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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당하던 공매도…거꾸로 이용해볼까

중앙일보 2016.07.08 00:01 경제 5면 지면보기
개인투자자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지던 공매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매도 공시제’가 7일 시행 일주일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이 제도는 공매도 주식이 전체 상장주식 수의 0.5%를 넘거나 평가액이 10억원 이상인 투자자는 거래 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골자다. 5일부터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와 종목·시장별 공매도 비율 현황도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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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다시 사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볼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보는 시선은 그동안 곱지 않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의 70~80%가 외국인이다. 나머지는 기관이다.

개미들도 관련 정보에 접근 가능
잘 분석하면 투자의 맥 알 수 있어
“공매도 많아도 실적 좋으면 올라”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투자정보와 자금이 부족한 개인은 속절없이 주가하락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외국계 큰손’이 이익을 얻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에게 불공평한 게임”이라며 “공시제는 개인의 피해를 예방하는 사전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기업의 현실을 주가에 빠르게 반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용구 연구원은 “공매도를 이끄는 외국인은 기업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해 공매도에 나선다”며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3년간 공매도 거래 비중이 큰 종목을 보니 외국인 투자 비중이 크면서 업황이나 실적이 지속적으로 부진한 기업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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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매도 공시제는 투자의 기회다.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공시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숏 커버링’에 나설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 중 향후 실적이 개선될 확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비율(1일 기준)이 가장 높은 OCI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0% 증가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OCI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볼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비율이 높은 카카오와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도 2분기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물론 공매도 주식이 많다고 주가가 무조건 오르는 건 아니다.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한 기업은 공매도 물량이 줄지 않을 수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업종 평균보다 크게 높거나 수년 동안 영업손실을 이어가면 오히려 공매도가 증가할 수 있다.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비율이 전체 주식의 0.5%를 넘으면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형주는 적은 거래량에도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헤지펀드 운용사는 이를 피하려 전략적으로 투자처를 대형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공매도 공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 주도 세력이 누군지 정확히 가리지 못하고 중개 업체만 드러나고 있어서다.

1일 기준 공매도 공시 대상자 18곳 중 16곳은 증권사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헤지펀드는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매도를 대신하도록 해 공시 의무를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를 이루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시제 시행 후 감소하던 공매도 거래량도 종목·시장 공매도 비율이 공개된 5일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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