당들이 변화를 추진할 만한 내적 응집력은 약해져 있다. 역설적으로 가정해 보면, 시계를 지금부터 1년 앞으로 돌려 대선전이 한창인 2017년 7월이라면 더민주나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친인척 보좌관 채용, 보좌관 급여의 편법 상납과 같은 비리를 지금처럼 느슨하게 다룰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개혁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국회의 자기 개혁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은 치밀하게 짜인 개혁 시나리오와 이를 이끌어 가는 핵심 개념의 결핍이다. 다양한 개혁 과정을 비교 분석해 온 사회과학자들은 성공적 개혁 과정에는 기존 상황의 문제를 요령 있게 요약하면서 동시에 변화의 방향을 집약적으로 가리키는 핵심 개념(프레임)이 필수적임을 밝혀 왔다. 2004년 우리가 이뤘던 일련의 정치 개혁을 돌아보면 개혁 프레임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진다. 2004년 정당법·정치자금법·통합선거법의 개정이 이뤄질 때 제도 개혁의 전 과정을 이끌었던 것은 고비용정치(좀 더 일상적인 언어로는 ‘돈 먹는 하마로서의 정치’)의 해소라는 프레임이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의 여러 문제 증상 가운데 고비용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고비용구조 해소가 개혁의 화두임을 널리 공유하고 있었다. 당시 언론의 칼럼·사설들을 검색해 보면 핵심 키워드는 압도적으로 고비용 정치구조의 해소였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개혁 요구가 구체적 목표로 집약됐기에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결국 정당법·정치자금법에서 지구당 폐지, 중앙당 규모 축소, 석연치 않은 정치자금 통로 차단을 통해 고비용구조를 제한하는 개혁에 나서게 됐다.

정리하자면 다양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국회 특권 폐지 논의가 좀 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야만 한다. 우선 특권 내려놓기라는 광범하고 막연한 개념 아래 진행되는 백화점식 개혁 논의를 넘어서 좀 더 집약된 국회 개혁 프레임이 필요하다. 비리 의원들을 유권자들이 직접 퇴출하는 국민소환제에 초점을 맞추든, 혹은 일체의 이해 충돌 금지를 겨냥하든 개혁 목표가 쉽게 이해되면서도 구체성을 띤 개혁 프레임이 필요하다. 개혁 프레임이 구체적일 때 시민들의 지지는 결집되고 저항은 명분을 잃게 된다. 아울러 내년 대선을 겨냥하는 리더들이 지금부터라도 국회·정당의 쇄신 프레임을 주도하는 데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낡은 관행조차 바꾸지 못하는 리더들이 우리 사회를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끄는 대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장 훈 중앙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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