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 동굴 속 박쥐 신기해요, 와! 뗏목 타고 물놀이 신나요

중앙일보 2016.07.08 00:04 Week& 6면 지면보기
| 행복마을  ①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
 
week&이 3주에 걸쳐 행복마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행복마을 시리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전국의 우수 체험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지난해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는 9개 마을이 경관환경, 소득·체험, 문화복지 부문에서 각각 금·은·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 마을 중 여름철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한 충북 단양의 한드미 마을(소득·체험 부문 은상)과 강원도 화천 토고미마을(소득·체험 부문 동상), 전남 담양의 무월마을(경관 부문 금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소백산 북서쪽 자락에 들어앉은 충북 단양군 한드미마을은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이다. 2003년 체험마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주민 58명 중에서 28명이 관련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체험마을 사업을 특화한 곳이다. 마을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80개가 넘는다.
 

 
기사 이미지

한드미마을에 있는 한드미동굴엔 박쥐가 많이 산다. 박쥐를 보고 놀랐는지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다.


80개 넘는 체험 프로그램

 
기사 이미지

나무로 만든 목걸이.


지난달 22일 한드미마을 체험관. 충북 제천 청암학교 학생 26명이 대나무 피리와 나무 목걸이, 또띠야 피자 만들기 등을 체험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잘 따라하느냐고 묻자 박현호(30) 체험지도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학교 수업이 아니라 그런지 아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나를 ‘디스’해요.”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박 지도사가 “나는 별명이 호박 선생님이다. 얼굴이 못생겨서”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박 지도사를 쳐다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박 지도사가 “대나무 구멍에 울대를 꽂아서 소리 나는 위치를 찾아봐”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곧장 따라하기 시작한다.
 
기사 이미지

대나무 피리를 만들어 합주하는 모습.


아이들이 대나무를 만지작거린 지 30분쯤 되자 그럴싸한 피리가 만들어졌다. 아이들과 박 지도사는 피리로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를 합주하며 만들기 수업을 마쳤다. 청암학교 4학년 강승용(10)군은 “조그만 대나무 조각 두 개로 피리를 만들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한드미마을은 해마다 3만 명 넘게 찾아오는 농촌체험마을의 명소다. 2005년에는 현직 대통령(고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드미마을만의 인기 비결이라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봄에는 나물 캐기, 여름에는 뗏목 타기, 가을에는 밤 줍기, 겨울에는 쥐불놀이 등 사계절 내내 80개 넘는 체험 프로그램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기사 이미지

아이들이 뗏목을 타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만들기’ 종류이지만, 여름철 인기 프로그램은 역시 ‘물놀이’다. 한드미마을 뒷산이 소백산 국망봉(1420m)이다. 이 산자락에서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이 마을을 가로지른다. 깊이가 1~2m로 깊은 편인데, 워낙 물이 맑아 꺽지·피라미 등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이 물 밖에서 훤히 보인다. 한드미마을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계곡에서 낚시를 하거나, 뜰채를 들고 고기를 잡으며 논다. 계곡에 뛰어들거나 대나무 뗏목을 타고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계곡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뗏목 타기만 빼고 모두 무료다. 뗏목 타기는 안전을 위해 체험지도사가 곁을 지킨다.


마을 동굴 이야기
 
기사 이미지

한드미동굴에 매달린 박쥐들.

한드미마을만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한드미 동굴’이다. 5억 년 전 생성된 석회함 동굴로, 마을 입구 오른편 국망봉 자락에 있다. 동굴에서도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체험지도사의 인솔 아래 동굴 안을 돌아다니며 박쥐·개구리 같은 동굴 동물을 관찰한다. 무료다.

정문찬(58) 이장을 따라 동굴을 찾아갔다. 입구 앞에 서니 동굴 안쪽에서 찬 바람이 확 불어왔다. 천연 에어컨이 따로 없었다. 폭 5m 높이 2m쯤 되는 타원형 동굴 입구로 들어서자 정 이장이 천장을 가리켰다. 박쥐 50여 마리가 새까맣게 붙어 있었다.

“겨울이 오면 박쥐는 추위를 피해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대신 여름에는 동굴 입구까지 나와 있습니다. 박쥐는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거든요.”

한드미 동굴은 길이가 10㎞나 되는 긴 동굴이다. 지금은 동굴 곳곳이 막혀 있지만, 원래는 소백산 남쪽 자락에 있는 경북 영주의 풍기까지 이어져 있었다고 한다. 소백산을 관통하는 동굴이었다 보니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다. 옛날 소백산 북쪽의 한드미마을과 소백산 남쪽의 풍기를 잇는 죽령 고갯길에는 도적떼가 자주 출몰했다고 한다. 풍기장에서 소 판 돈을 도적에게 뺏기는 사람도 많았다. 한드미마을 주민은 돈을 지키려고 고개를 넘지 않고 동굴을 이용했다. 동굴은 한드미마을 주민의 비밀통로였던 셈이다.

먼 옛날 얘기다. 지금은 동굴 입구에서 100m 정도밖에 못 들어간다. 동굴 일부가 무너져내려 길이 끊겼다. 동굴 체험도 이 100m 안에서 진행된다. 동굴에 들어서니 석회암 동굴 하면 떠오르는 종유석이나 석순 따위가 보이지 않았다. 정 이장이 “동굴 입구여서 아무것도 없다. 동굴 규모도 고씨동굴이나 온달동굴 같은 유명 동굴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래도 한드미동굴은 마을에서 신앙과 같은 존재다. 한드미마을 사람들은 동굴 안에 황금박쥐(멸종위기종 1급)가 산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2005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황금박쥐를 찾겠다고 한드미동굴을 탐험하기도 했다. 영화 ‘빨치산’과 드라마 ‘토지’ ‘연개소문’ ‘대망’ 등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기사 이미지


●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한드미마을까지 자동차로 약 3시간 걸린다. 한드미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40분이 기준이다. 프로그램마다 체험비가 다르다. 동굴 탐방 같은 무료 프로그램도 많다. 유료 프로그램 중에서 나무 목걸이 만들기 등 5000원짜리와 또띠야 피자 만들기 등 8000원짜리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 여름 프로그램 중에서는 뗏목 타기 체험이 5000원이고, 옥수수 수확해서 쪄 먹기가 5000원이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는 일주일씩 3주간 ‘한드미야 여름이닷’이라는 주제로 여름 캠프가 열린다. 반딧불이 찾기, 천연모기퇴치제 만들기, 소백산 생태관광 등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주일 참가비 1인 35만원. 초·중학생만 가능. 마을 안에 펜션이 있다. 한 가족이 잘 수 있는 25㎡(8평형) 객실의 가격은 12만원(8월 말까지). 캠핑장도 있다. 3만원을 내면 텐트 한 동을 칠 수 있다. 체험관 043-422-2831.



글=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