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자스 지방은 위도 50도에 걸쳐 있는 프랑스 최북단 와인 생산지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따뜻하다. 몽골 초원처럼 건조하고 햇볕이 풍부하다. 한낮의 타오를 듯한 대지도 해가 지고 나면 서늘하게 식는다. 이런 알자스의 기후를 좋아하는 포도 품종이 리슬링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몇 세기에 걸쳐 알자스 땅을 놓고 전쟁을 벌인 건 두 나라가 리슬링이 잘 자라는 땅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이라고 와인 애호가들은 믿는다.

너리를 방문했을 때 알자스 최고의 와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내내 설렜던 기억이 난다. 와이너리에서 10여 가지 와인을 맛 봤는데,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트림바크 와인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풋사과를 한입 깨문 듯 혹은 레몬즙을 섞은 듯 산미가 느껴지는 와인 한 모금에 한여름 더위가 물러났다.
단맛이 거의 없는 와인이었지만 복숭아나 귤이 떠오르는 향이 맴돌아 가볍게 마실 수 있었다. 얼음물에 병을 담가 온도를 낮춰 마시면 청량감을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일이나 치즈 등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도 어울리겠다.
흔히 레드와인은 오래 숙성할 수록 맛이 나고 화이트와인은 빨리 마실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화이트와인에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종류가 있다. 트림바크 리슬링이 그런 와인이다. 10~20년 묵혀놨다 꺼내 먹어도 리슬링 와인 특유의 싱그러운 향과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트림바크 리슬링 4만원 대.
글=신동혁 ‘정식당’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